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지난 2일 남측 당국에 보내는 공개질문장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9개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북측은 남측에 ‘대국상 앞에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 ‘6.15와 10.4선언 이행의지 표명’, ‘천안함·연평도 사건 거론 중지’, ‘한미 합동군사연습 전면중지’, ‘한반도비핵화 실천’, ‘반북 심리전 중지’, ‘남북협력과 교류 재개 용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호응’, ‘보안법 철폐’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처지로서는 하나 같이 답하기가 만만치 않은 내용들입니다.

문제는 북측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대략 세 가지가 나옵니다. 첫째, 남측 당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북측 국방위원회가 ‘남측과의 영원한 상종불가’ 입장을 밝힌 연장선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미국에 대한 간접 압박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우회적인 답변이라는 것입니다. 셋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남측이 이제까지 남북관계 파탄의 장본인임을 인식하고 변화하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간 북측의 기류를 전달해온 재일 <조선신보>의 분석입니다. 이 신문은 4일자 기사에서 공개질문장과 관련한 북측의 의도를 주로 위의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분석하면서, 특히 두 번째를 강조했습니다. 즉, 공개질문장이 “일단 ‘이명박 역적패당’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미국에 대한 간접경고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면서, 미국 측에 양자택일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미국더러 남측에 남북대화에 나서라고 내리먹이든지 아니면 남측을 배제하고 북미대화에 나서든지, 하나를 선택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 표명이 기다려집니다.

물론 통일부는 당일 바로 ‘억지 주장’이라며 “북측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북측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남측 당국이 북측과 대화를 원한다면 그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능한 것부터 답하면 됩니다. ‘6.15와 10.4선언 이행의지 표명’은 원칙적으로 해야 하고, ‘남북협력과 교류 재개 용의’와 ‘반북 심리전 중지’는 쉬운 일이며, ‘한반도비핵화 실천’과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호응’은 남측도 원하는 사안입니다. 나머지는 북측과 만나면서 조율하면 될 것입니다. 남측이 무엇이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