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원로들의 '전쟁반대' 농성이 5일째 계속됐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 실현! 릴레이 공동행동’ 닷새째인 3월 2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농성 시각까지 그칠 줄 모른다. 농성장에서 딱히 고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남은 추위 탓에 꾀가 난다.

“선생님,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한데 오늘 농성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우리는 무조건이야. 어서 판 깔자고.”

후배는 잠시 잊었던 모양. 우리 선생님들은 모진 고문과 몇 십 년의 옥살이도 이겨낸 분들이라는 사실을.

닷새째 농성에는 추모연대 김명운 대표와 사무국장,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참가했다.

구호에 맞춰 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심장은 더욱 자극을 받아 비바람 부는 농성장의 분위기가 한껏 생동감 넘치게 했다.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젖은 농성일지를 받쳐 들고 ‘조국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 바쳐 승리의 전사되리라’쓰는 선생의 깊은 주름에 봄비가 야속하다.

▲ 민주노총 황수영 통일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민주노총 황수영 통일위원장은 지난해 남측 양대노총과 북측 직총이 5.1절을 맞아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분산)개최한 것을 소개하면서 남북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침략전쟁연습을 막아내자는 약속으로 발표한 성명대로 노동자들이 앞장서 전쟁반대, 평화수호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추모연대 김명운 대표는 ‘한반도에 전쟁을 실제로 불러오는 세력이 누구인지 명확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많은 회원들과 함께 농성에 참가한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은 거리 연설을 통해 ‘전쟁은 살육과 파괴만 있을 뿐’이라며 시민들이 이 투쟁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호소했다.

또한 지난 2월 29일 동시 발표한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의 심장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한 것은 그만큼 북미 고위급회담이 상당한 정도로 진전이 있었던 것”이라 평가했다. 동시에 “한편에선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는 고위급회담을 하면서도 미국은 제국주의적 본성을 감추지 않고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겠다는데 방해책동하고, 전쟁연습으로 북을 고립, 압살하려”하지만 민중의 저항과 세계 평화애호 세력의 단결에 부딪혀 “미국의 제국주의적 근성이 결국엔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음을, 이명박이 노리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이 66년 동안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는 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미국도 제정신 차려 쓸데없는 무기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국제사회에 추락한 신뢰나 되찾으라”고 권고했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통일원로들은 늘 통일운동 현장에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최근 SNS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의 한 마디가 눈에 띄었다.

‘올해가 임진왜란 이후 7번째 돌아오는 임진년이다. 경제구조와 법질서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한미FTA가 '임진미란'이 될 수 있다’고.

통일원로들이 농성을 진행하는 동안 연설자는 ‘군사주권이 없는 나라에서 교육도, 밥상도 이미 미국에 점령당했다’며 농성단을 보호하는지 감시하는지 “농성장 부근에 배치된 차량과 경찰들도 언젠가는 미국경찰로 바뀔지도 모른다”며 한미FTA를 막아 내기 위해, 전쟁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제불능의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국민적 심판뿐임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반민생, 반민주, 반통일 대통령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힘은 심판에 그치지 않고 남북공동선언 실천으로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이 되어야한다.

따뜻한 음료를 사 들고 와 조용히 ‘힘내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시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대중적인 남북공동선언 실천 운동을 벌일 수 있는 방안을 곰곰 생각한다.

▲ 비에 젖은 농성일지.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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