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서울 운니동 사무실에서 석혜진(오른쪽)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이남재(가운데) (사)위드아시아 사무총장도 동석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기존 반핵평화운동가나 환경운동가들이 중심이 된 대회와 달리 원폭피해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탈핵을 외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소재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 조직위원회' 서울사무국에서 만난 석혜진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공동주최단체인 '합천평화의집'은 국내 첫 원폭피해 환우들의 쉼터이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한국원폭2세환우회 등 국내 대표적인 원폭피해자단체들도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회의 슬로건도 '세계 피폭자와 함께 합천으로!'다. 행사 첫날인 3월23일에는 피폭자의 삶과 핵문제를 담은 가마쿠라 히데야 NHK PD와 김환대 감독의 다큐멘터리 2편이 상영되며 감독들과 관객들의 대화도 예정 돼 있다. 둘째날에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와 후쿠시마, 대만,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온 이들, 그리고 한국인 1,2세가 참여하는 세계 핵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린다.

그런데 왜 합천인가? 석 운영위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일본측 통계에 따르면,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와 8월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으로 피폭당한 전체 70만명 중 7만명이 조선인이었으며 이 중 70% 정도가 합천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합천에서 강제징용된 이들이 주로 히로시마 소재 공장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먼저 끌려간 조선인들이 친지들을 불러들이고, 마침 합천에 기근까지 덮쳐 많은 합천 사람들이 히로시마에 갔다가 참화를 겪게 된 것이지요."

조선인 피폭자 7만명 중 4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 3만명 중 2만3천여명이 한반도 남쪽으로 귀국했다. 생존 귀환자 절반이 경상남도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합천 연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현재 국내 거주 원폭피해자는 2,675명이며, 원폭피해자 2,3세는 대략 7,500명(2005년 국가인권위 조사결과)이다.

▲ 석혜진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지원하는 모임'에 오래 참여해온 일본인 여성학자 이치바 준코씨가 합천을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부른 이유다. 이는 그녀의 저서명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일본인 100여명(2012년 2월15일 현재) 중 한 사람이다.

조직위원회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자칫 빠지기 쉬운 폐쇄성을 넘어 광범위한 연대도 꾀하고 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 에너지정의행동, 평화박물관, 민족문제연구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일평화100년시민네크워크,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참교육학부모회, 전태일노동연구소, 에코붓다, 여성환경연대, 기독교환경연대, 생태지평연구소, 시민평화포럼, 생명평화마중물, 천도교한울연대, 두레생협연합회, 환경운동연합, 한일시민선언실천협의회 등 참여단체 면면이 이를 보여준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3.26~27)를 앞두고 일시적 연대이나 "뒤에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자(조직위원회 관계자)"고도 했다.

또, '합천평화의집'은 지난 15일 출범한 40개 정당.단체 연합체인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지원.보상을 넘어 탈핵을 요구합니다. 또 일본이 돈으로 떼우려 하지말고 원폭피해자들에게 사죄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석혜진)"는 뜻을 분명히 하는 차원이다.

석 운영위원장은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는 합천평화의집 원장이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사)위드아시아 이사장 지원 스님,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 세 분이 조직위원장이 되셔서 다각도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 측에 남겨진 과제도 있다. 핵무기에는 반대하면서도 원자력발전소에는 반대하지 않는 일부 원폭 피해자들의 경우, 반핵.환경운동과의 연대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2 합천비핵.평화대회'는 다음달 2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경남 합천 종합사회복지관과 군민체육관 등에서 열린다. 첫날 대회식과 기조강연, 둘째날 피폭자와의 만남 등에 이어 가수 안치환과 백청강, 원폭피해자 1,2,3세로 구성된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핵없는 세상, 평화 콘서트'로 막을 내린다.

정주하 백제대 교수의 비핵.평화사진전, 이재갑과 원폭피해자 1,2,3세가 함께하는 '사진, 희망을 말하다', 최병수 화가의 비핵퍼포먼스 설치미술전, 청소년평화캠프, 대한결핵협회 무료검진, 짬짜미 평화공연 등 부대행사도 계속된다. 참가문의는 조직위원회(02)744-8007,
http://cafe.daum.net/hapcheonANPF)

(수정,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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