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선수촌에서 리분희 서기장(왼쪽)과 포즈를 취한 신영순 선교사. [사진제공 - 푸른나무]
“정화의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보고 싶다. 만날 날을 기다린다.”


영화 ‘코리아’의 실제 주인공인 북한 리분희(44)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현정화(43) 한국마사회 탁구감독의 선물을 전달받겠느냐는 문의에 “선물을 보낸 마음은 받겠지만 선물은 추후에 받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한조를 이뤄 남북 모두에 감동을 선사했던 현정화 감독은 리분희 선수가 베이징에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냈지만 정부가 이를 불허해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화 <코리아>의 제작사인 더타워픽쳐스의 이수남 대표가 지난 7일 베이징으로 가서 리분희 서기장에게 헌정화 감독의 반지와 편지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남북 당국이 이들의 재회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중국장애자체육협회의 초청으로 지난 3일부터 베이징 장애인올리픽선수촌에 머물며 북한 패럴림픽(paralympic, 장애인올림픽) 전지훈련팀을 이끌고 있는 리분희 서기장과 함께 머물다 9일 밤 귀국한 재미동포 신영순 ‘푸른나무’ 협력선교사는 11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리분희 선수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장애인 탁구선수팀 감독을 맡으면서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까지 겸하게 됐다.

▲ 북한은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처녀출전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 푸른나무]
북한 장애인 지원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사)푸른나무(대표 곽수광 목사)의 신영순 선교사 역시 장애인 딸을 둔 엄마로서 리분희 선수와 가까워져 북한 장애인 선수단의 베이징 전지훈련을 돕고 있다.

한편 이들을 소재로 하지원(현정화 역)과 배두나(리분희 역)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코리아'의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는 11일 현정화 감독이 리분희 서기장에게 보내는 편지와 반지를 공개했다.

현 감독은 편지에 “영화를 만들고 있는 2년 동안 그 때 그 시절의 생각이 더 많이 났었고 언니도 더 보고 싶어졌다”며 “건강하시고 꼭 정화를 기다려 달라. 여러가지의 방법을 동원하여 언니를 만나러 가겠다”고 적었다.

신영순 선교사는 북한 장애인 선수들의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2012.8.29~9.9) 출전 여부는 오는 15~17일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안패럴림픽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수영은 '와일드 카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영순 선교사와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층 휴게실에서 김인선 푸른나무 사무총장이 배석한 가운데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북한 전지훈련팀, 오전에는 세미나 오후에는 훈련

▲ 신영순 선교사(왼쪽)와 11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는 김인선 푸른나무 사무총장(오른쪽)이 배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북한 장애인 선수단의 베이징 전지훈련에 대해 소개해달라.

■ 신영순 선교사 : 5월 3일부터 중국장애자체육협회와 중국장애자올림픽위워회 초청으로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전지훈련은 5월 중순경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안다.

□ 북측 베이징 전지훈련단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 리분희 서기장이 단장을 맡고 있고, 선수 6명과 감독.코치 등 6명 해서 모두 12명이다. 선수는 수영 2명, 탁구 2명, 휠체어마라톤 1명, 보치아 1명이다.

□ 전지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나?

■ 중국측에서 대단히 성의껏 도와주고 있다. 북쪽 선수단이 베이징에 늦게 도착했는데 환영 만찬을 위해 고위급 인사들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다려 줄 정도였다.

시설도 좋고 음식제공도 잘 해주지만 우리 음식과는 입맛이 다르다. 북쪽 선수들이 남쪽에 와서 전지훈련을 하면 말도 잘 통하고 음식도 입에 맞고 얼마나 좋겠나.

오전에는 세미나 형식으로 패럴림픽 역사나 경기규칙 등을 배우고, 오후에는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런던패럴림픽, 수영은 ‘와일드 카드’ 받아

▲ 베이징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북한 장애인 선수단과 신영순 선교사의 기념촬영. [사진제공 - 푸른나무]
□ 북한도 이번 런던패럴림픽에 참가하나?

■ 북한은 지난해 12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회의에서야 준회원국이 됐다. 따라서 북한팀은 국제경기 참가 기회가 없었고, 패럴림픽 참가 규정도 잘 몰랐다. 탁구 같은 단체종목은 사전에 예선전을 통과해야 하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그렇지만 수영 같은 경우는 런던패럴림픽 와일드 카드를 받았다. 일단 선수 2,3명이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리분희 서기장도 “첫 번 나갈 때 회원국으로서 깃발을 들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4년을 잘 준비해 다음 출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IPC 아시아지역 참가국 모임인 아시안패럴림픽위원회가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데, 여기에 북측 관계자도 참석해 북한 선수단의 런던패럴림픽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남녀 간이라면 연애하는 줄 알겠다”

▲ 북한 장애인 탁구 선수(왼쪽)가 중국 장애인 탁구 선수와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 - 푸른나무]
□ 현정화 선수가 19년만에 리분희 선수와의 상봉을 추진했는데 무산됐다.

■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이후 1993년에 한 번 만나 선물도 교환하고 했지만 이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리분희 서기장이 2010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참석했는데 현정화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참여해 서로 만나지 못했다. 그때도 리분희 서기장은 많이 아쉬워했고, 이번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남쪽 정부가 불허했다.

남쪽에서도 영화 ‘코리아’ 시사회에 리분희 서기장을 초청하려 했다는데 지금같은 남북 상황에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 리분희 서기장도 현정화 선수와의 만남을 원하고 있나?

■ 리분희 서기장은 현정화 감독과의 21년전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서로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농담으로 남녀 간이라면 연애하는 줄 알겠다고 했다.

□ 현정화 감독이 선물을 베이징으로 전달했다고 하는데.

■ 영화제작사 대표가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한반도기에 배우들 글도 적혀있고 반지도 가져왔다.

나는 재미동포라서 문제가 없지만 정부의 법과 시책이 있는데 리분희 서기장과 접촉시켜 주면 안 되는 것 아니겠나. 북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분희 서기장이 “선물을 보낸 마음은 받겠지만 선물은 추후에 받겠다”면서 “정화의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보고 싶다. 만날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 북한 장애인 지원사업은 진척이 있나?

■ 4월에도 방북해 조선장애자보호연맹(KFPD) 관계자들을 만났다. 푸른나무는 전국적으로 11개의 장애자학교와 47개의 보육원을 지원하고 있다. 교회별로 보육원 하나씩을 나누어 맡아 지원하고 구체적으로 한 아이와 지원자 한 명을 연결해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미 합의했던 평양 장애인종합회복센터의 착공식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빵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지원사업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남북관계가 빨리 개선돼서 서로 오가며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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