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팀 빌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 교수
번역 :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출처 : <The 4th Media> 2012년 1월 31일자


2045년은 유엔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월과 더불어 유엔도 많이 바뀔 것이다.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인식에 기초할 때,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은 유엔 본부를 뉴욕에서 상해로 옮겨놓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확대개편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더 이상 유엔의 지배적 위치에 서 있지 않을 것이다. 마치 1950년대~1960년대 소련이 그랬듯이, 미국은 뭔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그칠 것이다. 그 거부권도 냉전 말기와 중국 급부상 사이의 과도기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기에 미국은 마지막 수단으로 드물게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핵시설 시험가동과 인공위성 발사를 단행한 북한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695호, 1718호, 1874호의 해제 요청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합작을 포기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로켓 위성 발사에 성공한 남한을 제재하는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2020년대 남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핵무장을 용인해 남한에게 너무 많은 압력수단을 제공하고 독도 인근의 해군 무력충돌 이후 ‘평화헌법’을 포기하는 일본의 핵확산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의 남한 제재조치가 지금의 대북 제재 만큼 과도하지 않더라도, 무역과 투자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며 2020년대 초반 절정을 이루는 경제가 차츰 침체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경제는 튼튼하게 성장할 것이며 더 이상 유엔 제재조치로 인해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유엔의 일방적인 대북 제재도 점점 효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대 한반도 가상 시나리오

미국경제의 쇠퇴는 국제 기준통화가 미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로 교체되고 국제금융 시스템이 중국의 손으로 넘어가는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그것을 능가할 것이고, 북한의 인구는 늘어나고 경제침체 이후의 남한 인구 증가율은 낮아져 남북한의 인구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한반도 상황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유엔사령부는 유지되겠지만, 그 사령관은 평양에 위치한 중국 측이 맡을 것이다. 유엔의 신임 사무총장도 역사상 두 번째로 조선 사람이 선출되는데, 그의 선임자인 남한 전 외무부 장관 출신처럼 북한의 전 외무성 부장 출신일 것이다. 그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같이 남한의 도발을 비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남한에 불편한 시나리오인가? 물론 미래는 과거의 거울이 아니다. 이상과 같이, 입장을 바꾼 시나리오는 미국이 유엔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이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엔의 정책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미국이 유엔의 지배적 위치를 잃고 그 자리를 중국에게 넘겨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체제 속의 미국 쇠퇴

불과 몇 년 전에는 이러한 상상이 터무니없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주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마뉴엘 월러스틴은 이런 경우를 다소 과장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10년 전 나와 몇몇 사람들이 세계체제에서의 미국 쇠퇴를 말했을 때, 우리의 천진난만한 생각은 비웃음을 받았다. 미국은 지구상의 모든 외진 구석까지 언제든지 간섭하는 고독한 초강대국이 아니었나? 이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하는 시각이다. 오늘날 미국은 쇠퇴했다. 심각하게 약화되었다는 시각은 이제 진부하다. 미국 쇠퇴라는 나쁜 뉴스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는 몇몇 미국 정치인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이 엄연한 현실을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현직 정치지도자들은 용감한 얼굴로 이 사태를 맞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7월 신용평가사 S&P사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춘 이후 감동적인 연설을 했지만, 아래와 같이 거의 소용이 없었다.

오바마는 "미국이 언제든지 삼루타를 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시장 침체와 함께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바마가 연설을 시작했을 때 다우존스 지수가 410 포인트 떨어졌고, 연설을 마쳤을 때 더 떨어졌으며, 그 날 하루는 2008년 이후 가장 낙폭이 큰 635 포인트 폭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화당은 당연히 오바마를 비난하고 민주당과 대통령은 공화당을 비난했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이 워싱턴의 당파적 비난게임과 역기능의 지배구조에 낙심하고 분노했다. 그런데, 월러스틴이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는 주로 개인이나 정당정치의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와 관련된 문제이다.

언론은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오류에 대한 분석 기사로 도배질이다. 그런데 누가 이에 대해 비난할 수 있는가? 나는 내 관점에서 나쁘고 비겁하고 종종 대단히 부도덕한 수십 개 오바마 정책을 쉽게 나열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바마가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기본 생각대로 더 좋은 정책결정을 했더라도 그 결과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쇠퇴는 미 대통령의 형편없는 결정의 산물이 아니라 세계체제의 구조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접근 방식이 미국 쇠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제공하든 안하든, 엘리트들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미국의 헤게모니가 끝나간다는 불안감이 상당함은 의심할 바 없다. 아울러 유엔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것이 유엔에 대한 일종의 다극화 통제를 가져올 것인가? 상상해보면,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현재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위와 역할은 아마 바뀔 것이다. 1945년부터의 안전보장이사회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지금의 주요 강대국들까지 포함시켜 확대 개편하거나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시키고 인도와 일본을 포함시키는, 1945년의 구성을 포기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더 그럴듯할 것이다.

유엔 재구성은 미국의 지배력을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 명백한 후보가 중국이다. 중국의 대두는 최근 몇 년 이와 관련한 질문을 둘러싼 많은 토론 자료를 양산하고 있다. 언제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하는가? 언제 중국은 기술혁신, 삶의 질 등 경제발전의 핵심적 기준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인가?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가?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미국을 앞지를 것인가?

중국의 세계 지도력, 어떻게 행사될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만일 중국이 세계 수위를 차지해 미국이 그 하위로 밀려난다면, 중국의 지도력은 어떻게 행사될 것인가? 중국은 동등한 국가들 중의 1인자, 호혜평등의 으뜸, 다른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는 다극화세계의 글로벌 조화를 추구하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 미국이나 다른 헤게모니 국가처럼 다른 나라들을 지배하는 특별한 지위와 권한을 강요하는 패권국가가 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아직 어떤 합의도 없다. 다만, 대체적인 의견은 중국이 서방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것이라는 브리턴 마틴 자크 (Martin Jacques, 중국 청화대 명예교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 초빙 연구위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초빙교수)의 입장과 비슷하다. 그는 중국 관련 새 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년 이상 우리는 서구가 만든 세계, 현대화가 곧 서구화인 세계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비 서구 나라들이 점점 강해져 21세기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서구는 더 이상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다양한 현대화의 길이 있다. 이 새로운 현대화 경쟁무대의 주연 배우가 중국이 될 것이다”고 이 책은 설파하고 있다.

마틴 자크는 서구사회와 다르게 중국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경제적 힘에 대해서는 많이 토론되었으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은 지금까지 크게 무시되어왔다.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도 말이다. 국토의 크기와 지적 능력, 세계인구의 1/5을 가진 중국은 이제 전통적인 국가가 아니라 요구, 우선순위, 가치가 옛날과 아주 다른 문명국가이다.

중국 중심의 전통적인 국제관계를 다시 상정해 지금의 세계를 살펴본다면, 과거 중국-주변국의 오랜 공물체계가 현대적 양상으로 다시 되살아나고 있으며, 인종 간 지배계층구조에 대한 현대적 개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중화’라는 중국의 오랜 우월의식이 다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서구의 세계 지배를 종식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경영하는 세력이 등장해 서구 사람들에게는 점점 낯설고 불안한 세계가 출현하게 됨을 암시한다.

중국 급부상, 국제적 위협인가, 아닌가

마틴 자크와는 정 반대 입장에서 미국인 에릭 C 앤더슨과 같은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글로벌 지배국가인 미국을 대체하는 권위 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떠오르는 거인은 중대한 국제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 2025년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이 미국과 같아지고 205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완전히 제압한다고 예견하는 마틴 자크의 전망을 반대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

중국 정보소식통과 깊이 연결된 워싱턴의 중국정책 토론자인 앤더슨은, 베이징의 최우선 목표가 사실 경제발전이며, 강요나 강제가 아니라 정당한 정치적 권위를 통한 지역 헤게모니 실현에 도움 되는 안정적 국제환경이라는 세심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중국 세계패권 국가론을 반대한다.

마틴 자크의 전망이 너무 화려하다면, 앤더슨의 비즈니스적인 예측이 더 유용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유엔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 현재의 국제 정치경제 질서는 미국의 이익에 따라 심대하게 왜곡, 과장되고 있다. 리비아 전쟁이 현재의 이러한 환상을 주고 있다. 사르코지와 카메론은 리비아 개입의 자체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으나-특히 사르코지는 그의 국내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 하락을 막기 위해 리비아에 개입했다-미국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리비아전쟁을 주도한 것이다.

대 리비아 제재 유엔결의 1973호의 근거가 된 민간인 무차별 폭격 사망이라는 언론 보도는 왜곡 과장되었고, 사실 아주 다른 의제를 위한 군사개입의 구실이었다는 점이 이제 자명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 중국 경쟁과 대립에 관한 많은 설명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문제를 다루는 러시아 분석가, 아나톨리 치가노크는 러시아 외무부에서 발행하는 외교전문 잡지에서 “미국이 리비아에 개입하는 목적은, 미군의 아프리카 사령부(USAFRICOM) 참여를 거부한 가다피를 처벌하고 중국을 리비아에서 몰아내며 유럽의 석유자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반응은 다면적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실제 지상군 투입을 억제하면서 유엔이 어기더라도 국가주권을 존중하는 유엔의 가치를 매우 강조했다.

리비아의 위기로 인해 중국의 지정학적 활동이 전례 없이 활발해졌다.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은 중국 외교의 전통적 중심 가치이다. 중국 지도자 후진타오는 지난해 3월 30일 리비아 개입을 외치고 있는 사르코지를 접견한 자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무력사용은 문제해결에 도움은커녕 더 악화시키며 군사공격이 민간인을 해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3호에 명시된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이다.

중국은 리비아에 대한 지상 작전을 거부했으며, 분명한 태도로 우유부단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고의 국제법정신으로 인정되는 국제사회 다수 연합을 추진하는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ational Transitional Council)나 그 반대파와의 대화도 추진하고 있다. 과도국가위원회는 지난해 7월 28일 반대파에 의해 군 사령관, 압둘 파다 요니스의 암살 등 현재 분열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니스의 정적인 카리파 히프터가 미 CIA의 앞잡이로 보이는 등 대다수 지도자들은 미국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과도국가위원회가 집권할 경우, 반대파는 중국을 쳐다볼지 모른다. 미국이 가다피에게 한 것처럼 자신들에게 무리한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사적 힘을 갖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보다 더 좋은 상업적 거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하지 못한 것은 안보리 거부권 행사였다. 프랑스 18번, 영국 32번, 미국 82번, 소련이나 러시아 124번에 비하면 중국은 상임이사국이 된 1972년 이후 5번으로 다른 상임이사국들 보다 거부권 행사를 덜 사용해왔다.

중국의 이런 경향에는 특별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 서구의 대결적 접근방식이 아니라 유교적 뿌리를 가진 중국은 조화로운 합의 해결을 선호한다는 문화적 이유를 들먹이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 거부권 행사 자제를 이해관계 충돌 부재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과거의 태도가 미래에도 계속되지 않는다. 중국이 욱일승천하면, 미국처럼 그렇게 거만하게 굴지는 않겠으나 유엔에서 지금과 다를 수 있다.

미국이 헤게모니를 쥐고 어떻게 유엔헌장을 유린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비아에 대해 방금 얘기했고 그 밖의 수많은 사례가 있다. 유엔의 일부인 미국은 독단적인 행동을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매번 다른 나라들을 공격하거나 침략했으며 유엔 헌장을 교묘하게 위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굶주리게 하는 행동은 유엔 헌장의 심각한 침해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이런 경우이다. 비록 직접 죽이거나 영양실조를 초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유엔헌장, 권한 남용 제동장치 없어”

1949년부터 1971년까지 대만이 중국의 자리에 있었을 때 역사상 가장 많은 유엔 권력남용이 있었다. 장개석 하의 중국은 유엔 창설 멤버 중의 하나였고 처음부터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장개석이 1949년 내전에서 패배하여 대만으로 날아갔을 때 유엔의 중국 자리도 같이 가져갔으며, 미국은 중국의 계승자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막았다.

지금 생각하면 지구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인류의 대표기관이라는 유엔에서 지위가 박탈된 사실이 놀라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합법성을 결여한 패배 정부에 의해 유엔이 놀아난 것이다.

사실을 정확히 안다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유엔 헌장의 한 가지 문제점은 강대국들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다른 예들은 많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쟁선포 이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가장 최근 사례인 대 리비아전쟁이 유엔 헌장을 난폭하게 유린했다.

일본 헌법도, 특히 평화조항으로 알려진 9장이 전쟁과 군대에 대한 거부를 아주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 의회 조사국은 일본의 반대여론과는 상관없이 군사재무장을 막을 수 없다고 침착하게 설명하곤 한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전후 미군정 하에서 미국 관리들이 만든 일본 헌법 제9장이다. ‘평화조항’을 통해 전쟁을 불법화하고 교전의 권리를 금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잘 투자되고 잘 무장된 자위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헌법 재해석을 통해 방위 목적의 핵무기 개발도 허용하려 하고 있다.

'자위'라는 이름의 간단한 편법으로 평화조항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1천만 명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서 전쟁부처를 방위부처로 이름을 바꾼 것이 20세기 유행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말과 이론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 유엔이 진정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의 도구가 되려면, 지배 권력의 남용이 비난받고 금지되어야 한다.

만일 이런 조치가 중국이 부상하는 기간에 취해지지 않는다면, 권력남용 현상은 계속되고 중국도 다른 나라에 손해를 입힐 위험이 없지 않다. 이것은 분단국가이든 통일국가이든 특히 한반도에 중요한 문제이며 다른 작은 나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두 번 째 임기를 시작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 방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적합하고 시의적절하다. 헤게모니 외교정책 수단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만드는 유엔 개혁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에 대한 유엔의 역할을 고려하고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유엔 개혁의 단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성취해나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1)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북한은 오랜 기간 미국과의 평화적이고 정상적인 관계를 수없이 요구해왔다. 공식적인 평화협정에 대한 구상은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2010년 이후 많이 진전되었다. '평화수호 매커니즘' 논의 틀에 대해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인민군은 지난해 8월 8일 성명에서 8월 16일부터 개시되는 을지포커스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취소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과 남한 당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함으로써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수호 매커니즘으로 전환하는 대담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이다.

평화 수호 매커니즘은 평화협정보다 덜 공식적이며, 그 방향으로 가는 과도기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아직 북한의 목표임이 분명하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베테랑 미국 기자인 도날드 커크는 2003년 “외교적으로 미국도 한국전은 이미 끝났으며 1953년 7월의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때라는 입장을 밝힐 수 있다. 비록 차기 6자회담이 진지한 거래가 이뤄지고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부시의 측근들도 북한에 줄 선물의 힌트를 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국제관계 관련 인사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와 같이, 평화협정은 속 빈 강정이 아니라 평화를 가져다주는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 냉전지대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임무 중의 하나가 60년 전의 한국전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고 1953년 미국, 중국, 북한이 서명한 정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다. 남한은 서명의 당사자도 아니었으며, 평화협정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도 없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일단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평화협정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는 일환으로 평화협정을 지금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요구와 입장이 정치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당신들은 밤새도록 평화협정을 결론내지 말고 승인하지 말라. 그 과정은 이미 수 십 년 계속되지 않았나. 세계는 평화협정을 기다리느라 북한의 핵무기 양산을 참을 수 없다.

이것은 호기심 어린 언쟁일 뿐이다. 북한의 핵무장 해제가 평화협정 체결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전이나 휴전은 실제 교전의 중단이고 평화협정은 상대의 주권을 존중하고 자위 이외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세계가 60년 동안 미국의 대량 핵무기 생산을 참을 수 있었는데, 북한의 그것을 인내하는 게 무엇이 어려운가 이 말인가?

“북한의 핵무장 해제가 평화협정 체결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이유 없어”

중국의 입장이 좀 불분명하다. 평양이 제안하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한다는 말도 있다. 그것은 이런 의미를 갖는다. 주변으로 밀려나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남과 북 등 4개국의 평화협정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2007년 10월 4일 노무현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반응은 매우 열광적이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외교부 대변인 류 지안차오는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 매커니즘 창설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개발뿐만 아니라 인민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평화협정을 진지하게 환영하는 것 같지 않기에 우리는 차기 정부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또 제2의 노무현이 등장한다면, 평화가 중요 의제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늘 평화협정을 반대해왔으며, 실제 미국은 평화협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2003년 평화협정 구상을 기각시켰다. 우리는 불가침 조약이나 협정 같은 것들을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미국이 다른 이름으로 평화협정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결국 1994년 북-미 협정은, 미국이 조약이나 협정이란 표현을 싫어했기 때문에 제네바 기본 합의로 불리어졌다. 한국 정부가 워싱턴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미국이 동북아 평화를 원해야 평화협정 체결을 결심할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을 막기 위해 일본과 남한의 동맹을 유지하는 접착제로서 한반도의 긴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바뀔 수밖에 없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다루는 미국의 가장 좋은 방안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일종의 평화적 해법을 통해서이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평화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고 북한은 한반도의 균형추인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환영할 것이라는 힌트를 주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북한은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더 장기적이고 더 넓은 힘의 균형을 확보하는데 미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말한다. 남한이 비슷한 관점을 가진다면, 미국은 한반도평화 쪽으로 흔들릴지도 모른다.

2) 유엔사령부는 해체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실현되면 유엔사령부가 남아있을 명분이 사라진다. 물론 유엔사령부과 주한미군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유엔사령부 해체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군 작전통제권 종식을 그저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평화협정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하의 주한미군을 떠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보수층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얼마나 약화된 것인지 일반국민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없어도 남북전쟁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북이 고의적으로 남을 공격할 것 같지 않다. 남과 북의 최근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00년~2008년 무기구입에 남한은 북한보다 100배 많은 예산을 지출했다. 조선일보는 남북 해군을 비교하면서 세 척의 이지스 구축함으로 해군의 전쟁수행 능력은 북한보다 견고한 우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약 420척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적으로는 한국의 120척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그들 중 대다수는 단지 1,000~2,000톤 미만의 작고 낡은 것이다. 그와 반대로 남한은 현재 세 척의 7,600톤 이지스 구축함과 113,000톤이나 그 이상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군사력 불균형은 다른 국방 분야, 특히 공군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한이 자체적으로 북한을 공격하기 어려운 두 가지 제약 요소가 있다.

첫째, 북한이 군사적으로 더 약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보복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평가에서 좀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측면에서 북한 군사력을 과장한 기존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침략 위협에 강한 경고를 보내야 했고 미국과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의 위협을 재생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공 받은 북한이 남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해야 공평할 듯하다.

둘째, 실제 남한 군사력이 단독으로 어느 정도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군사장비와 군사훈련도 미국과의 합동작전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나가든 안 나가든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면 유엔으로서는 좋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유엔이 분쟁상황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유엔의 주도적 역할을 가장한 주한미군의 기만 선전은 오랜 기간 국제기관에게 얼마나 해악을 끼쳤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한반도 평화 실현은 유엔 개혁 이전에도 가능하다. 한반도 평화가 현재의 긴장상태보다 대중국 정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야 하는 미국 자신의 문제이다. 물론 세계를 위해 유엔 개혁은 필수적이다. 만일 유엔이 군림하는 헤게모니 국가의 외교정책 도구로 남는다면, 미국에서 중국으로 1등 순위가 바뀌더라도 중국이 미국처럼 유엔을 악용할 위험성이 있다.

유엔헌장의 요구와 정신에 더 충실한 유엔 활동으로 바꾸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 이 과정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은 한반도, 그리고 작은 나라들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끝)

(수정, 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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