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지난 1월 3일 <통일뉴스>가 단독입수 보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2010년 11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194호로 채택)에 대한 분석글을 세 차례에 나누어 게재한다. 각주는 본문 읽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뒷부분으로 따로 모았다.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상)
1. 기업소 경영의 전제
2.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3. ‘경제적 공간들’(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활용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중)
4. ‘번수입’에 의한 기업소 경영
5. 기업소의 경영전략․기업전략 중시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하)
6.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변화
7. 「기업소법」에서 누락된 ‘대안의 사업체계’


<통일뉴스>는 지난 1월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2010년 11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194호로 채택, 이하 「기업소법」)을 단독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통일뉴스>로부터 「기업소법」을 받아 검토하는 과정에 이 법이 2002년 7월 이래의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이뤄진 기업소 관리상의 개선 조치들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소법」의 법률적인 맥락 못지않게 정책적인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10여 년간 북한에서 진행되어온 기업소의 관리개선 조치들과 그 기초 위에서 만들어진 「기업소법」을 다루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기업소에 관한 관심은 매우 적은 편이고, 극소수 전문가들만이 기업소 운영에 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기업소법」을 정밀 분석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일반의 관심사안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이르면 북한 기업소의 관리방식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에서의 기업운영은 일부 남측의 경영관리방식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진행될 경제특구 바깥의 북한 기업소와의 교류협력과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북한 기업소의 관리운영을 살펴보는 것은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기업소의 관리운영에 관한 파악은 남북경협 차원에서 뿐 아니라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사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기업소는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인 생산단위’이기 때문에 기업소의 관리운영을 모르고서는 북한 경제의 운영원리를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의 경제이론 및 정책 전문지인 『경제연구』(계간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검토하다보면 경제환경 변화 및 경제관리 개선을 반영한 ‘새로운’ 이론과 정책 설명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연구』 등을 통해 설명해내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미흡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측의 문헌에 대해 ‘선전’ 차원으로만 이해한다거나,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기업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그들의 경제이론과 정책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혹은 사회주의 경제이론에서 출발해 ‘주체경제학 이론체계’를 정립해온 북한의 경제이론과 용어가 생경해 분석 자체가 어렵다거나 하는 등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하여튼 북한 기업소의 관리운영에 관한 연구는 의외로 드물다. 1970~90년대 북한의 기업소에 관한 연구들은 1960년대 초에 확립된 ‘대안의 사업체계’와 그 후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기업소 관리운영에 관한 관심이 거의 끊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기업소법」 제정 소식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글은 북한의 기업소 관리개선 조치의 맥락에서 「기업소법」을 다룬다. 다소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하여 정리하려고 하지만 이 과제가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북한의 정치경제학적 전문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 북한의 경제이론과 정책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기업소의 관리운영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기업소 관리개선의 흐름을 반영해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경제적 공간들’(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활용 △‘번수입’에 의한 기업소 경영 △기업소의 경영전략.기업전략 중시 △기업소 계획화사업의 변화 △「기업소법」에서 누락된 ‘대안의 사업체계’ 등을 다룰 것이다(북한 기업소의 관리운영에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경제연구』 등의 출처를 주석을 통해 밝힌다).

1. 기업소 경영의 전제

「기업소법」 제1장 ≪기업소법의 기본≫은 1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소법의 사명(제1조), 기업소의 정의(제2조), 기업소의 조직원칙(제3조), 기업소의 경영원칙(제4조), 기업소의 물질기술적 토대강화 원칙(제5조), 경영활동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원칙(제6조), 사회주의애국주의교양 원칙(제7조), 기업소사업에 대한 지도원칙(제8조), 기업소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보호원칙(제9조), 법의 적용 제외대상(제10조)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 조항은 제1조, 제4조, 제8조이다.

「기업소법」의 제정 목적은 ‘기업소의 조직과 경영활동에서의 제도와 질서 확립’을 통해 ‘사회주의 기업관리체계의 공고화’ 및 ‘인민경제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우선 ‘기업소의 조직과 경영활동에서의 제도와 질서 확립’은 1994년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 심각한 경제위기 하에서 공장.기업소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즉 공장.기업소들에서 생산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파행적으로 운영되다가 2000년대 들어와 점차적으로 기업소들이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던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래 경제관리개선 조치가 광범위하게 실행되는 가운데 기업소 경영활동에서도 ‘번수입’을 기본으로 하도록 바뀌는 등 관리개선 조치들이 잇따라 나왔고 이를 「기업소법」에 반영할 필요성이 생겼다. 북한이 2000년대에 들어와 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의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려고 모색해온 것도 「기업소법」 탄생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기업소법」에 ‘사회주의 기업관리체계의 공고화’가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지난날의 기업관리체계를 견지하려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경제관리개선의 맥락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 기업관리체계’는 2002년 7월 이래의 경제관리개선 조치들에 의해 ‘변화된 기업관리체계’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제4조, 제6조, 제8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기업소의 경영원칙을 다룬 제4조는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소의 ‘경영’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있다. 경영은 “경제적 공간들을 능숙하게 활용하여 국가에 더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한 경제활동”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기업소 ‘경영’이라는 표현이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1년 7월에 이미 경제 간부들의 교육기관인 인민경제대학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회주의사회의 과도적 성격으로부터 사회주의 경제관리에서는 기업소가 상대적 독자성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며 노동에 대한 물질적자극과 상품화폐관계와 가치법칙을 경제관리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1)

이 설명은 사회주의사회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해가는 ‘과도기’ 사회이기 때문에 상품화폐관계와 가치법칙(시장경제 요소)을 ‘형태적’으로, ‘제한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정치경제학 이론에서 출발한다. 상품화폐관계와 가치법칙을 경제관리의 수단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기업소 운영에서 ‘상대적 독자성을 지닌 경영활동’이 불가피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정치도덕적 자극뿐 아니라 물질적 자극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은 이미 1990년대에 이론적으로 정립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02년 이래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차원에서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그 과정에서 ‘경영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2)

북한 기업소의 경영과 관련하여 ‘상대적 독자성’ 혹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이라는 표현은 기업관리개선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어 구체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시장사회주의)의 발전과정에서나 1980년대 말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개혁’(재편 등 포함) 열풍 속에서 기업개혁3)은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였다. 당시 기업개혁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하에서의 ‘기업의 자율성’ 증대 논의에서 출발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북한에서도 사회주의사회의 ‘과도적 성격’, 즉 상품화폐관계와 가치법칙이 작용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인정한다(최고지도자의 발언이나 ‘주체의 정치경제학’ 이론체계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북한에서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은 국가의 계획경제에 복무하는 범위 내에서의 독자성이고,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를 전제로 한 독자성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이 체험했던 ‘기업의 자율성’ 증대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북한의 대부분의 경제저술에서 기업소의 ‘경영상 독자성’을 언급할 때에 ‘상대적’이라는 술어를 반복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소법」에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에 관한 언급이 없지만 북한에서 기업소의 ‘상대적 독자성’은 경영활동의 중요한 전제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것은 「기업소법」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학자 박흥엽은 2001년에 국영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에 관한 주목할 만한 논문을 두 편 발표했다(편의상 시기적으로 앞의 것을 A논문으로, 뒤의 것을 B논문으로 지칭한다).4)

A논문에 따르면 국영기업소는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의 단위가 아니라 경영의 단위”이고 “국가소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다. 국영기업소의 활동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와 기업활동은 하나로 결합”되어 있고 “그 활동의 독자성은 경리운영분야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경영활동의 독자성은 국가적 지도를 전제로 하며 사회주의국가의 중앙집권적 지도의 한계 안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소들이 경영상 독자성을 가진다고 하여 국가계획 수행과 관련이 없는 경영활동을 진행하거나 기업소 자체의 수입을 보장하는데 기업활동의 목적을 복종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영기업소의 독자성은 “국가의 중앙집권적, 계획적 지도에 복종되어 실현되는 상대적 독자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박흥엽은 A논문의 말미에 “사회주의사회에서 국영기업소의 독자성을 경리운영 분야를 벗어나 확대하거나 그것의 상대적 성격을 부정하고 그것을 절대화하며 국가와의 관계에서의 그 어떤 절대적인 《자립성》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 같이 우경적 편향”이라고 강조했다.

박흥엽의 이러한 논지는 당시 북한 경제학계에서 ‘상대적 독자성’을 둘러싼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해준다. 또한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에서 진행된 ‘기업의 자율성’ 증대 등의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정책이 나타났고 결국은 국영기업이 계획경제에서 이탈했던 경험을 비판할 필요성이 북한 내부에서 제기됐음을 보여준다. 그가 “사회주의 국영기업소의 독자성을 경영활동 분야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것을 절대화하면서 서로 다른 소유의 기업소들처럼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업활동의 《자유화》,《분권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하면서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본성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며 사회주의 경제발전에서 계획성과 균형성을 파괴하고 자연발생성과 무정부성을 조장시키는 해독적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는 주장으로 논문을 끝맺은 것은 이러한 내외의 사정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런데 박흥엽이 3개월 뒤에 발표한 B논문에서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겨 김정일 위원장의 2001년 10월 3일 담화를 전후한 시기에 북한 경제이론계의 정책토론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는다. 그는 B논문에서 “근로자들 속에 부분적으로 아직 자기가 지출한 노동에 대한 보수를 타산하는 관점이 있고 집단주의정신이 높지 못한 조건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경제적 공간을 이용하여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놓아야 그들이 국가재산을 자기의 것과 같이 애호하고 잘 관리하며 노동에서 창발성을 발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은 곧 국영기업소에 경영상 독자성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주의 국영기업소에 경영상 독자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 어떤 주관적 의사와 욕망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필연성으로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B논문에서 사회주의사회에서는 국영기업소의 ‘경영상 독자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김일성과 김정일이 새로 해명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영상 독자성에 관한 이론’의 정립에 따라 “국영기업소 독립채산제의 본질, 독립채산제의 지위, 독립채산제를 정확히 실시하기 위하여 가치법칙을 이용하는 원칙과 방도 등 기업관리에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옳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이론적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독립채산제 실시와 가치법칙 이용 등 기업경영활동의 이론적 기반이 ‘경영상 독자성’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독립채산제를 1970년대부터 강조해왔지만 2002년 7월 이래 경제관리개선 조치 하에서의 독립채산제는 이전의 독립채산제와 성격을 달리한다(이에 대해서는 ‘번수입’에 의한 기업소경영 부분에서 다룬다).

박흥엽은 B논문 마지막 문장에서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사회주의사회에서 국영기업소들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과 그의 기초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경제관리를 더욱더 합리화하여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대목이 A논문의 마지막 부분과는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북한의 경제이론과 정책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뉘앙스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때로는 중요하다).

북한에서 기업소들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지만 국가로부터 중앙집권적.계획적 지도를 받아야 하고 국가에 기업이득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소의 관리운영과 관련해 국가와 기업소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 경제학자 정광영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기업소에서의 화폐축적과 분배를 다루면서 중앙집권화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를 해명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5)

정광영은 논문에서 “화폐축적분배에서 중앙집권화만을 절대화하면서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무시하여도 안 되며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중시하면서 중앙집권화를 약화시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앙집권화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의 결합은 조성된 화폐축적(즉 ‘번수입’에서 노동자의 생활비를 공제한 부분, 즉 국가기업이득금과 기업소 자체충당금, 인용자)의 일정한 부분을 국가의 수중에 중앙집중적으로 동원하면서도 그 일부를 기업소 자체자금으로 분배하는 것을 통하여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영기업소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고 해서 기업소들에서 번 것을 국가에 들여놓지 않고 자체로 분배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조성된 화폐축적의 일부를 기업소에 남겨놓는 것은 기업소로 하여금 경영활동을 개선해 실리를 보장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정광영은 화폐축적분배에서 중앙집권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국가가 강성대국 건설에 필요한 재정자원을 자기 소유의 기업소들에서 장악하여 전사회적 범위에서 분배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은 “국영기업소의 관리운영에서 독립채산제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전자가 국가의 경제발전과 전반적 살림살이를 위한 자금원천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후자는 독립채산제를 성과적으로 실시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독립채산제 기업소 화폐축적분배에서는 중앙집권화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의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약화시키지 말 것”을 강조하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볼 때 2000년대 중반에 북한의 국가기업소들의 경영진들은 인민경제대학 등에서 생산경영활동에서의 중앙집권화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 간의 ‘배합/결합’과 균형의 필요성에 관한 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집권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무시하면 ‘좌경적 오류’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우경적 오류’라는 내용의 교육이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기업소자금이 어떤 성격을 갖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소법」 제12조에는 “국가적 조치에 따라” 기업소를 조직하는 경우와 “기관, 기업소, 단체의 요구에 따라” 기업소를 조직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기업소라도 국가적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기업소는 국가예산을 납부하는 의무를 지며, 기업소자금을 운영해 소득을 올리고 이것으로 국가기업이득금, 기업소 자체충당금, 기업소기금 등을 분배한다는 점에서 볼 때 기업소자금의 성격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경제학자 오선희는 기업소자금의 성격을 다룬 논문을 2005년에 발표한 바 있다.6) 기업소자금은 기계설비, 건물, 원자재, 미성품과 반제품, 완제품과 발송제품 등의 각종 재산을 화폐적으로 반영한 것이고 재생산과 직접 연관된 자금이다. 그에 따르면, 기업소자금은 우선 ‘국가적 성격을 띤 자금’이다. 기업소자금은 국가자금을 원천으로 하며 국가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납부하여야 할 자금이라는 것이다. 기업소는 국가로부터 자금을 받으며 이것으로 생산활동에 필요한 고정재산과 유동재산을 마련한다. 기업소는 사회를 위한 노동에 의해 창조된 순소득의 상당한 몫을 국가에 납부한다. 기업소자금에 관한 재정계획은 전반적인 경제계획에 맞물려 있으며 “철저히 당과 국가의 의도대로 진행된다.” 따라서 기업소자금의 이용계획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없으며 오직 집행할 의무만이 있다.”

오선희는 기업소자금이 ‘국가자금의 성격’과 함께 ‘상대적 독자성’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소는 생산경영활동을 진행하여 들어오는 판매수입에서 지출비용을 공제하고 사회순소득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게 되는데 그 지출비용은 “처음에 기업소 조업 개시 당시 국가가 공급해준 자금”이었다고 강조한다. 원래는 이 지출비용도 국가에 납부해야 하지만 기업소의 독자성을 감안해 “국가에 납부되지 않고 다시 다음번 생산에 투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소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순소득의 일부를 기업소자금으로 기업소에 남겨둔다.” 따라서 기업소자금에는 “국가가 조업개시와 더불어 공급해준 자금과 경영활동과정에 축적된 자금이 포함”되며 경영활동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보충되고 증대된다.

다만 오선희는 기업소자금 운용에 부여하는 독자성은 ‘상대적 독자성’이라는 점을 첨언했다. 기업소자금 운용에 ‘완전한 독자성’을 부여하는 자치제를 도입하면, 즉 “공장, 기업소가 자치제로 운영되면, 재정활동도 생산활동도 매개 공장, 기업소가 독자적으로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윤도 공장, 기업소 단위로 나누어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소와 국가의 관계는 자본주의사회처럼 ‘조세’를 통해 맺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관계는 “기업소자금활동, 재정활동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지도와 작용은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기업소자금 운용에 ‘상대적 독자성’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은 경영활동의 기초이기 때문에 기업소 관리운영은 모두 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확대하는 조치는 ‘계획 분권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루기로 하고, 「기업소법」 제4조에 규정된 기업소의 경영원칙 문제를 더 살펴보기로 한다.

3. ‘경제적 공간들’(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활용

북한 기업소들도 당연히 경영활동을 통해 소득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득이 많아야 국가에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다. 기업소의 소득은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국가적 시책’이나 경제발전을 위한 ‘확대재생산’의 물질적 토대이다. 기업소의 경영활동에서 소득을 많이 내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경제 하에서의 ‘경제적 공간들’을 능숙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 경제당국의 생각이다.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이 ‘경제적 공간들’에 해당된다.

2010년 4월 9일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은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에 맞게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국가 차원의 경제관리에서는 원가, 가격, 수익성 등이 ‘경제적 공간들’로 중시되지만 기업소 차원에서는 가격7) 대신에 이윤이 중요해진다. 헌법에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와 ‘독립채산제’가 명기되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대안의 사업체계’와 ‘독립채산제’ 문제는 뒤에서 다룬다).

북한 경제당국은 2002년 7월 이래 경제관리개선에 나서면서 기업소에서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들’을 올바로 활용할 것을 역설해왔다. 자본주의경제의 운영원리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업 경영활동에서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은 기본 중에도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북한 기업소에서 예전에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을 중시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북한 기업소들은 국가 경제계획의 실행단위로서, 오랫동안 경영활동에서 ‘할당된 생산계획량’을 달성하는데 집중했고 다른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도외시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기업소 관리운영의 마인드와 경영방식을 점차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원가, 이윤, 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들’에 대한 북한 경제학자들의 설명을 살펴보면 그러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북한 경제학자 정광영은 기업소에서의 원가절감의 중요성을 다룬 논문을 2001년에 발표한 바 있다.8)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전면적 실현을 앞두고 경제학자들이 이론화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독립채산제 기업소들에서 절약투쟁을 강화하여 절약액의 폭을 늘이면 늘일수록 기업소 내부축적이 늘어나며 원가를 낮추면 낮출수록 그만큼 국가와 기업소에 다같이 이익을 줄 수 있는 재정적 원천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약액 증대, 원가절감 등을 위해 기업소들은 첫째, 노동생산능률(‘노동생산성’의 북한식 표현) 향상 및 고정재산(‘고정자산’의 북한식 표현)의 합리적 이용, 둘째, 원료.자재 절약, 셋째, 노력비(‘인건비’의 북한식 표현) 지출 감소, 넷째, 비생산적 행정관리비 지출 감소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논문은 기업소들에서의 원가절감 및 내부축적 증대를 위한 기본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첫째 과제는 노동력.설비.자재 등 생산 3요소 지출의 절약 및 합리적 이용이다. 둘째 과제는 생산물 단위당 지출되는 간접비몫의 절감이다. 간접비의 절약방법으로는 1) 생산조직과 노동조직, 기술관리와 재정관리 등 기업관리의 지속적인 개선, 2) 생산기술공정의 현대적 기술에 의한 장비 및 선진공정과 앞선 작업방법 도입, 3) 경영활동의 과학화 수준 제고, 4) 행정관리기구 간소화, 일군(‘간부’의 북한식 표현)들의 정치사상적.기술적 실무수준 향상, 계산업무의 컴퓨터화 실현 등이 제시됐다. 셋째 과제는 원가계산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원가계산과 관련, “원가계산을 바로(‘올바로’의 북한식 표현) 조직하여 그 통제적 기능을 높이는 것은 절약투쟁을 강화하여 내부예비를 적극 탐구 동원함으로써 내부축적을 증대시키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경제관리개선의 흐름 하에서 북한의 경제당국과 생산현장은 ‘원가 중시’의 기업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에 이르러 원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본격화되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 가운데 박정원과 허광림의 연구를 소개한다.

박정원은 경제관리개선에서 원가의 올바른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9) 그는 “공장, 기업소들의 경영활동 정형은 생산계획과 함께 원가계획 수행 정도에 따라 평가된다”, “기업소 경영활동의 성과는 최소한의 지출로 더 많은 생산적 결과를 이룩하는데서 나타난다”는 원론적인 지적에서 출발해, 생산물 원가를 올바로 활용할 때만이 경제관리개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생산물의 원가를 올바로 활용해야 독립채산제를 올바로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원가가 “국가계획 수행 정도에 따르는 정치도덕적 자극과 물질적 자극을 바로 적용하는 것을 통하여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도록 작용하는 측면이다. 생활비, 장려금, 상금, 기업소기금 등은 생산계획 및 원가계획의 수행 정도에 따라 그 규모가 규정되고 자금원천도 마련된다.

둘째, 생산물의 원가를 올바로 활용해야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생산물의 원가계획은 “국가가 생산계획을 수행하기 위하여 기업소가 지출할 비용의 총체적 규모와 단위당 원가수준 그리고 원가저하 규모를 법적인 과제로 시달한 것”인만큼 “절약투쟁의 총적 목표”가 된다는 측면이다. 기업이나 국가 차원의 실리는 원가저하 방법론의 개발과 직결된다.
셋째, 생산물의 원가를 올바로 활용해야 가격을 합리적으로 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제정은 원가타산에서 시작된다. 가격은 자재비, 연료비, 생활비를 비롯해 해당 제품 생산에 지출되는 원가항목별 지출을 타산하고 이를 합한 ‘제품단위당 원가’와 그것에 대한 일정한 비율로 규정되는 ‘사회순소득’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에 원가의 정확한 계산과 타산 없이는 가격을 올바로 정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독립채산제, 실리보장, 가격제정의 세 측면에서 볼 때 기업소에서 생산하는 생산물의 원가가 중요하다는 논리이다. 이 세 측면은 경제관리개선의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북한이 기업소 관리운영에서 생산물의 원가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은 ‘번수입’에 의한 경영체제로의 전환과 맞물려 있는 ‘실용주의’적인 모색이라 할 수 있다.

허광림의 논문은 박정원의 그것과는 달리 원가공간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실무적인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10) 그는 기업관리개선에 있어서 원가계획의 작성과 계산 및 분석방법의 과학화 수준 향상, 원가공간의 이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기초한, 보다 적극적․능동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원가 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원가계획 작성 및 관리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도입을 강조한 것은 정보기술․지식경제시대의 당연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원가공간의 이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지적한 것은 흥미롭다. 그가 ‘새로운 관점’을 풀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생산물에 투입된 원가를 화폐(원)로 파악하고 그 원가를 절감해 ‘번수입’을 증대시켜야 국가와 기업소에 모두 이득이 된다는 관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는 또한 기업소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장악과 통제를 실현하는 ‘종합적인 원가관리’ 및 다양한 경영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절 통제할 수 있는 ‘과학적인 원가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관리의 과학화․합리화에서 ‘과학적․합리적’ 원가관리, ‘종합적․체계적’ 원가관리 방법의 수립이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기업소들에서 생산공정의 자동화.현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가관리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정책의지를 허광림의 논문에서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원가관리의 단계적 과제로 1) 경영활동의 전략적 목표에 기초한 전망적인 지출과 현행 지출의 전 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타산 → 2) 지출된 비용에 대한 신속 정확한 계산과 현행 지출과정에 대한 통제 → 3) 지출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한 지출의 합리적인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원가관리 활동은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도 보탰다. 왜냐하면 원가관리 활동이 “설비와 노력, 자재와 자금 등 경영활동과정에 지출되는 모든 요소들을 화폐적으로 정확히 타산하고 구체적으로 장악, 통제하며 지출 결과에 대한 분석과 지출 개선을 통하여 기업소의 모든 생산자원의 지출이 설정된 목표 실현에 집중”되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공간들’ 가운데 이윤과 수익성은 기업소의 소득 문제와 직결된다. 북한 경제학자 한충석의 소득 관련 논문은 기업소 관리운영의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었다.11)

경영소득은 일정한 기간의 기업소 경영수입(경영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수입)에서 경영지출(경영수입에서 보상해야 할 여러 가지 생산수단, 물질적 지출과 관련된 비용)을 뺀 차액이다. 그는 논문에서 “기관, 기업소들에서 해당 기간(월, 분기, 연도)에 경영수입과 경영지출을 형태별로 누계적으로 갈라 장악하고 경영수입 총액에서 경영지출 총액을 더는 방법으로 확정한 것이 바로 소득, 경영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의 일부인 국가납부금은 “중앙집중적 요구에 맞게 선차적으로 국가기업이득금과 협동단체이득금, 토지사용료와 지방유지금 형태로 국가예산에 동원”되고, 기업소 자금은 “근로자들의 노동보수금과 기업소 자체충당금, 기타 자금으로 분배 이용”된다는 것이다(국가기업이득금, 기업소 자체충당금 등에 대해서는 ‘번수입‘에 의한 기업소경영에서 자세히 다룬다).

한충석은 기업소의 소득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열거했는데 정리해보니 9가지였다. 첫째, 노동생산능률을 결정적으로 높이고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둘째, 종업원들의 출근율을 보장하고 노동규율을 강화하며 원자재를 비롯한 작업조건을 보장하여 480분 노동시간을 완전히 이용하는 것이다. 셋째,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는 선진적 작업방법과 공법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다. 넷째, 종업원 수와 경제계획 수행에 필요한 노력수를 타산해 남는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다섯째, 변화된 환경과 구체적 조건에 맞게 생산 및 판매전략, 재정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여섯째, 생산물 판매수입, 건설 및 대보수공사 인도수입, 유통수입, 봉사 및 운영수입 등을 적극적으로 늘이는 것이다. 일곱째, 경영수입과 경영지출에 대한 계산방법론을 정확히 수립하고 월별.분기별로 경상계산하고 결산을 잘하는 것이다. 여덟째, 경영활동 총화에서 실리를 보장하고 일을 많이 하고 더 잘한 단위와 개별적 일군들을 정치적․물질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아홉째, 소득실적에 따라 먼저 국가예산 납부몫을 납부한 다음 기업소가 사용할 자금에서 자체충당금과 노동보수자금을 분배하고, 노동보수 원천 내에서 종업원들의 노동보수를 일한 것만큼, 번 것만큼 생활비를 계산지불하고 상금과 장려금도 지급하는 것이다.

한충석이 제시한 소득증대를 위한 과제들을 기업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경영방법론을 거의 대부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논문이 2006년 초에 발표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 무렵 인민경제대학에서는 기업소의 소득증대의 정책과제를 다루는 실무교육을 진행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고, 한충석도 기업소 경영교육에 참여했을 개연성이 크다. 북한 경제학자들은 우리에 비해 정책실무 교육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관변학자적 성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기업소법」에 소득증대를 위해 이윤을 따지고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담겨져 있지 않지만 ‘경제적 공간들’을 능숙하게 활용할 것을 명시함으로써 기업소의 경영활동과 소득증대의 길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기업소법」을 다룰 때 이러한 전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각주>
1) 김정일, “주체의 사회주의경제관리리론으로 튼튼히 무장하자” (창립 45돐을 맞는 인민경제대학 교직원,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 1991년 7월 1일), 『김정일선집』제11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7년), 344쪽.
2)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은 2002년 7월 이래의 경제관리개선 조치들의 모태가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1년 10월 3일 담화(“강성대국 건설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경제관리를 개선강화할 데 대하여”, 이 담화는 발표 시기로 보아 『김정일선집』 제15권(2005년 출판)에 수록되어야 했지만 누락된 것으로 보아 북측이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담화는 남측의 한 언론사가 입수 공개함에 따라 전문가들에 의해 인용되고 있다)에서 경제관리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기업소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담화에서 “사회주의 경제관리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혁신적 안목에서, 발전적 견지에서 보고 대하여야 합니다”라고 전제하고, “경제관리에서 고칠 것은 대담하게 고치고 새롭게 창조할 것은 적극적으로 창조”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를 확고히 보장하면서 아래 단위의 창발성을 높이 발양시킬 데 대한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을 옳게 구현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밝히고, “사회주의 경제관리에서 아래 단위의 창발성을 높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중앙집권적 지도를 확고히 보장하는 기초 우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앙집권적 지도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쓸데없이 아래를 매놓아도 안되지만 아래의 창발성을 높인다고 하면서 무엇이나 아래에 맡겨 자체로 해결하라고 방임하여서는 안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관리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중앙과 지방, 기관, 기업소들의 권한과 임무를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과 현실적 조건에 맞게 바로 규정하고 철저히 집행”하는 것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소 관리개선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공장, 기업소들을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그 관리운영 사업을 개선강화하여야 합니다....공장, 기업소들을 바로 조직하고 운영하며 그 책임성과 창발성을 높이는 것은 사회주의 경제관리를 개선 완성하는데서 나서는 기본문제의 하나입니다....공장, 기업소의 관리운영을 개선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경영활동에 대한 계획적 지도관리를 확고히 보장하면서 기업관리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소의 책임성과 창발성을 높이고 기업관리를 과학화, 합리화하여 생산과 건설의 경제적 효과성을 보장하고 더 큰 실리를 얻도록 하여야 합니다....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에서 독립채산제를 강화하고 기업소의 생산활동과 수입분배를 합리적으로 하도록 관리운영규정을 현실에 맞게 잘 만들어 적용하여야 합니다.”

이 담화에 기초하여 북한 경제당국과 경제학자들이 기업소의 권한과 임무에 관한 새로운 접근 및 정책대안의 제시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담화 발표 이전에 당내의 주요 경제이론가들의 내부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를 보고받은 김 위원장이 경제관리개선 문제를 ‘담화’의 형태로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뒤에는 관련 논의가 경제당국자들이나 경제학자들 전체에 공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곽범기 당시 내각 부총리(현 함경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이 “사회주의경제관리문제를 우리 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했다고 하면서 이 조치들로 인해 “계획화사업과 생산조직, 노동행정, 재정관리 등 경제관리의 모든 분야에서 오랜 기간 답습되어온 낡은 방법이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개선”됐다고 설명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털어놓고 말하여 나라의 경제가 일시적인 난관을 겪게 된 데는 우리 경제지도일군들의 뒤떨어진 사고관점과 사고방식, 낡은 사업태도와 적지 않게 관련되어 있었다”고 반성하면서 당시 김 위원장의 경제관리개선에 대한 정책지도를 언급했다(곽범기, “선군의 기치 밑에 새 세기 경제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시는 탁월한 령도”, 『근로자』, 2005년 2호).

여기서 말하는 ‘경제지도일군’은 당․내각의 고위 경제간부들, 특히 총리를 비롯한 내각성원들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지도에 따라 2002-2004년에 내각성원들이 ‘낡은 사고관점과 사업태도’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창조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상황 전개가 있었음을 곽범기의 정책논설에서 감지할 수 있다.

3) 중국에서는 1993년 헌법 개정 때 ‘국영기업’(국가가 소유 및 경영을 하는 기업)을 ‘국유기업’(국가가 소유는 하되 경영은 기업 자신이 자주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바뀌었는데, 국유기업의 개혁은 인센티브제의 도입, 중앙집권적 통제의 완화, 기업의 자발성 장려 등으로 시작됐다. 기업의 인센티브 부과 조치로 노동자의 생산의욕 고취를 위한 임금인상, 상여금 지급 등이 실행됐고, 생산 및 판매에 있어서 기업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유보이윤의 확보가 가능해졌으며, 나아가 이윤납부에서 세금납부로의 전환 등 기업의 활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제도가 수립되어 실행됐다.

‘국유기업의 개혁’ 20여 년간은 ‘방권양리(放權讓利)’ 개혁단계(관리방식 개혁, 1979~86년), 소유권 개혁단계(기업청부경영책임제 등 여러 경영방식 도입, 1987~92년), ‘현대기업제도화’ 개혁(주식제 도입, 1993~현재) 등으로 구분된다(정은희․김화,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경제사적 고찰,” 『전문경영인연구』, 제10집 제2호(통권 제19호, 사단법인 한국전문경영인학회, 2007.9.30), 197-231쪽 참조). 중국의 기업개혁의 출발점이 된 것은 1978년 10월 국무원이 발표한 「국영기업 경영관리 자주권 확대에 관한 여러 가지 규정」과 그 뒤의 「국영기업 이윤확보 실행에 관한 잠정규정」 등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4) 박흥엽, “국영기업소의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과 그 표현,”『경제연구』, 2001년 2호; 박흥엽, “국영기업소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의 사회경제적 기초,”『경제연구』, 2001년 3호. 이 논문들은 국영기업소를 다룬 것이고 기업소법의 기업소는 전인민적 소유에 기초한 국영기업소, 협동적 소유에 기초한 기업소 등을 포함한 것이지만 협동적 소유에 기초한 기업소는 수적으로도 적고 규모도 작다는 점을 감안해 국영기업소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참고로 「기업소법」 제2조에 “이 법에서 기업소란 일정한 노력(‘노동력’의 북한식 표현), 설비, 자재, 자금을 가지고 생산 또는 봉사활동을 직접 조직진행하는 경제단위이다. 기업소에는 인민경제계획을 실행하는 생산, 건설, 교통, 운수, 봉사단위 같은 것이 속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5) 정광영, “독립채산제기업소 화폐축적분배에서 중앙집권화와 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의 결합,”『경제연구』, 2006년 3호.

6) 오선희, “사회주의기업소 자금의 성격,” 『경제연구』, 2005년 1호.

7) 국가 차원의 경제관리에서는 가격이 매우 중요하고 가격은 당연히 기업소의 경영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가격과 생활비를 개정한 국가적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 조치는 원가-가격 간의 불균형, 공급-수요 및 생활비-소비생활 간의 불일치 등이 ‘확대재생산’에 장애를 조성하고 경제 전반과 인민생활에 난관을 초래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이었다.

북한은 7.1조치를 통해 알곡을 비롯한 농산물의 수매가격을 다시 정하고, 식량가격을 기준(이전에는 석탄․전력가격 기준)으로 시초원료(원자재), 소비품, 운임과 요금 등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개정하고 근로자들의 생활비도 그에 맞게 주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처럼 가격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경제적 공간’의 하나이다. 2002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새로 개정된 가격에 따라 모든 생산과 경영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북한 내부 자료에는 가격이 종전보다 평균 25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가격 개정을 핵심으로 하는 7.1조치는 종합적으로 볼 때 기업소 독립채산제의 효과적 정착을 포함한 경제관리의 합리화, 재정금융체계의 개선, 원에 의한 계산제도의 확립, 가격 공간의 효과적 이용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 북한이 독립채산제를 비롯한 경제관리 개선에 골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지만 ‘실리’적 견지에서 상품가격을 개정한 2002년은 경제관리의 ‘혁명적 개선’에 나선 원년(元年)이라고 할 수 있다.

8) 정광영, “생산물의 원가저하는 독립채산제기업소 내부축적증대의 중요요인,” 『경제연구』, 2001년 3호.

9) 박정원, “생산물원가의 옳은 리용은 경제관리개선의 중요방도,” 『경제연구』, 2007년 3호.

10) 허광림, “현 시기 원가공간의 합리적 리용에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경제연구』, 2007년 4호.

11) 한충석, “경제관리에서 소득의 옳은 리해와 적용에서 나서는 몇가지 문제,” 『경제연구』, 2006년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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