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즈음한 23~24일 경상남도 합천에서 5천여명(연인원)의 국내외 핵전문가들과 원폭 피해자들, 지역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 원폭피해자 1,2,3세 30여명으로 이뤄진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이 축가를 불렀다. [사진제공-2012합천비핵평화대회조직위]
국내 원폭피해자와 2,3세 환우들의 인권.복지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합천평화의집(원장 윤여준)'과 '(사)위드아시아(이사장 지원스님)'이 주관한 이 행사는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에서 세계 피폭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핵과 방사선의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23일 첫날 행사는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서승 일본 리쯔메이칸대 법학부 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김두관 경상남도 도지사에 이어 축사에 나선 하창환 합천군수는 자신도 원폭피해자로서 원자력이 주는 풍요로움 보다는 그로 인한 피해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핵 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개막식의 대미는 원폭피해자 1, 2, 3세 30여명으로 구성된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축가가 장식했다.

이어 다카하시 데쓰야 동경대 대학원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가장 큰 교훈은 핵 피해에 대한 일본의 무능력과 무책임, '원자력은 꿈의 에너지'라던 도쿄전력의 무심하고 무책임한 안전대책과 무능한 후속조치였다며 결국 원자력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이익을 만들 수 있는 '희생의 시스템'이며, 인류 평화를 위해 이런 시스템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합천평화의집 원장도 새로운 에너지원 선택의 절박함을 강조하면서, 삶을 황폐화 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석연료나 핵과 같은 에너지원이 아닌, 인류문명과 후세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에너지원 선택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후에는 피폭자의 삶과 핵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 '탈핵'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사진제공-2012합천비핵평화대회조직위]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에서, 서경식 도쿄 경제대 교수는 이전의 관동대지진과 일본의 국가주의를 예로 들면서,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통해 일본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핵 사랑 정책의 위험성과 우리 사회의 핵 불감증을 경고하면서, 한.일 평화세력이 탈핵의 비전을 향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 외부에서는 사진전과 설치 미술전, 영화상영, 초등학생들을 위한 체험학습과 댄스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24일 오전에는 한국의 원폭피해자 및 2세들과 세계의 핵 피해자들이 만났다. 원폭피해자 1세대 어르신 110명이 살고 있는 한국원폭피해자복지회관, 원폭2세 환우 쉼터인 합천평화의 집을 비롯하여 원폭피해자 2세 가정 방문에 이어 오후에는 체르노빌 핵 피해자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한국, 대만, 그리고 미국 마샬제도의 비키니섬 등 원폭피해자들의 증언과 평화행진이 이어졌다.

안치환, 백청강 등이 출연하는 평화콘서트로 이틀에 걸친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는 막을 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합천비핵평화선언문'을 채택, 핵 피해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세계 핵 피해자 국제협의 기구'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정훈씨는 "그 동안 핵의 부작용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안전한 줄로만 알았던 핵으로 인해 고통 받아온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전반적으로 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행사 소감을 전했다.

한편, 25일 오후 1시에는 서울 도심 일대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 주최로 '핵안보가 아니라 핵없는 세상을'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오후 3시에는 서울광장에서 '민중의힘' 주최로 '한미FTA폐기 핵안보정상회담반대 민중생존권쟁취 한반도평화실현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 MB퇴진 오바마방한반대' 민중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보, 25일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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