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평통사 고영대 평화퉁일연구소 연구위원과 오혜란 사무처장이 제주해군기지의 문제점에 대해 입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설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무총리실이 한국해양대학교에 의뢰해 실시한 제주 민군복합항 ‘선박조정 시뮬레이션’에서 입항항로의 변침각을 30˚로 설정한 것은 해군이 작성한 보고서의 결과들과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총리실이 지난달 29일자로 공개한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안)」에 따르면 해양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은 15만톤급 크루즈선이 최대 풍속 27노트 조건에서 입항항로의 구부러진 정도를 표시하는 변침각(항로법선 교각) 30˚와 수심 평균 15m, 파고 1.5~0.5m, 횡풍압면적 13,915㎡로 조건을 주어 실시됐다.

국무총리실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또 하나 우리가 조정했던 것은, 배가 들어오는 각도”라며 당초 77˚로 상정했지만 “이것이 너무도 가파르게 들어오지 않느냐는 것... 제주도와 협의를 했다”면서 “이것을 좀 더 완만하게 해서, 이것을 30도로 들어오게끔 항로를 변경해서 지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군의 기본설계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입출항을 위해서는 두 번에 걸쳐 총 77˚를 꺽어야 한다. [사진자료 - 통일뉴스]

▲ 해군의 기본설계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인근에는 '저수심표식'과 '천연기념물 제421호'인 문섬과 범섬 천연보호구역은 물론 연산호 보호군락도 있어 30˚로 꺾어 입출항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진자료 - 통일뉴스]
14일 평통사 부설기관인 평화통일연구소 고영대 연구위원은 “국무총리실 시뮬레이션은 30˚ 조건으로 실시됐다”며 “만약 국무총리실 시뮬레이션처럼 변침각을 30˚로 줄 경우, 해군 보고서에서 이미 적시했듯이 범섬 천연보호구역과 수심 10m 미만의 저수심대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군본부가 2009년 1월 작성한 『기본계획 보고서』에서 변침각이 77˚일 때마저 밤섬천연보호구역과의 이격거리가 590m로 “항로가 인근 보호구역과 다소 인접”한 문제점과 저수심대와 이격거리가 300m로 “항로가 저수심대와 다소 인접”한 문제점이 이미 지적됐다는 것이다.

변침각이 30˚일 경우는 범섬구역과 저수심대 문제가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정확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또한 현장 실정을 잘 알고 있는 고권일 해군기지반대강정마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변침각을 30˚로 변경할 경우 암초지대를 지나게 되므로 바위를 준설해야만 해 기차바위 인근 연산호 보호군락이 훼손돼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조건’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해군본부가 2009년 1월 작성한 『기본계획 보고서』에 채택된 '제1안'의 단점으로 범섬구역과 저수심대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 [사진자료 - 통일뉴스]
군함인 대형함정과 대형수송함이 40~30노트의 바람이 불 경우 입출항시 방파제와 충돌하거나 항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많아 제주해군기지가 군항으로서도 부적합하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온데 이어 또 하나의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국무총리실이 인근 범섬구역과 저수심대의 위험을 안고서도 변침각 30˚를 고집하는 이유는 “30˚를 넘는 경우에는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율반경은 대상선박 길이의 4배 이상 되게 하고, 항로폭은 대상선박의 항적을 고려한 소요폭 이상이어야 한다”는 설계지침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해군이 작성한 평면계획도에 따르면 항로가 휘어져 배를 꺾는데 소요되는 공간인 곡율반경이 약 340m로 제시돼 있지만, 전장이 345m에 달하는 크루즈선의 경우 설계지침에 따라 4배를 적용할 경우인 1,350m에 달해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이같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변침각을 30˚로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한 ‘민.군복합항 민항시설 검증 TF’는 “평면 계획도에 의하면 항로 중심선의 교각이 각각 37˚, 40˚이지만 굴곡부 사이의 거리가 너무 짧아 77˚ 교각으로 간주해야 하므로, 곡율반경이 대상선박 전장의 4배 이상이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할 때 설계 항로계획선이 기존 평면계획도상의 남방파제를 침범하게 된다”며 “항로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민.군복합항 민항시설 검증 TF 1차 보고서」, 2011.9.30)

따라서 곡율반경 4배 이상을 확보하기가 명백히 불가능한 조건에서 꼼수를 부린 것이 바로 변침각 30˚를 적용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변침각 30˚를 적용하는 순간 범섬구역과 저수심대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문제를 제기해 놓은 제주도 TF는 국무총리실의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과 브리핑을 위한 면담도 거부하고 있다.

▲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영대 연구위원은 “제주해군기지의 문제점은 군함들의 입출항이 어려워 기동출동이 늦어지는 데에만 있지 않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방해역 보호 명분의 제주해군기지는 전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주변 여건상 안정적인 입출항 항로 확보도 어려워 항구로서 부적절하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와 해군이 내세우고 있는 ‘남방해역 보호’만 놓고 보면 중국 영파에서 이어도까지는 398㎞로 출동에 약 18시간이 소요되고, 일본 사세보에서는 450㎞로 약 21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목포에서 이어도까지는 340㎞로 15.5시간이 소요돼 제주해군기지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시우 <통일뉴스> 전문기자는 지난 10일자 <통일뉴스> 기고문에서 “군함기항의 문제는 유사시에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면 민과 군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상시라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군함들의 무기오작동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드시 군함은 대형폭발을 가정하여 안전거리(Clear Zone)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해 민군복합항의 개념 자체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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