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날인 29일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 실현 농성 나흘째 되는 날.
요사이 일찍부터 농성단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민주노총 황수영 통일위원장과 보건의료노조 한용문 통일위원장이다. 차량이 교보문고 앞에 도착하면 곧바로 농성장을 차리기 시작한다.
택시운전자에게도 꼭 유인물을 줘야 한다며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를 향해 다가가는 택시노동자 출신 황수영 통일위원장의 열의가 뜨겁다.
통일원로 선생님들께 “효도는 못할망정 매번 길바닥에나 앉게 해서 죄송한 마음뿐”이라는 두 통일위원장은 유인물을 나눠주는 중간 중간에 노동자들이 전쟁반대, 평화실현 농성에 함께해야 한다는 토론도 벌인다.
농성 나흘째인 이날은 농성을 진행하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야기를 연설했다.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바로 노예정신이다’
연설자는 광화문 거리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을 가리키며 지금의 대통령과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음을 개탄했다. 연사는 미군이 우리 국민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이 땅에 들어온 것이 아님을 말했다. 맥아더가 인천에 상륙하면서 점령군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포고령’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문제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미 대일 외교에서도 신채호 선생이 통탄한 노예정신이 드러난다는 요지이다. 집권 초기부터 영어몰입 교육이라는 것을 앞세우더니 이제는 군대 내 영어교습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독도문제에서는 국민을 기만하는 대통령이 철저하게 노예정신으로 똘똘 뭉쳤다고 말한다.
84, 86, 82, 85, 83, 89, 80, 79, 78, 76... 이건 뭐?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거리 농성을 진행 중인 통일원로들의 연세다. 박정숙 선생님까지 나오셨다면 최고령은 96.
농성을 하는 내내 젊은이들이 선생님들께 참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가없다. 우리 땅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한, 전쟁연습이 계속되는 한, 한미FTA로 온 민중들이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는 한 우리는 계속 원로 선생님들께 몹쓸 짓을 하게 된다는 말인가. 그럴 순 없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중의 편, 민족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집권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맘속으로 구호 하나 외쳐본다. ‘통일원로 고생시키는 전쟁연습 중단하라!’ ‘일꾼들을 몹쓸 짓하게 조장하는 대통령은 물러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