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평통사 상임공동대표,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에 관한 지난 2월 22일자 보도는 우리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현직 재직 시에도 그는 주한미군 사령관이라는 일개 군 사령관이 아니라 마치 식민지 총독과 한반도 전쟁 몰이꾼같이 비춰지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어김없이 퇴역한 총독과 전쟁 몰이꾼 행세를 자행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몰이꾼인 샤프 전 사령관

그는 사령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8년 12월 22일 “주한미군은 올해 북한에 대한 전면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불안정 사태, 정권교체와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를 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를 대비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선전하곤 했다.

2009년 2월 9일 외신기자클럽 초청강연에서도 그는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불안정한 사태에 대한 대비계획을 완성했고, 이 계획에는 “자연재해, 내전, 핵무기 통제력 상실 등의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정치군인의 행보를 보여 주었다.

또 2009년 4월22일에는 "북한의 불안정한 사태에 준비하는 작전계획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함께 수립하고 있으며 이미 이 작전계획을 연습했고 우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에 유고가 생길 시 마치 무력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듯 기고만장했다.

전쟁놀이가 기승을 부리는 한반도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김정일 위원장 급서 이후 사태는 딴판으로 흘러갔고 한편에서 북미회담이 원활히 진행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연습이 기승을 부리면서 불안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지난 2월 20일에는 군산 앞바다에서 대북한 잠수정(북측에는 전투력을 제대로 갖춘 잠수함이 한 척도 없는 실정이다) 훈련이 있었고 곧 이어 서해5도 해병대 사격훈련이 있었다. 이에 북측은 전선 서부지구 사령부 명의로 서해 5도 주민에게 대피 권고를 발표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월 27-3월 9일에는 미군 2천 명과 한국군 20만 명이 참가하는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 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다. 이는 전면전 작전계획인 5027을 실행하는 연습으로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을 작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또한 3월 1일-4월 30일에는 미군 1만 1천 명, 사단 급 한국군이 참가하는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전쟁연습이 진행된다. 여기에다 3월 중으로는 23년 만에 한미 해병대 1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한미연합 해병대 상륙 전쟁연습인 쌍룡전쟁연습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전쟁 놀음에 북측 국방위는 "이명박 역적패당과 내외 호전광들은 '이집트식 변화'와 '리비아식 승리'를 꿈꾸면서 모험적인 전쟁의 길에 서슴없이 뛰어들고 있다"고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경제적 한미FTA에서 군사적 한미FTA로?

이렇게 한국과 미국은 겉으로 평화 운운하면서 군사문제에서 마치 찰떡궁합과 같은 행보를 보이며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전쟁연습에 빠져 있다. 허기야 뼛속까지 친일·친미라는 대통령을 두고 있으니 이런 지경이 될 것은 예견된 일이긴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란 샤프는 한미FTA와 같이 군사적으로도 한미FTA를 만들어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의 주장은 북한은 스스로 체제 변화를 할 수 없으므로, 미국과 한국이 협력해서 북을 압박해 북의 체제를 변화시켜야 하고, 북의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화라는 말로 포장하여 무력 흡수통일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현직으로 있을 당시 못다 이룬 일을 지금이라도 이룩해야 한다는 것 같다. 그는 이를 위해 한미 간에는 한미FTA와 같은 군사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정책 입법-사법-행정권은 미국식 맞춤옷으로?

한미FTA는 한국이 국가로서 주권을 포기한 을사늑약과 같은 것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공공정책은 국민의 형편을 고려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기업의 맘에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네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빌미로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제소만 하면 된다.

이에 관한 한 한국 법원들의 재판이나 판결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물론 국회의 입법권도 이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 여기에 관련된 우리의 입법권, 사법권, 공공정책권 등이 미국식의 맞춤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결국 “정부는 모든 공공정책 수행 시에 미리미리 알아서 기거나, 우리 국민들 몰래 사전 암암리에 미국 측의 의사를 타진해가면서 각종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군사적 예속에서 한미군사 일체화로?

사정이 이러한데도 샤프는 군사 부문도 이 경제 부문과 같이 주권을 포기하는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한국은 자의든 타의든 작전통제권까지 미국에 넘긴 채 국군통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탈 군사주권 국가이다.

외국군인 미군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무려 67년 동안 이 땅에 주둔하고 있고 한·미군사동맹은 포괄전략동맹으로 미·영동맹 수준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자는 이야기는 아예 미국군과 한국군이 일체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1975년 나토와 소련 측의 바르샤바조약기구 간 군사대결 해체를 의미하는 ‘헬싱키선언’ 이후, 유럽지역에서 전쟁연습을 못하게 되었다. 이러자 미국은 유럽 대신에 세계에서 가장 손쉽고 대미 사대주의자들이 득실득실한 남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핵과 재래식 전쟁연습인 팀스피리트 전쟁연습을 1976년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키 리졸브니 독수리니 하면서 팀스피리트 전쟁연습을 이름만 바꾼 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23년 만에 해병대 상륙훈련이 한반도에 실시되는 것도, 평택이 미군기지가 확장·이전되는 것도,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도 모두 다 바로 미국의 대 중국포위망 구축과 북한위협 조장론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필요하면 전쟁을 벌이겠다는 위험천만한 수작의 하나이다.

2013년체제 또한 주권지킴이 실행경로를 분명히 담고 있어야

그들은 한반도가 마치 미국의 안방인 것처럼 여기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라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미국의 주권침해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은 안방마저 완전히 통째로 내어줄 위험에 몰리게 될 것이다. 마치 러일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이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기로 한 타프타-가즈라 비밀협약을 맺어 조선을 식민지화 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미국의 기도를 막아내는 것, 곧 우리의 주권 지키기가 이 시점에서 가장 긴요하고 절박한 일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평화협정과 남북연합을 필수 요건으로 설정하고 있는 2013년체제 또한 이 주권지킴이에 대한 고민과 실행경로를 분명히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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