[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종북'논란 등 여권과 보수언론의 색깔공세가 무성한 가운데, 6.15 남북공동선언 12주년 기념식은 '색깔론' 성토의 장이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주최로 "6.15공동선언발표 12주년 기념식 및 '색깔론'극복과 남북평화를 위한 각계 시국회의"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정일용 6.15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와 손미희 6.15여성본부 상임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에서 정치권의 색깔논쟁에 분노를 드러냈다.

6.15남측위 결의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색깔공세에 앞장서"

이들은 "정부는 남북간 군사대결도 모자라, 최근에는 종북 색깔론의 광풍으로 이 땅을 다시 냉전과 파시즘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며 "색깔론의 광풍 속에서 정부의 대북 대결정책에 반대하거나,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사람은 모두가 '종북주의'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등 새누리당 주요 대선주자들이 이러한 시대착오적 색깔공세게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와 정일용 6.15남측위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가 결의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어 "'종북'색깔론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라며 "남북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종북'이라는 색깔을 덧씌워 이를 기준으로 국민, 국회의원, 야당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민주주의 말살"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남북의 대립과 갈등이 군사적 일촉즉발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위기 상황은 무시한 채, 오직 정략적인 '종북'마녀사냥에만 매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북 색깔론 공세에 맞서 '관용과 공존'의 사회 건설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정략적인 '종북' 색깔론 공세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5.24조치를 철회하고 남북의 화합과 평화,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남북대화 재개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군사력 강화를 통한 안보가 아닌 화해, 대화, 협상을 중시하는 평화적 갈등해결을 통해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근, "MB, 조용히 물러나 앉으라" "북에 대한 반발심 커지고 있다"

▲ 김상근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정부의 색깔론 논란에 대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념식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정부와 정치권의 '종북 색깔론'를 성토했다.

김상근 6.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기념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저 역사의 박물관에 있던 색깔론을 꺼냈다. 겨우 아물어가던 역사의 생체기를 후벼 보겠다는 심산"이라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상근 상임대표는 "민족의 미래를 손톱 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임기를 마치는 대로 조용히 물러나 앉으라"며 "한반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용히 물러나 앉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남북 당국 간에 벌어지는 대결과 수구언론이 빚어내는 냉전의 언어폭력을 보면서 특권 속에서 퇴화한 반평화세력의 실체를 보게 된다"며 "그들이 누리는 특권은 야비한 시장주의자나 쫒는 독점이다. 그들은 냉전을 재생산하여 자신의 이익을 누린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정부와 언론의 '색깔론' 비판과 함께 북측의 자제도 촉구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북에 대한 반발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지난 날 이명박 정권 인사들이 방북했을 때의 종북적 언동을 폭로할 수도 있다는 발상 또한 반 6.15적이다. 6.15는 성숙을 향한 사투"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백낙청, "박근혜 주도하고 이명박 대통령 따라오고 있다"

▲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격려사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격려사에서 '색깔론' 공세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쐈다.

백낙청 교수는 "지금 남북관계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4.11총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계속되는 책임은 박근혜 의원에게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난 MB정부 4년이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연합정권이었다. 흔히 MBP"라며 "지금은 PMB다. 오히려 박근혜 씨가 주도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따라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의원은) 오로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의존한다. 색깔론을 가지고 기득권을 수호하는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욕은 이명박 대통령이 먹고 실리는 자신이 챙기는 그런 고도의 수법을 펼치고 있다"며 "PMB정권의 실태에 대해서 우리가 계속 엄중이 비판하고 스스로 반성할 것은 반성해서 12월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남북대결도 위험한 때인데 작금 우리는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언어로 종북주의 색깔론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는 "일찌기 색깔론은 일제가 독립군을 향해 사용한 언어였고 정당하지 못하고 불의한 권력이 사용한 폭력적 언어"라며 "이제 정치권력이 국민을 향해서 색깔론을 펼치면서 폭력적 언어로 우리들 가슴을 움추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다시금 우리의 옷깃을 여미고 우리의 6.15선언을 통해 천명된 미래가 우리 겨레를 지탱할 길임을 믿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해찬.강기갑, 6.15정신 회복과 정권교체 강조

▲ 이날 기념식 및 시국회의에는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왼쪽)과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오른쪽) 등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 대표들도 참석, 6.15정신 회복과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남북관계가 이렇게 오랫동안 경색되어 많은 것이 망가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쌀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자는 제안을 끝내 거절한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다. 비인도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번에 정권교체를 해서 다시 되돌려놓지 않으면 엄청난 부담을 계속 져야한다"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깃들여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정권을 교체하면 남북교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남북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냉각되어 어느새 한반도는 다시금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다"며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의 상생정신으로 복귀해야 한다. 상호간 적대를 중단하고 신뢰에 기초한 대화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은 6.15공동선언을 되살리고 실천하는데 모든 당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과 시국회의에는 이창복 민화협 상임의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금옥 한국여성연대 대표, 지홍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 등을 비롯 박홍근, 도종환, 남윤인순, 진성준, 김제남 등 국회의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6.15남측위, 6.15북측위 연대사 발표 안 해

▲ 이날 기념식에는 7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6.15공동선언 발표 기념행사는 6.15민족공동위원회 주최로 남북을 오가며 남과 북, 해외의 공동행사로 진행돼 왔지만 현 정부 들어 지난 2008년 금강산대회를 끝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는 금강산 개최가 무산돼 남과 북, 해외에서 각각 분산개최하되 연대사를 교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6.15남측위원회는 전날 6.15북측위에 보낸 연대사를 통해 "우리는 6.15공동선언이 발표된지 12주년이 되는 오늘 남, 북, 해외가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려던 6.15기념행사를 불가피하게 각 지역별로 개최하게 되었다"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6.15 12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남북의 만남은 중단되었고 심지어는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동번영의 통일조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귀 위원회와 함께 6.15공동선언 이행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6.15북측위원회(위원장 김령성)도 연대사를 보내와 “오늘 북남공동선언들은 전면부정되고 온 겨레의 뜨거운 애국의 마음과 피타는 노력이 응축되여있는 6.15의 결실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면서 “반통일대결세력의 연이은 특대형도발행위는 나라의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남측당국이 내외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었던 금강산에서의 6.15공동선언발표 12돐기념 민족공동행사를 가로막은 것 또한 오늘의 엄중한 사태를 시급히 가셔내려는 해내외 각계층의 적극적인 노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6.15남측위원회에 대해 “올해에 기어이 나라의 평화와 자주통일의 결정적 돌파구 열어나가기 위한 책임적인 활동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게 되리라는 확고한 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6.15남측위원회는 전날 6.15북측위원회에 연대사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산하 지역과 부문 본부들의 연대사 발송이 통일부에 의해 불허됐다며 이들 연대사만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행사장에서 6.15북측위원회의 연대사를 낭독하지 않았다.

6.15남측위 제안문 발표, '남북 국회회담' 제안 촉구

▲ 이승환 6.15남측위원회 정책위원장이 제안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 6.15남측위원회는 정치권과 종교,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제안하는 제안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승환 6.15남측위원회 정책위원장이 낭독한 제안문에서 정치권이 '위기 타개를 위한 남북 국회회담 제안'을 해줄 것과 국회 차원에서 '5.24조치 해제결의안'과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6.15남측위원회는 6.15북측위원회와 실무접촉을 비롯한 다층적 접촉을 추진하겠다면서 "우리의 정당한 노력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정부접촉 없이 민간접촉 없다'는 일방주의적 논리를 내세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 6.15선언 12주년 기념식 및 시국회의 전경.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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