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지난 1월 3일 <통일뉴스>가 단독입수 보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2010년 11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194호로 채택)에 대한 분석글을 세 차례에 나누어 게재한다. 각주는 본문 읽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뒷부분으로 따로 모았다.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상)
1. 기업소 경영의 전제
2.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3. ‘경제적 공간들’(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활용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중)
4. ‘번수입’에 의한 기업소 경영
5. 기업소의 경영전략․기업전략 중시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하)
6.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변화
7. 「기업소법」에서 누락된 ‘대안의 사업체계’



6.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변화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기업소 사업에 대한 통일적 지도를 강조해왔다. 북한이 사회주의제도를 유지하는 한 계획경제는 지속될 것이고 계획경제는 「사회주의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다. 경제계획의 수립의 목적, 계획 작성 및 실행의 방법, 경제계획의 지향점 등을 규정한 제34조가 그것이다.

즉 헌법에 “국가는 사회주의 경제발전 법칙에 따라 축적과 소비의 균형을 옳게 잡으며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며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는 것, 그리고 “국가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여 생산장성의 높은 속도와 인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보장한다”는 것을 규정해놓고 있다. 앞의 서술은 축적-소비 균형, 경제건설 가속화, 인민생활 향상, 국방력 강화 등 계획 수립의 목적을 담은 것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뒤의 서술 중에서 계획 작성 및 실행의 방법, 즉 계획화사업에 관한 부분이다.

북한의 계획화사업은 ‘대안의 사업체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1961년에 도입된 ‘대안의 사업체계’는 계획 작성 및 실행의 방법에 있어서 생산현장의 요구와 실정을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도입 이후 생산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 관리기구들 간에 일부 분권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예컨대 기업관리를 담당하는 생산계획의 담당부처가 종래의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국(局)’으로 이양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계획화사업은 1960년대 중반에 중앙집권화로 되돌아갔고 기업소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1964년에 ‘계획의 일원화’ 방침을, 1965년에는 ‘계획의 세부화’ 방침을 각각 도입하였다. 일원화는 국가계획위원회로 하여금 각 기업소에 할당할 생산계획을 일원적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세부화는 국가계획위원회가 미세한 물품의 생산계획까지 세부적으로 마련하는 것이었다.1)

북한에서의 계획화사업은 바로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방침에 집약되어 있다. 이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북한에서는 예비수자-통제수자-계획수자의 3단계로 계획을 작성해왔다. 예비수자는 각 단위가 연초에 예상하는 생산 가능량이고, 국가계획위원회는 이를 기초로 당 중앙위원회 및 내각과 협의해 통제수자를 작성하였다. 통제수자는 조선로동당과 국가의 지령이었고, 생산단위는 이를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었다. 생산단위는 이 의무에 따라 통제수자 실행을 위한 생산계획을 작성했고 생산단위에서 작성된 계획은 다시 국가계획위원회에 상정되어 최종적으로 계획수자가 나오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예비수자와 통제수자 간의 격차가 컸고 현실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행정기관의 ‘이상’과 생산단위의 ‘현실’ 간의 격차라고 할 수 있다.2)

북한 경제당국은 경제관리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면 언제나 계획화사업의 문제점을 치유하는데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계획화사업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변해왔다. 북한 기업소의 계획화사업은 1970년대에도 물론 ‘일원화-세부화’ 방침에 의거했지만, 계획 작성과정에서 기업소의 역할이 이전보다 강조되는 변화를 겪었다. 이에 따라 기업소가 생산계획에서 보다 비중 있는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계획에 관한 결정권은 여전히 국가에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소들에서 ‘기관본위주의’ 경향이 싹트게 되었고 이것은 계획경제의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 중앙집권적 계획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운데 생산계획의 일부를 기업소에 맡기는 상황에서, 기업소들은 가급적 생산목표를 낮게 잡아 일을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던 것이다. 기업소들이 자신의 생산능력을 숨기는 것이 마치 관행처럼 되었던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저작들에서도 ‘기관본위주의’의 문제점과 그 극복방안에 관한 서술이 빈번한 것을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운영체계가 경제의 일정한 규모까지는 효용성을 보이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질적 구성이 복잡해지면서 그 운용비가 높아지고 효용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3) 북한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어서 외연적 성장에서 내포적 성장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1970년대 중반)에 생산성 저하라는 심각한 복병을 만났고, 계획경제의 효과적인 운영에 골몰하게 되었던 것이다.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방침은 북한의 계획경제 시스템의 유지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왔고 그 운영상 문제점도 나타났지만, 이 방침은 「인민경제계획법」(1999년 4월 9일 제정)과 「사회주의헌법」에 포함되었다. 「인민경제계획법」에 “국가는 인민경제를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유일적인 계획에 따라 관리 운영하도록 한다”(제3조)는 규정과 함께, “국가는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여 계획사업의 유일성을 보장하고 계획을 세부적으로 맞물리도록 한다”(제7조), “국가계획기관은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며 인민경제계획을 바로세우고 어김없이 실행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제43조)는 등의 규정들이 포함됐던 것이다.

그러나 2001년 5월 17일 수정 보충된 「인민경제계획법」은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방침(제3조, 제7조, 제43조)을 존속시키면서도 예비수자-통제수자-계획수자의 3단계를 규정했던 조항(제16조~제18조)을 전격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계획화사업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했다. 이것은 마치 번수입지표에 의한 기업소 경영활동을 사전에 예견하고 번수입지표의 도입에 앞서 「인민경제계획법」을 정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한다(2001년 5월의 계획법 수정, 2001년 10월의 김정일 위원장의 10.3담화, 그리고 2002년 7월 이후의 경제관리개선의 전면화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개선’ 정책의 흐름이 그러한 관측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계획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 단계로 작성하는 계획작성 절차에 맞도록 계획작성 방법을 개선한 것이었다. 예비수자-통제수자-계획수자의 3단계에서 예비수자와 통제수자의 두 단계를 제거하고 한 단계의 계획작성 체계를 도입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가 아닌 7월부터 한 단계로 계획을 작성하게 되었다(상반기에 계획작성준비, 경제지도기관의 계획작성방안에 대한 군중토의 진행).4) 「인민경제계획법」에서 다루고 있는 계획의 작성에서부터 실행 및 실행총화에 이르는 전 과정은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경제계획 작성 및 실행의 전 과정을 <표3>으로 정리한다). 이 과정은 북한의 계획경제 전체의 운영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업소의 모든 경영활동이 원칙적으로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표3> 북한의 경제계획 작성 및 실행의 전 과정
 

  구  분

조 항

                      내       용

계획 작성

제10조

- 국가계획기관과 기관․기업소․단체, 조직계획서 작성

- 조직계획서에 의한 계획작성 사업 조직

제11조

- 국가계획기관과 기관․기업소․단체, 국가정책에 근거한 계획 작성

제12조

- 국가계획기관과 기관․기업소․단체, 기초자료 준비

  (계획 작성에 필요한 노력(노동력)․설비․자재․자금 이용기준,

  경영실태, 통계, 과학기술 및 경제 발전추세, 자연부원상태, 인구수 등)

제13조

- 계획지표의 기관․기업소․단체 분담

- 계획지표 분담의 원칙: 국가적 요구와 기관․기업소․단체의 창발성의

  올바른 결합

제14조

- 전망계획과 현행계획의 구분 작성

- 전망계획에 기초한 현행계획 작성

제15조

- 전망계획 수립 시 경제발전 요인 타산(생산적 고정재산의 갱신과 확대,

  자연부원 개발, 과학기술 발전 등)

제16조

- 국가계획과 기관․기업소․단체, 상반년 안에 현행계획 작성 준비사업

  (현존 생산공정의 정비 및 이용안, 생산추진 및 기술개건안,

   기관․기업소․단체 상호간 물자교류안 등 준비)

제17조

- 아래로부터 맞물려 올라오는 방법에 의한 계획 작성한다

  (기관․기업소․단체, 분담받은 계획지표에 대한 기술합의 및 상호간의

   수요 맞물리기)

제18조

- 기관․기업소․단체, 군중토의 진행(국가적 수요 보장 원칙) 및 계획초안

   작성, 상급기관 및 국가계획기관 제출

- 국가계획기관, 계획초안의 정확한 검토 및 국가의 인민경제 계획초안

   작성과 내각 제기

제19조

- 국가계획기관에 등록된 지표에 의한 계획 수립

- 기관․기업소․단체가 계획한 새 지표의 국가계획기관 등록

제20조

- 계획 반영 불가 예시: 노력․설비․자재․자금을 맞물리지 못한 지표,

  과학기술심의를 받지 않은 지표, 비준된 설계문건이 없는 지표

계획

비준․시달

제21조

- 내각과 국가계획기관․지방정권기관, 계획의 적시 심의 및 승인,

  집행단위 하달

제22조

- 내각과 지방정권기관, 작성된 계획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또는 지방

  인민회의 심의 제기

- 내각과 해당 인민위원회에서의 계획 토의

제23조

- 최고인민회의, 국가의 인민경제계획에 대한 심의 및 승인

   (최고인민회의 휴회 기간에 제기되는 인민경제계획 및 그 조절안에

   대해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의 심의 및 승인)

- 해당 인민회의, 지방의 인민경제계획에 대한 심의 및 승인

제24조

- 내각과 국가계획기관․지방정권기관, 비준된 계획(시기별, 집체별 구체화)    정해진 기간까지 기관․기업소․단체 하달

- 기관․기업소․단체, 시달 받은 계획의 세부까지 구체화

제25조

- 기관․기업소․단체, 계획에 대한 해당기관 적시 등록

   (계획으로 등록되지 않은 노력․설비․자재․자금 사용 불가)

제26조

- 국가계획기관과 기관․기업소․단체, 계획 대조사업 시행

   (계획의 시달정형 요해, 예비 동원 조치)

계획

실행

제27조

- 기관․기업소․단체, 생산 정상화를 통한 계획의 일별․월별․분기별․지표별의

  어김없는 실행

제28조

- 기관․기업소․단체, 생산자에게 계획 및 실행방도에 대한 적시 통보

제29조

- 기관․기업소․단체, 계획에 기초한 정확한 계약 체결 및 어김없는 이행

제30조

- 해당기관, 분기마다 월별 분할한 계획의 기업소․단체 시달

  (분기계획 범위 안에서 월별 분할)

제31조

- 기관․기업소․단체, 계획실행 준비(계획실행 준비 없이는 생산․건설 불가)

제32조

- 기관․기업소․단체, 수출계획에 예견된 제품의 우선 생산

- 협동생산계획에 예견된 제품의 월 상순 안의 생산 보장

제33조

- 노동행정기관․자재공급기관․재정은행기관, 계획실행에 필요한 노력․설비․

   자재․자금의 적시 보장

   (설비․자재의 계획․계약에 따른 품종별․규격별․재질별 공급

제34조

- 기관․기업소․단체, 내부예비의 적극 발굴 및 계획실행에의 합리적 이용

- 해당기관, 기관․기업소․단체의 여유노력과 설비․자재․자금의 적시 동원

  및 조절

제35조

- 내각과 해당기관, 생산지휘체계의 올바른 수립, 계획실행정형의 정상적

  장악 및 그 실행대책의 적시 실행

- 기관․기업소․단체, 매일 계획실행정형의 상급기관 및 국가계획기관 보고

제36조

- 계획에 없는 제품생산 및 건설 불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계획

  변경 및 실행의 경우 계획을 비준한 기관의 승인 절차)

실행

총화

 

제37조

- 계획실행총화: 계획규율 강화 및 계획의 정확한 실행 방도

- 기관․기업소․단체, 계획실행정형의 정상적 장악 및 총화

제38조

- 계획실행정형의 월별․분기별․상반년․년간 총화

- 기업소와 단체, 계획실행정형의 순별 총화도 진행

제39조

- 기관․기업소․단체, 계획실행정형의 예비적 총화 밒 필요한 대책 수립,

  계획기간 종료 시 계획실행에 대한 완전총화

  (생산계획실행에 중심을 두고 연관된 지표들의 계획실행정형도 총화)

제40조

- 계획실행 평가기준: 통계기관에 등록된 계획

- 통계기관, 등록된 계획과 장악된 계획실행실적으로 계획실행정형 평가

제41조

- 기관․기업소․단체, 종업원들에 대한 계획실행정형의 정기적 통보

- 계획실행정형의 공시 가능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경제계획법」

그러나 북한이 2002년 7월 이래 경제관리개선의 전면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특히 기업소 운영에서 번수입지표가 기준이 되고 경영전략.기업전략의 중심과제로 등장한 조건에서, 계획화사업도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가의 통일적인 지도를 강조하는 기본전제는 여전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략적인 지도관리방식’, ‘전략적인 계획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경남 인민경제대학 총장은 기업소의 경영전략․기업전략 수립 및 경영활동에서의 창발성 제고를 위해서는 국가의 중앙집권적.계획적 지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책논설을 당기관지에 발표함으로써5) 북한 경제당국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전 총장은 “국가가 모든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경영활동에 필요한 경제기술적 조건을 원만히 보장해줄 수 없게 된 현실적 조건”을 언급하면서 “아래 단위들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과학적인 경영전략, 기업전략을 세우고 생산과 경영활동을 주도적으로, 창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담보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담보를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중앙집권적, 계획적 지도를 전략적인 지도관리방식, 전략적인 계획화방식으로 확고히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즉 “종전의 계획화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나라의 전반적 경제구조와 기술개건문제, 인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등 당의 경제전략을 관철하는데 주되는 힘을 집중하는 책략적인 지도관리방식, 계획화방식으로 경제관리 체계와 방법을 결정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 총장의 논설을 보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지도관리 및 계획화에로의 전환 및 기업 차원에서 ‘과학적’ 경영전략․기업전략 수립은 상호 연계된 정책방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의 지도관리.계획화사업의 범위가 축소되고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범위가 확대되는데 따른 경영전략.기업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2001년 10월 이전에 비하면 적지 않은 변화가 시작됐던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10.3담화에서 “계획경제라고 하여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생산경영활동을 세부에 이르기까지 다 중앙에서 계획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하면서 “국가계획위원회는 경제건설에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지표들, 그 밖의 소소한 지표들과 세부규격지표들은 해당기관, 기업소들에서 계획화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이 방침을 제시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 경제학자들의 논문에 잘 드러나 있다.

강응철은 2002년 발표된 논문6)에서 “비교적 경제의 규모가 작고 구성부문들 호상 간 경제적 연계가 단순하였던 지난 시기에는 계획사업이 전적으로 중앙의 국가계획기관에 의하여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생산의 사회적 성격이 비상히 강화된 오늘 종전의 낡은 틀에 매달려 중앙에서 모든 것을 다 틀어쥐고 계획화하는 사업체계와 방법을 가지고서는 계획사업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획사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분담된 사업체계와 방법이 마련되어야 오늘의 조건에서 계획의 현실성과 합리성, 과학성과 시기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각급 경제기관, 단위들 사이에 계획지표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은 계획사업의 체계와 방법을 새롭게 개선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절박한 과업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길 학장(정준택경제대학)도 같은 맥락에서 “중앙과 지방, 기관, 기업소들 사이에 계획지표들을 합리적으로 분담하여 그들의 권한과 임무를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과 현실적 조건에 맞게 바로 규정하고 그를 철저히 집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가의 중앙집권적.계획적 관리의 강화와 기업소들의 창발성 발양을 동시에 원만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7)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계획지표의 ‘전략적’ ‘책략적’ 차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인데, 전경남 총장의 논설은 전반적인 경제구조와 기술개건 문제, 경제의 균형적 발전 등 당의 경제전략의 실행과 관련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국가지도를 국가경제전략이라는 높은 차원에만 국한시키고 기업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상당한 범위로 확대할 것을 예고한 것이었다. 이 기조는 현 시점(2012년)에서도 유효하다. 다만, 개별 공장․기업소들이 경영전략․기업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테두리’를 지켜야 한다는 단서조항은 늘 따라다닌다.

여기서 계획지표의 분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북한 경제학자 정영범의 논문8)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영범은 “세부계획화를 한다고 하면서 세부지표에 이르기까지 국가계획위원회가 직접 맡아 계획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이것은 이전까지 철의 규율로 인식되어 오던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방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세부지표에 이르기까지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맡아하면 아래 실정에 맞지 않는 계획을 작성할 수 있고 아래 단위의 책임성과 창발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국가계획위원회가 세부지표까지 틀어쥐고 계획화하게 되면 분배 위주의 계획사업에 편중하게 되여 책략안을 잘 만들어 나라의 경제를 전반적으로 활성화해나갈 데 대한 당정책을 철저히 관철할 수 없다”고 설명함으로써 그 동안의 계획화사업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정영범은 이러한 문제점 지적에 그치지 않고,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의 총적 규모를 직접 틀어쥐고 계획화하여야 하는 것만큼 분기별 구분을 가진 연간 부문별 총생산액, 지방별 총생산액과 같은 종합지표들, 인민경제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현물지표들을 맡아하도록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경제건설에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지표들과 국가적으로 반드시 틀어쥐고 해결하여야 할 중요 지표들을 맡아 계획화하는 경우에도 국가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설비, 자재를 맡아 계획화할 수 있게 지표분담을 하여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맞물려진 현실적인 계획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부문별 또는 지방별 총생산액의 월별 분할 등은 성(省).중앙기관.도(道)에 맡기고 그들이 연합기업소를 비롯한 아래 단위를 대상으로 계획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공장.기업소들이 자체 계획지표를 설정하고 계획화하는 경우에는 자체로 수요를 찾아 계획에 맞물리고 수요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정책논리의 연장선에서 “생산경영단위들에서는 자재공급사업도 계획에 맞물려 생산 공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보충적으로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경제관리의 유통 부문에서 중요한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의 전략적 의의도 강조했다. 즉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을 이용하면 공장, 기업소들 사이에 여유 있거나 부족 되는 일부 원료, 자재, 부속품 같은 것을 서로 유무상통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영범의 제안은 계획지표를 국가지표, 성(省)지표, 지방지표, 기업소지표 등으로 분할해 계획화하면 “계획사업에서 국가의 중앙집권적 지도를 강화하면서도 아래 단위의 독자성과 창발성을 높여 계획사업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더 잘 복무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그는 계획지표 분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아래에서 우로 올라오면서 생산액지표들이 부문별.시기별로 포괄 범위에 따라 분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공장․기업소 생산액이 부문별.지역별로 종합되어 인민경제적인 생산액으로 되고 월별․분기별 생산액이 종합되어 연간 국가 생산액으로 될 수 있도록 생산액 지표들이 분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장.기업소의 생산과 봉사활동 모두를 반영할 수 있는 화폐지표들이 종합되어 기업소적인 생산액으로 되기 때문에 기업소 생산액도 세부지표로 분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품종.규격.재질.용도별로 국가적으로는 물론 부문별.지역별.기업소별로 정확히 분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품종별 생산량계획은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맡아 계획화하고 규격.재질.용도별 생산량계획은 성(관리국)과 지방이 맡아 계획화하며 세부규격.재질.용도별 생산량은 공장․기업소들에서 맡아하는 방법으로 분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발전 계획지표의 경우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발전 과제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성(관리국) 또는 지방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발전 과제는 성(관리국) 또는 지방이 담당하며, 기업소 자체가 설정한 과학기술발전 과제는 기업소가 맡는 식으로 계획지표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범은 자신의 논문에서 번수입지표는 언급하지 않고 생산액지표를 중심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계획지표의 분담 문제를 다룬 논문의 주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 경제학자들 사이에 번수입지표와 생산액지표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할만하다.

계획지표의 실행단위인 기업소에서 계획지표를 작성함에 있어서는 기술적으로 ‘계획지표연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경제학자 최학봉은 기업소에서 계획지표연관도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9)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주요 수단으로 알려진 기업소의 ‘계획지표연관도’는 생산 및 경영활동 과정과 그 결과를 예견하기 위한 지표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배열하고 그 연관관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최학봉은 “계획지표연관도를 어떻게 작성하고 이용하는가 하는데 따라 생산조직, 기술관리, 자재보장, 노동조직, 제품처리 등을 위한 지표연관도들의 작성 및 이용방향이 달라진다”고 하면서 그 작업순서를 설명했다(이들 지표연관도는 기업소의 경영활동 전반의 업무를 지표화하고 그 연관관계를 도식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의 <중편>에 수록된 <표1>을 참고해야 한다). 첫 단계에서는 기업소의 객관적 실태자료 및 생산 증대 가능성에 대한 군중토의 자료 등이 지표연관도의 제일 아래 기초자료로 입력된다. 둘째 단계로, 기초자료에 따라 노력.설비.자재.자금보장 지표체계별로, 또 지표체계들 사이의 맞물림을 보장하면서 목적지표인 기업소 생산액을 타산하고 원가, 이윤, 수익성 등도 동시에 타산한다.

최학봉은 계획지표 타산에서 컴퓨터의 활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계획지표 타산의 컴퓨터화는 계획작성 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계획정보의 수집, 보관, 가공, 축적, 전송, 제공 등의 모든 과정을 컴퓨터를 비롯한 현대적인 정보설비들에 의거하여 실현하는 사무현대화의 새로운 높은 단계로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계획화사업에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설비들에 의한 정보처리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수학적 모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북한 기업소의 경영활동에서 통계학적 분석 및 처리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북한이 자본주의 나라들에서의 기업경영과 재무회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본주의 경영학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북한의 기업소 경영 및 계획화사업에서 활용할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는 기업소 계획지표연관도가 “계획을 작성하기 위한 하나의 종합적인 모형체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이 지표연관도가 사람들의 경제활동과정과 그 결과를 예견하기 위한 지표들과 그 연관관계를 종합적으로 체계화, 구조화, 정량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종국적으로 계획화사업 전반의 과학화를 강조하면서 기업소 계획지표연관도를 이용해 계획지표 타산을 위한 수학적 수법과 정보처리공정들, 능률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북한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연구들을 고려할 때 기업소의 경영활동이 전문화․과학화의 길을 걷고 있음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대안의 사업체계’에 의한 전통적인 기업소 운영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소법」에 ‘대안의 사업체계’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기업관리개선의 이러한 사정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 차원에서의 이러한 ‘혁명적 개선’ 조치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북한이 기업소의 관리개선 과정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발행되는 여러 간행물10)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전반적인 흐름과 세부적인 정책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7. 「기업소법」에서 누락된 ‘대안의 사업체계’

‘대안의 사업체계’의 기원은 1961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2차 전원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의에서 당이 직접 경제관리에 대해 책임을 지는 체계로 개편하도록 결정했던 것이다. 김일성 당위원장이 회의에서 도당위원회로 하여금 관할 지역 내 공장·기업소들에 대한 자재보장, 기술지도, 노동행정 및 후방공급 사업에 대한 지도를 하도록 지시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해 12월 15일 당정치위원회 확대회의11)에서는 ‘대안의 사업체계’로 불리는 새로운 경제관리체계가 구체화되었고 이 관리체계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사회주의헌법」에 포함될 정도로 오랜 세월 유지되어왔다.

‘대안의 사업체계’ 하에서 기업소의 관리운영은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관리체제’로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모든 공장․기업소에서는 1960년대 이래 당위원회가 관리․운영․생산을 통일적으로, 집단적으로 지도해왔다. 당위원회는 당의 정책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기업소의 현안 및 결정에 대해 집체적 토의과정을 주도했는데 당의 경제과업을 생산자대중들에게 주지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그 수행방법을 토의하게 하고, 그 의견을 당위원회에서 종합했다. 당위원회는 토의․결정된 사항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고 담당자가 과업 수행을 책임지도록 지도했다. ‘대안의 사업체계’ 하에서 지배인은 행정조직사업을 하면서 기업소 관리운영의 모든 사업을 지휘했고, 기사장은 공장의 설비상태, 노동자들의 기술기능 수준, 생산계획수행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생산을 직접 지도했다. 이에 비해 당비서는 당위원회의 각 부서들과 공장 안의 당조직․근로단체조직을 통해 종업원들의 정치조직생활을 지도했다. 이러한 의사결정체계는 1980년대 들어 지배인-기사장-당비서 간의 역할 분담이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조정되었는데 이는 기업소의 행정경제사업에서 당을 어느 정도 분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 것이었다.12)

북한은 1981년에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대안의 사업체계’를 제대로 실행함으로써 공장관리운영사업을 개선하려고 했다. 김 주석은 ‘공장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가 ‘대안의 사업체계의 기본핵’임을 재천명하고, 공장당위원회는 당의 노선.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공장관리운영사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집체적으로 토의하고 결정”할 것과 공장당비서와 지배인은 “당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각기 자기 사업”을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1960년대 이래의 ‘대안의 사업체계’를 반복하면서도 당위원회의 지도 보장이 ”지배인의 지휘능력을 억제하는 것도 아니며 당비서의 행정대행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힘으로써 역할분담을 더욱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또 “공장당위원회는 모든 공장 관리일군들이 자기가 맡은 분공과 책임을 원만히 수행하도록 일상적으로 잘 도와주어야 하며 그들 속에서 결함이 나타났을 때에는 제때에 고쳐” 줄 것을 촉구했다. 당위원회가 공장의 최고지도기관이기 때문에 “공장관리운영에서 결함이 나타난데 대한 책임을 누구보다 먼저 당위원회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13)

이로부터 10년 뒤인 1991년 5월에 김정일 당시 조직비서가 ‘대안의 사업체계’를 언급함으로써 이것이 변함없는 기업소 관리운영체계임을 확인해주었다. 그는 “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는 경제관리에서 개인의 주관과 독단을 없애고 대중의 집체적 지혜를 남김없이 동원하게 하며 정치적 방법으로 대중을 경제과업 수행에로 힘 있게 조직 동원할 수 있게” 한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한 뒤, “경제사업에 대한 당위원회의 지도는 어디까지나 정책적지도, 정치적지도이며 그것은 행정대행, 행정식방법을 배제”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14) 이것은 1980년대 이래 당의 ‘행정대행’ 현상과 당비서의 경제사업에 대한 ‘월권’에 따른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 조직비서는 1991년 7월 사회주의 경제관리이론에 관한 서한15)에서 ‘대안의 사업체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는데 10년 뒤인 2001년의 10.3담화(경제관리개선)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어 경제관리개선에 이르는 과도적인 성격을 보여준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대안의 사업체계’가 지닌 관리체계로서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첫째로, “경제기관과 기업소가 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 밑에 모든 경영활동을 벌려나가는 사업체계”라는 것이다. 당위원회에서 집체적으로 토의.결정된 방향과 분공에 의거해 행정경제일군은 경제기술사업과 행정조직사업을 담당하고 당일군 및 근로단체일군은 정치사업을 담당된다. 이렇게 하면 “정치적 지도의 우위성을 확고히 보장하고 정치적 지도와 경제기술적 지도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정치사업을 앞세우고 생산자대중을 발동하여 제기된 경제과업을 수행하며 우가 아래를 책임적으로 도와주는 사업체계”라는 것이다. 셋째로, “경제를 계획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사업체계”라는 것이다. 넷째로, “과학기술과 생산을 옳게 결합시키는 사업체계”라는 것이다. 다섯째로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여 생산을 합리적으로 보장하는 사업체계”16)라는 것이다. 이 중 넷째와 다섯째 특징은 2002년 7월 이래의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부분적으로 연상시킨다.

김 조직비서는 ‘대안의 사업체계’를 통해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행정경제일군들이 과학기술발전을 앞세우고 경제적 효과성과 제품의 질을 높이는 원칙에서 경제기술사업과 행정조직사업을 책임적으로, 창발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그밖에도 경제관리의 정규화, 일 생산 및 재정 총화제도 확립 등과 함께, 경제관리기구를 구성할 때 “국가의 통일적지도와 기업소, 지방의 창발성을 옳게 결합시키는 원칙”17)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입장표명에서 우리는 1991년 7월의 시점에는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틀 안에서 경제관리개선을 모색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한 기업소들은 1991년에 이미 경제관리개선의 1단계를 통과했다고 할 수 있고 2002년의 경제관리개선 조치는 그 다음 단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0년의 「기업소법」제정은 2단계의 ‘총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방향에서 볼 때 김정은 영도체제 하에서 기업소 관리개선의 ‘3단계 혁신’이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 앞으로 초점이 될 것이다.

현재 조선로동당이 북한의 기업소 경영활동에 관여하는 정치적 근거는 당 규약(2010년 9월 28일 개정)이다. 당 규약에는 생산단위, 즉 기업소에 당조직(초급당)을 조직하도록 되어 있고 각급 당위원회는 집체적 토의결정과 집행, 조직정치사업 진행 등을 실행하도록 되어 있다. 규약에서 해당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각급 당조직은 지역단위와 생산 및 사업단위에 따라 조직한다.”(12항) “각급 당위원회는 해당 단위의 최고지도기관이며 정치적 참모부이다. 당위원회의 활동에서 기본은 집체적 지도이다. 각급 당위원회는 새롭고 중요한 문제들을 반드시 집체적으로 토의결정하고 집행하며 여기에 당지도기관 성원들과 당원들의 책임성과 창발성을 밀접히 결합시켜야 한다.”(13항) 그리고 기층 당조직의 임무와 관련하여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한다. 당의 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집체적으로 토의결정하고 그 집행을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실속 있게 진행하며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높이 발양시키고 최첨단을 돌파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 생산과 건설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일으키며 생산문화, 생활문화를 확립하고 국가사회재산을 주인답게 관리하며 근로자들의 후방사업을 개선하도록 한다.”(45항의 6)

김일성과 김정일의 지적에서도 확인되듯이 북한에서는 당조직들의 ‘행정대행’ 현상에 대해 계속 경계해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조직들의 ‘행정대행’ 현상은 기업소의 경영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는 현실이 쉽사리 극복되지 않았던 것이다. 리명철 청진철도국 당책임비서가 2005년에 ‘당․행정 배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정책논설을 발표18)한 바 있는데, 이를 기업소 당위원회에 대입해도 유사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리명철 비서는 “만약 당조직들이 행정경제사업을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지도하지 않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지도하거나 경제실무에 빠지게 되면 당이 정치적 성격을 잃고 행정화되며 경제기관화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당 간부들의 명령식 지도나 경제실무 간섭의 폐단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사업에서 최대의 금물은 행정대행”이라고 전제하고 “당일군의 행정대행은 행정경제일군들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적극성과 창발성을 억제하며 그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주인다운 입장에서 사업을 주동적으로 벌려나갈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바람직한 당 간부의 활동상을 다음과 같이 그려냈었다.

첫째로, 당 간부는 “행정실무적인 사업에 끼어들어 명령하고 호령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행정경제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일이 있으면 먼저 찾아가서 허심탄회하게 의견도 나누고 팔을 걷고 뛰어다니면서 풀어주기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당 간부는 “행정지휘체계를 철저히 세우고 행정적 지시에 절대복종하는 규율을 엄격히 지키도록 당적 지도와 통제를 강화하며 행정경제일군들의 사업상 권위를 백방으로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당 간부는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행정경제일군들을 먼저 내세우고 어렵고 힘든 일이 나설 때면 말없이 그 짐을 나누어지고 같이 뛰는 기풍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로, 당 조직은 “행정경제일군들이 당조직 관념을 바로가지고 당조직의 지도와 통제를 받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사업과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당조직에 제때에 보고하고 당조직의 의견을 받아 처리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로, 당 간부는 “실력이 낮으면 행정경제일군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없고 사업에서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고, “정치적 지도, 정책적 지도를 잘하자고 하여도 실력이 있어야 하고 행정대행을 없애자고 하여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모델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소 근무경력이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활용한 한 연구19)에서는 당비서의 ‘월권’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업소 당위원회는 초급당비서(당의장) 책임 하에 지배인, 기사장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며 지배인, 기사장 등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상정되어 있다. 기업소에 제기된 생산계획 수행과 전반적인 운영사업에 대해 책임지며 이를 직접 지도하는 당위원회 지도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당위원회가 해당 단위의 집체적 지도기관으로서 지배인, 기사장 등 행정경제일군의 독단을 막고 집체적 지도를 실현하라는 것이었지, 당 간부들이 당 조직의 권위를 악용하여 지배인을 제쳐 놓고 생산관리 및 공장관리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 비서에게 앞에 나서지 말고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 당사업만 하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당 비서가 전면에 나서 지배인을 좌지우지하고 흔드는 폐단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당 비서와 지배인이 서로 협력해야 경제관리 및 경영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노동당은 지배인-기사장-당 비서 ‘3인 일체’가 서로 다투지 말고 협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이들 간에 협력보다는 갈등․경쟁관계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당의 ‘행정대행’ 현상에 대한 경계를 촉구하는 담화를 여러 차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기업소의 현실을 다룬 북한의 예술영화들에서 당 비서의 모범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빈번히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인-기사장-당 비서 간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기업소법」을 제정하면서 「사회주의헌법」에까지 명기된 ‘대안의 사업체계’를 굳이 「기업소법」에서 누락시킨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는 「기업소법」에 ‘대안의 사업체계’가 포함되면 1991년 7월의 김정일의 경제관리개선에 관한 틀, 즉 ‘대안의 사업체계’ 안에서의 경제관리개선을 연상시키고 이를 넘어선 2001년 10.3담화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지배인-기사장-당 비서 간의 갈등구조가 남아 있는 한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과 ‘경제공간들’의 효과적인 활용, 기업소의 경영전략․기업전략의 수립,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변화 등 기업관리개선에 제기되어온 새로운 방향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기업소에서 당조직의 기능과 집체적 지도의 특성은 활용하되 분담된 업무의 선을 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의지가 「기업소법」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소법」은 <표4>와 <표5>에서 보여지듯이 행정간부회의, 참모회의, 종업원총회 등의 정상적 운영을 통한 집체적 토의와 결정 및 실행을 기본으로 하는 ‘대안의 사업체계’의 정신은 살리면서도 당의 개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의 ‘지배인책임제’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기업소법」은 기업소의 경영활동 자체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부 법률에서도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당과의 관계를 누락시킨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소법」에 당위원회를 아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소 당위원회는 당 규약에서 규정한 범위에서의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당 간부들의 ‘월권’이나 ‘행정대행’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 「기업소법」의 실행 과정에서 기업소 초급당조직의 간부들은 자신의 역할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해 중앙당에 문의하는 일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표4> 기업소의 조직절차 등

조 항

  구  분

                          내     용

제11조

조직기관

- 내각, 중앙노동행정지도기관, 도(직할시)인민위원회,

  시(구역),군인민위원회, 해당기관

제12조

조직근거

- 국가적 조치

- 기관, 기업소, 단체의 요구

제13조

조직신청

- 기관, 기업소, 단체는 신청문건 작성 및 해당 기업소 조직기관 제출

- 신청문건 기입내용: 기업소명, 조직목적, 소재지, 급수, 종업원수,

  업종과 지표, 규모 등

제14조

심의 및

결과 통지

- 기업소 조직기관은 신청문건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 심의 (승인 또는

  부결 결정)

- 심의결과의 문건 통지

제15조

등록

- 기업소 승인일로부터 30일 이내 등록신청문건의 인민위원회 제출

  (인민보안기관 경유)

- 등록신청문건 제출 시 승인문건, 건물이용허가문건 등 필요한 문건 첨부

제16조

등록증 발급

- 등록신청문건을 접수한 인민위원회는 30일 이내 심의, 해당 기업소의

   등록

- 등록된 기업소에 기업소등록증 발급

  (기업소등록증 없이는 경영활동 불가)

제17조

재등록

- 등록내용의 변경시 10일 이내 변경등록신천문건의 인민위원회 제출 및

  재등록 (인민보안기관 경유)

- 변경등록신청문건에 기업소 명칭, 주소, 변경이유 기재,

  해당 기업소조직기관이 승인한 변경승인문건 첨부

제18조

정리

- 조직기관은 국가 정책과 현실의 요구를 반영해 불합리하거나 전망성이

   없는 기업소 정리 가능

- 정리와 관련한 절차와 방법은 별도 규정

제19조

등록증 반납

- 통합․ 분리 및 기타 사유로 기업소가 없어졌을 경우 10일 이내 해당

  인민위원회에 기업소등록증 제출

  (인민보안기관 통보)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 

<표5> 기업소 관리기구 

조 항

  구  분

                           내       용

제20조

관리일군

- 관리기구 규정에 의거, 지배인, 기사장, 부지배인 등 관리일군 구성

- 관리일군: 기업소 사업을 책임진 지휘성원 

제21조

지배인

- 기업소 대표, 기업소 전반사업 책임

- 지배인 부재 시 기사장 또는 정해진 관리일군의 지배인사업 대리

제22조

기사장

- 기업소의 계획작성, 생산지도, 기술관리, 품질관리, 설비관리 등

  사업책임

- 기사장의 사업정형을 지배인에게 정상적으로 보고

제23조

부지배인

- 기업소의 자재공급, 제품판매, 노동행정, 운수, 후방경리 등 사업책임

- 부지배인의 사업정형을 지배인(지배인 부재 시 기사장)에게 보고

제24조

관리부서

- 과학적, 합리적 기업관리를 위한 부서 조직 및 구체적인 사업분담

- 관리일군의 자기 직무의 책임적 수행

제25조

사업준칙

작성

- 사업준칙 등의 작성 및 엄격한 준수 (국가의 통일적 기업소관리규범에

  따라 자체 실정에 맞는 사업준칙 작성)

- 종업원총회에서 사업준칙 결정

제26조

회의운영

- 행정간부회의, 참모회의, 종업원총회 등의 정상적 운영

  (목적: 경영활동에서의 집체적 협의 강화 및 필요한 대책 수립)

- 회의운영 절차는 사업준칙에 규정

제27조

비상설

위원회

- 독립채산제실시위원회, 과학기술심의도입위원회, 재정검열위원회,

  설비점검검열위원회 등 비상설위원회 조직 및 정상적 운영

  (기업소 실정에 맞게 비상설위원회 조직)

제28조

기구변경

- 기구 변경 시 해당 기업소 조직기관의 승인 획득 필요

  (승인 없이는 기구 변경 불가)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

<표5>의 기업소법의 관리기구를 보면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강조하던 ‘기사장을 참모장으로 하는 공장참모부’에 의한 생산지도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기업소는 ‘지배인책임제’ 하에서 기사장 책임 하에 참모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소의 계획작성, 생산지도, 기술관리, 품질관리, 설비관리 등에 대한 책임은 기사장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대안의 사업체계’ 하에서 자재공급, 제품판매, 운수 등은 부지배인이 담당하고 노동행정, 후방공급 등은 기사장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20), 「기업소법」에는 이 업무들이 모두 부지배인의 담당으로 규정됨으로써 기사장은 생산관련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에서 「기업소법」 입수를 계기로 북한의 기업관리개선의 방향과 그 실제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기업소의 관리개선에서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이 더욱 중시되고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들’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번수입’에 의한 경영활동 및 경영전략․기업전략의 중시에 따라 기업소의 경영문화가 상당히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계획화사업에서도 ‘분권화’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혁명적 개선’과 ‘혁신’을 통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21) 북한의 기업소 관리개선 문제를 분석하면서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업소 몇 군데를 선택해 실제 경영활동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측의 공개 자료가 매우 제한적인데다가 탈북자들 가운데 이러한 분석과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경우를 찾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김정은 영도체제 하에서 기업관리개선에서 또 한 단계의 혁신이 일어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이다. 기업관리개선을 다룬 이 글에서는 북한이 ‘개선’ ‘혁신’ ‘혁명적 개선’ 등의 이름으로 그들 나름의 ‘개혁’ 조치를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음이 여러 형태로 확인되었다. 다만 북한은 중국과는 달리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와 계획경제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완만하게 ‘개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여러 차례 교시한 대로 ‘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개혁’ 조치가 분명하다 하더라도 북한은 ‘개선’ 등의 정치적 술어를 견지할 것이다. 김정은 영도체제 하에서 북한의 기업소들이 어떻게 탈바꿈해나갈 지는 잘 관찰하고 분석하면 북한사회의 전체 변화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 과정에서도 유익할 것이다. (끝)

<각주>

1) 김태일, 『북한 국영기업소의 관리운영체계』(민족통일연구원, 1993년 12월), 29-31쪽.
2) 文浩一, “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の經濟改革” 實利主義への轉換と經濟管理方法の改善“, 『アジア經濟』 XLV-7 (2004.7), 52쪽.
3) 김태일, 앞의 논문, 32-34쪽.
4) 서재영․박제동․정수웅, 『우리 당의 선군시대 경제사상 해설』(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2005.9.30), 303쪽.
5) 전경남, “우리나라 사회주의경제관리체계와 방법을 결정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현실발전의 절박한 요구”, 『근로자』 2005년 3호.
6) 강응철, “주체적인 계획경제관리원칙을 철저히 관철하는 것은 우리 제도제일주의를 구현해 나가기 위한 확고한 담보”, 『경제연구』, 2002년 4호.
7) 김정길, “사회주의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게 하는 것은 사회주의경제관리완성의 기본방향”, 『경제연구』, 2003년 1호.
8) 정영범, “계획지표의 합리적 분담”, 『경제연구』, 2007년 3호.
9) 최학봉, “기업소 계획지표련관도와 리용에서 나서는 몇가지 문제”, 『경제연구』, 2007년 2호.
10) 이 글에서는 『경제연구』를 주로 인용하면서 『근로자』를 보충적으로 활용했으나, 북한의 경제이론과 정책, 경제실태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연구』,『근로자』외에도 김일성․김정일의 각종 저작류, 학술지『김일성종합대학학보』, 일간지『로동신문』『민주조선』,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 경제관련 단행본 등을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측의 공식간행물이 단순한 정치선전물의 차원을 넘어서 그들 사회의 단면을 구체적으로 읽어내는 유효한 분석수단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1) 김일성,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내올데 대하여”(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한 연설, 1961년 12월 15일), 『김일성저작집』, 제15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1년)
12) 김태일, 앞의 논문, 35-40쪽.
13) 김일성, “대안의 사업체계를 철저히 관철하여 공장관리운영을 개선하자”(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제3차전원회의에서 한 결론, 1981년 4월 2일), 『김일성저작집』. 제36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0년)
14) 김정일,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 1991년 5월 5일), 『김정일선집』, 제11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7년)
15) 김정일, “주체의 사회주의경제관리리론으로 튼튼히 무장하자”(창립 45돐을 맞는 인민경제대학 교직원,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 1991년 7월 1일), 『김정일선집』, 제11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7년)
16) 이 부분은 특히 2002년 7월 이래의 경제관리개선 조치로 이행해가는 과도적 성격을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해 김정일 조직비서의 설명을 일부 옮겨본다.
- “대안의 사업체계는 생산의 양적 지표와 함께 질적 지표를 현실에 맞게 과학적으로 정하고 그것을 다같이 고려하여 경영활동의 성과를 보장하는 질서를 세움으로써 생산의 질적 지표의 개선을 통하여 양적 지표를 넘쳐 수행하게 합니다.”
- “대안의 사업체계는 자재를 자재상사에서 계획과 계약에 따라 상업적 형태를 통하여 공급하게 합니다. 자재의 계획적 공급을 상업적 형태로 실현하면 적은 자재로 생산과제를 원만히 수행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대안의 사업체계는 노동정량을 과학적으로 제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노력 조직을 하며 노동보수공간을 합리적으로 리용하는 질서를 통하여 노동생산능력을 높이고 보다 적은 노력으로 생산을 보장할 수 있게 합니다.”
- “대안의 사업체계는 재정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여 경제적 타산을 바로 하고 수익성을 높여 국가에 더 많은 이익을 주도록 생산을 합리적으로 보장합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국가의 계획적 지도 밑에 기업소가 상대적독자성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창발적으로 하게 하는 원칙에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독립채산제가 집단주의적 원칙과 인민경제의 계획적 균형적 발전을 더 잘 실현하며 생산과 경영활동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복무하게 합니다.”
17) 이 부분에 관한 김정일 조직비서의 설명도 경제관리개선 조치로 이행해가는 과도적 성격을 보여준다.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기업소, 지방의 창발성의 옳은 결합은 국가와 기업소 사이, 국가와 지방행정경제기관 사이에 책임과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을 통하여 실현됩니다. 사회주의경제가 중앙집권화된 경제라고 하여 기업소와 지방에 일정한 권한을 주지 않고 얽어매놓기만 하면 기업소와 지방의 자립성과 창발성을 높일 수 없으며 반대로 기업소와 지방의 창발성을 높인다고 하면서 기업소와 지방에 지나치게 경제관리권을 넘겨주면 국가의 중앙집권적지도가 약화되고 사회주의경제가 파탄되게 됩니다. 사회주의 경제관리기구는 반드시 국가의 중앙집권적인 계획적 지도를 강화하는 기초 우에서 기업소와 지방행정경제기관에 일정한 권한을 주어 그 자립성과 창발성을 높이는 원칙에서 끊임없이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18) 리명철, “당, 행정배합을 잘하는 것은 당조직들의 중요한 임무”,『근로자』 2005년 3호.
19) 정영태 외, 『북한의 부문별 조직 실태 및 조직문화 변화 종합연구: 당․정․군 및 경제․사회부문 기간조직 내의 당기관 실태를 중심으로』, 통일연구원, 2011, 152-154쪽.
20) 김태일, 앞의 논문, 42-44쪽.
21) 북한의 기업소 관리개선 문제를 분석하면서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업소 몇 군데를 선택해 실제 경영활동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측의 공개 자료가 매우 제한적인데다가 탈북자들 가운데 이러한 분석과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경우를 찾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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