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운반 로켓 ‘은하 3’으로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발표하자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그 요지는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이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북한이 우주 발사체인 ‘은하 3’을 운반 로켓이라고 주장해도 미국 등은 장거리 미사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그간 장거리 미사일로서 ‘대포동 2호’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하 3’에 인공위성이 아닌 핵탄두를 장착하면 대량살상무기(WMD)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거리 미사일과 우주발사체(로켓)는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북한은 할 말이 있다. 인공위성(‘광명성 3호’)과 운반 로켓(‘은하 3’) 중에서 북한이 가리키는 것은 평화적 이용인 인공위성인데 왜 미국 등은 운반 로켓을 문제 삼고 그것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매도하느냐는 것이다. 똑같은 경우인 남한이 나로호를 발사할 때는 침묵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이중잣대라는 말이다. 이 같은 논란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와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 때도 불거진 일이다.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는 시비는 해묵은 논쟁인 셈이다. 2009년 때도 북한은 통신위성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등은 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제재를 가했다. 이번에도 ‘빈말하지 않는’ 북한이기에 2009년 상황이 재판된다고 해도 쏠 것이 분명하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자 논평에서 “위성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권 문제”라면서 “이미 계획한 위성발사를 철회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며 ‘강행’할 의지를 명백히 밝혔다.

이번에도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모처럼 대화 분위기를 맞은 북미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갈 우려가 있다. 실지로 인공위성 발사문제를 놓고 최근 세 차례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면서 공들여 만든 ‘2.29합의’가 유실될 공산이 커졌다. ‘2.29합의’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24만 톤의 영양지원과 추가식량을 제공하기로 큰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이 ‘2.29합의’를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위한 신뢰구축 단계로 보고 있다. 그만큼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따르면 ‘2.29합의’에 들어있는 것은 ‘미사일’이지 ‘인공위성’이 아니다. 따라서 쏘려는 것이 인공위성이기에 ‘2.29합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쏘려는 것을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고 발사를 강행할 경우 ‘2.29합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신뢰구축 의미를 부여한 ‘2.29합의’이기에 그 파탄까지 각오하면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려는 것을 두고 대미압박으로 보는 분석은 다소 상투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 같은 논란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왜 인공위성을 쏘려하는가? 이를 위해 북한의 정치 일정을 잠깐 살펴보자. 3월26일 국상 애도기간이 끝나 4월에 들어가면 태양절(4월15일)이 있는데 이번이 김일성 주석 100돌이다. 북한은 2007년 전국지식인대회에서 ‘2012년 강성대국건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4월 중순 당대표자회 소집을 예고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총비서 추대가 유력하게 예견되고 있다. 강성국가건설과 총비서 추대를 극적인 분위기로 만들 수 있는 기제가 무엇일까? ‘극장식 정치’를 잘 활용하는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게다가 이는 북한 내부의 문제이자 원칙의 문제이기에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다. 한마디로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 원년’을 알리는 축포가 필요한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가 그 축포 아닐까? 말하자면 인공위성 발사가 김 주석 100돌, 김정은 총비서 추대, 강성국가건설 등을 모으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우리식대로’ 움직이는 북한이기에 이러한 일정표를 바꿀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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