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열 (중국 청화대학교 초빙교수, 북경소재 영문매체 제4언론 책임주필)

정기열 교수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부고 발표 사흘 후인 12월 22일 평양에 들어갔다. 정 교수는 북녘땅 곳곳을 방문하면서 북녘동포들이 당한 대국상 기간의 모습들을 통일뉴스를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외부세계에 있는 그대로 전할 것이다. / 편집자 주

                                                           I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말은 미국이 북 영변지역 핵시설에 대한 소위 “외과수술식 폭격”(surgical strike)을 공공연히 위협하던 1990년대 초 당시 김일성 주석을 비롯 북녘의 최고 당.정.군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다는 모두(冒頭) 발언의 요약이다.

북이 공개한 당시의 한 기록영화에 의하면 김 위원장이 한 말의 전체내용은 대략 이렇다: “미국이 핵공격을 가해올 경우 미국을 지도상에서 아예 지워버리겠다!”, “지구를 깨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을 소멸할 것이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이 글의 부제는 당시 발언들의 핵심을 함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통신> 제5신은 그 발언들에 몇 가지 해석을 시도한 글이다. 김 위원장 이후 북녘의 미래를 조망하는데 당시 발언이 갖는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의의가 적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들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시절부터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생을 관통한 것 같은 “철저한 반제자주의식”, (세상 숱한 사람들의 증언들에서처럼) “통 큰 전략적 사고”, “정확한 국제정세인식”, “놀라우리만치 빠르고 날카로운 군사전략적 판단과 예지”, “지구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큰 배심”, “조선사람의 본때”, 특히 “상상키 어려우리만치 담대한 용기”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발언들에서 그의 조선관, 미국(제국주의)관, 인류(지구)관 등이 어떤 것이었을까를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의 발언들에서 2천5백 만 북녘동포 절대다수를 “일체화된 하나의 조직체계에 묶어낸”, 하여 (그들 표현처럼) “핵무기보다 강위력한” “수령.당.대중이 혼연일체를 이룬” “일심단결의 강철대오”를 만들어낸 김 위원장의 조직관, 조국관, 세계관 등 또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김 위원장의 당, 국가에 대한 직간접 지도, 관리, 통치는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당과 국가의 크고 작은 중대사를 비롯 정치, 사상, 경제, 사회, 군사, 과학, 문화예술 특히 당 조직, 사상, 선전선동 부문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1990년대 초 당시 발언은 그가 홀연히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약 3-40여 년에 걸쳐 “조선”을 직간접으로 통치하고 지도했던 김 위원장의 핵심지도사상, 이념, 주요 관점, 그의 삶과 일자세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즉, 이 글은 김 위원장 발언들에 담긴 몇 가지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의미들이 지난 6-70년 일방적으로 강제된 최악의 상황들을 끝없이 이겨온 북녘의 어제, 오늘 역사와 어떤 상관성을 갖는지 특히 그의 서거 이후 북녘의 내일에 어떤 미래전망을 가능케 하는지에 대한 해석 글이다. 

                                                         II

주지하듯 김 위원장은 1994년 갑작스런 김 주석 서거 뒤 그의 통치가 “몇 달” “반년” 혹은 “길어야 2-3년 못가 붕괴할 것”이라는 세상의 모든 예상을 깼다. “선대 수령”없이 그가 홀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세상의 모든 소위 “전문가들”의 판단을 무색케 했다.

대북보도 관련 한국의 조중동,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산케이, 미국의 월스트릿트, 워싱턴포스트, 팍스TV 같은 대표적 보수독점기업언론매체들의 보도와 분석, 예상이 빗나갔음은 물론이다.

하여, 김 위원장의 1990년대 초 발언에 대한 해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자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돕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몇 가지 인식과 전제들을 아래에 간단히 정리했다.

아래에 정리한 몇 가지 기본인식과 대전제는 분단이 강제하는 온갖 금기와 경계를 넘어 수십 년 북녘조국을 방문하며 그곳 동포들과 끝없이 대화하고 북녘사회 전반을 깊이 체험하고 배우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해내외동포들의 공동결론에 근거해서다.

첫째, 북녘사회엔 외세가 강제한 친미사대분단망국구도에서 남북을 따로 떼어 생각하고 사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무하다” 혹은 “극소수다”라고 단언해 틀리지 않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예외고 극소수일 뿐이다. 다수가 절대 아닌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북녘에 그런 사대적이고 분열적인 망국적 사고와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였다면 오늘 지구촌엔 “조선은 이미 없다!”라고 또한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 발언 첫머리의 “조선”이란 단어에는 “우리는 같은 민족 하나의 겨레”라는 인식과 대전제가 포함(包含) 되어있다고 해석해야 옳다.

6.15시대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 탄생의 배경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90년대 초 발언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먼저 그가 “조선”을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하였는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부터 가능할 것이다.

하여 북녘의 미래가 바다건너 먼 남의 나라 미래가 아닌 1억에 가까운 남북해외 우리겨레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미래라는 인식과 전제가 필요하다. 분단문제, 민족문제를 다룰 때 절대로 요구되는 일종의 대전제다.

둘째, 북녘의 미래 곧 전체 한/조선반도의 미래는 우리와 몸통이 아예 같이 붙어 있는 그래서 흔히 “순망치한”의 관계로 불리는 중국, 러시아의 미래와도 직결된 것이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필요없는 어제와 오늘의 구체적인 역사현실이다.

셋째, 특히 지난 세기 우리 민족에게 용서키 어려운 온갖 끔찍한 만행과 식민지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끝없이 그들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며 어제 오늘은 미국에 빌붙어 우리 민족의 분열과 대결을 획책하고 조장하여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때로 마치 무슨 악귀(惡鬼) 같고 하이에나 같은 일본의 미래와도 직결된 미래다.

즉 북녘의 미래 곧 한/조선반도의 미래는 동북아전체와 유라시아대륙의 미래와 맞닿아 있는 미래라는 것이다. 이글의 중요한 또 하나의 대전제다.

넷째, 촘스키 교수 같은 지구촌의 대표적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동북아시대”로 규정한다. 그들의 진단은 십중팔구 새로운 국제질서, 정치, 경제, 군사, 과학, 인구, 영토, 자원 등 21세기 향후 지구촌 핵심문제들이 주로 동북아/유라시아대륙을 중심으로 좌우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동북아 정중앙(正中央)에 분단코리아가 위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북아에서 한/조선반도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특히 오늘 북녘이 차지하는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중요성은 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록 70여 년 가까이 분단이 강제되고 남녘이 아직 미국의 “전면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 하에 놓여 있긴 하지만 향후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 반제자주원칙을 근본에 세운 미래의 통일코리아가 갖게 될 민족사적, 인류사적,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중요성은 참으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북녘의 미래 곧 우리민족 모두의 미래가 동북아전체와 유라시아대륙의 미래는 물론 나아가 인류전체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지정학적, 정치사상군사전략적 근거다.

여기까지 다룬 내용들은 “김 위원장 서거 이후 북녘의 미래”를 열린 눈과 마음가짐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 위해 특별히 분단극복과 관련된 민족문제를 조화상생(調和相生)적이고 포함(包含)적 혹은 통전적(通/統全的)인 사고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기 위해 필히 요구되는 몇 가지 핵심인식과 대전제들을 함께 짚어본 것이다. 

                                                         III

조화상생적, 포함적 혹은 통전적 사고, 시각은 오늘 우리 민족 특히 남녘동포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고와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남녘의 몹시도 분열적이고 상멸적이며 배타적인 정치사회이념경제문화종교 현실 때문이다.

남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동서(영호남)로 나뉘고, 진보-보수로 나뉘고, ”1%”와 “99%”로 나뉘고, 기독교 불교로 나뉘어 끝없이 적대하고 배타하며 분열하여 싸우다 결국 모두 상멸하고야 말 남녘의 어제, 오늘의 현실을 말한다.

극단적으로 분열적이며 배타적이고 단순 이분법적인 선악/흑백사고와 시각을 극복하지 못한 민족과 집단은 역사에서 숱하게 사라졌다. 인류의 미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민족과 인류가 살 유일한 길은 조화상생적이고 더불어 함께 사는 포함적 혹은 통전적 포용의 삶을 사는 것이다. 끝없이 분열하고 나뉘고 서로를 단순이분법적으로 끝없이 구분하고 쪼개어 배타하고 쳐서 없애고 죽이는 상멸적 구도에 갇혀서는 결코 미래가 없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남녘사회와 해외동포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뿌리 깊은 분단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과 의식을 여전히 지배하는 친미친일 사대주의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극복하지 않으면 언젠가 결국 우리 모두가 소멸 당하고야 말 한국사회의 심각한 미국화(Americanization)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오늘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독교의 극심한 서구화/미국화를 말한다. 그것도 세상에서 아마 가장 단순무식한 미국남부의 보수적인 백인기독교근본주의신앙에 의한 한국기독교의 미국화다. 과거 YS가 오늘 MB가 그리고 미국에선 부시가 좋은 예다.

단순무식하고 극단적으로 이분법적인 보수백인기독교 선악/흑백논리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인 한국사회의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보수적 정치사회군사이념문화종교 행태를 말한다. 무엇보다도 서구식민주의, 제국주의 지배논리와 근본에서 같은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백인기독교논리에 의한 한국사회 전반의 미국화를 말한다.

피식민지 국가의 미국화란 곧 식민지민중들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에게 있어 만고불변의 지배전략인 문화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 전략, 곧 소프트파워(soft power) 전략의 제일 중요한 성과물인 셈이다.

하여, 미국화는 피침략민중들에 대한 침략외세의 영구지배전략을 위한 핵심 성과물인 셈이다. 오늘 백인화된 한국보수기독교는 한국사회의 끝없는 분열과 대립, 혼란 그것도 유아독존적인 배타주의, 상멸문화를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보수기독교장로 MB권력을 배경으로 오늘 한국보수 기독교가 불교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극단적 형태의 상멸적 배타주의가 하나의 좋은 예다.

미국화는 결국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분열정복전략”(divide and conquer strategy)의 한 결과인 것이다. 그것도 제일 심각하고 무섭고 영구적일 수 있는 결과를 낳는 소프트파워전략의 한 결과물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핵무기보다도 더 심각하고 무서우며 후과가 오래갈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제국주의(Soft Power)의 후과를 경계해서다. 그것의 모든 부정적, 파괴적 결과들에 다름 아닌 한국사회의 맹목적인 친미친일사대반공반북분단의식을 경계해서다.

특히 우리 겨레가 본래 같은 말, 얼, 문화, 전통, 풍습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수천만 년 이어오는 언어문화역사적 배경을 미처 모른 채 남과 북을 전혀 다른 별개의 두 나라로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가 세상에 적지 않음을 감안해서다.

                                                         IV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발언을 단군조선의 위대한 “홍익인간”(弘益人間: “세상(이웃/인류)을 널리 이롭게 한다”) 사상과 “제세/재세이화”(濟世/在世理化: “세상을 도(道), 진리(眞理), 이치(理致)로 다스리고 섬긴다”) 사상에 기초해 해석하면 그 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뜻이 될 것이다:

“우리 겨레가 사는 길은 곧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전체와 유라시아대륙이 사는 길이고 이는 나아가 세상 절대다수인류가 사는 길이다!”

반대의 경우는 반대의 해석과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북이 미국에 의해 반대로 지구에서 “소멸됐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은 곧 오늘 지구촌에 가장 강력한 대표적인 반제자주사회주의국가로 온 세상의 반제자주화투쟁을 선두에서 지휘하며 미국의 온갖 제국주의 횡포에 한치의 물러섬없이 가장 견결히 맞서 싸운 나라가 패배하여 무너진 것으로 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지구촌 전체인류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상상키 어렵지 않다.

그것은 먼저 한/조선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이 요원하게 될 것임은 물론 나아가 온 세상에 대한 제국주의지배가 더욱 심화, 확대되는 암울한 현실의 지속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작년 리비아침략 이후 영어권에서 갱스터(gangster: 대도시 은행갱단, 악한, 깡패)들로 불리는 서구/미국제국주의세력에 의한 전체 한/조선반도는 물론 전 지구에로의 “전면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가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제국의 군홧발 밑에 신음하고 굴종을 강요 당한 채 나라의 주권, 독립, 온갖 재부를 탈취 당하는 상황들이 속출할 것이다.

생명이 파괴당함은 물론 사람과 민족의 존엄, 국가의 자주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채 오늘 “1%”로 상징되는 지구촌 극소수 지배계급에 의한 “99%” 전체 인류에의 혹심한 착취와 약탈, 학살이 횡행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발언의 핵심 의미는 바로 그런 “지구는 필요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평생 자주를 생명보다 중시여겼던 김 위원장 자신과 북녘동포들로선” 그런 상황을 단 한 순간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김 위원장 발언에서처럼 그런 “지구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소위 “외과수술식” 폭격을 운운하며 핵공격을 전제한 미국의 전쟁위협에 벌벌 떨고 굴복하여 목숨을 구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그들을 벌벌 떨고 무섭게 만든 인류사적 의의를 갖는 세기적 경고를 한 것이다. 그들을 혼이 다 빠지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따라서 그의 1990년대 초 발언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존엄을 건드리면, 하여 만의 하나 우리에 대해 단 한 발의 총성, 단 한 발의 핵공격이라도 가할 경우 너희들을 지구상에서 아예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혹 지구를 깨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들 존재를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지게 할 것이다.”

등골이 서늘하도록 머리털이 쭈빗 솟도록 무서운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서리발 같이 무서운 추상같은 경고는 “온 세상을 제패한 세계제국” 마저도 간담을 서늘케 만든 것 같다. 그들을 결국 주저 앉힌 것을 보니 말이다.

그들이 온 세상에 공언하던 “외과수술식 폭격”은 둘째치고 일종의 “항복문서”에 다름아닌 “1994년 10월 제네바 조미기본합의서”에 서명한 것을 보니 그렇다.

                                                        V

1900년대 초 김 위원장의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발언이 허풍이었는가, 아닌가의 여부는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이후 전개된 “북미대결사”에서 만천하에 증명됐다고 해석해 틀리지 않다.

그의 경고가 허풍도 허언도 거짓도 빈말도 아니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수십 년에 걸친 첨예한 북미대결에서 끝없이 궁지에 몰려 무릎을 꿇고 또 꿇으며 질질 끌려다닌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서구지배의 세상주류보수언론매체들의 거짓보도와 달리(!) 결코 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6-70년 계속되고 있는 “조미대결사를 끝없는 위대한 기적의 역사”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의 발언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그러나 근본취지, 목적, 의도에서 180도 다른 발언을 미국정치지도자들 또한 했다. 1998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울브라이트와 오늘 대통령 오바마가 그들이다.

1998년 국무장관의 발언이 2012년 1월 대통령 의회 연두교서에서 표현만 에돌았을 뿐 거의 똑 같은 내용으로 반복된 것이다. 먼저 그들의 영어원문을 보자:

“If we have to use force, it is because we are America. We are the indispensable nation. We stand tall. We see further into the future.” Secretary of State Madeleine Albright, 1998

“America remains the one indispensable nation in world affairs—and as long as I’m President, I intend to keep it that way.” President Barack Obama, State of the Union message, 2012.

두 정치지도자 발언의 핵심은 바로 다음의 표현이다. “We are the indispensable nation.” 그들 발언의 핵심단어인 indispensable의 사전적 의미를 총동원하여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세상에 없어선 절대 안될, 필수불가결한, 절대 필요한 나라다.”

1990년대 후반은 쏘연방과 동구권을 이미 해체시킨 뒤 지구촌에 유일무이한 하여 스스로를 “지구촌 유일 초강대국”이라 부를 정도로 안하무인이 되어 마치 무소불위의 “세계제국” 지위에 오른 것 같은 미국에게 가히 온 세상이 한참 머리를 조아리던 때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 발언엔 바로 그 유일무이하며 무소불위의 위치에 오른 자의 극도의 교만과 안하무인의 오만방자함이 짙게 묻어난다.

울브라이트 발언엔 미국에서 “사회적 질병”(social disease)으로 불리는 하여 집단정신병에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racism)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에 기초한 서구제국주의로 점철된 500년 미국역사를 한마디로 성격규정할 수 있는 단어이자 교만의 극치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 있다.

“우리가 만약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것엔 달리 이유가 필요없다]. [만약 이유를 대라면] 그것은 우리가 아메리카America이기 때문이다.”

극도의 교만과 안하무인의 오만방자함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젠 돈도 없고 신용도 땅에 떨어지고 달러가치는 급락하다 못해 쓰레기 취급 받고 비록 앞에선 말 못하나 돌아서선 모두 미국을 손가락질 하는 하여 온 세상에 체면과 꼴이 말이 아닌 오늘 2012년 미국대통령 의회연두교서에선 90년대 말 국무장관이 했던 극도의 교만과 오만방자함은 사라졌다.

대신 더욱 교활해졌다. 오바마는 에돌려서 결국 울브라이트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즉 더 위선적이 된 것이다. 더욱 비겁해졌을 뿐 제국주의의 본성, 본질에는 그 어떤 추호의 변화도 없다는 말이다.

하여, 울브라이트, 오바마 발언과 김 위원장 발언은 마치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고 다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과 거짓, 위선, 탐욕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들의 발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차원이 전혀 다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비교되는 것 자체가 수치고 모욕이기 때문이다.

온갖 탐욕과 거짓, 죽음, 파괴, 학살, 약탈, 착취의 대명사인 제국주의자들의 발언과 달리 김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그들의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앞에서 지적했듯 일종의 심한 집단정신병을 앓는 그들의 세계관, 인간관, 인류역사관과 차원이 전혀 다른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머지 않아 자주평화통일을 이루게 될 우리 민족의 인류에 대한 공헌이 향후 어떻게 실현되고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조화상생적이고 포함적인 뜻이 담긴 “더불어 함께”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배타적이며 유아독존적인 제국주의자들의 누가 누구를 먹고 먹히는 발언과 천지차이가 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남북해외 전체 겨레의 위대한 자주적 평화통일운동과 오늘 북녘에서 “세계자주화위업”이라 부르는 반제자주투쟁을 통해 우리 민족이 21세기 인류의 미래에 어떤 공헌을 하게 될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인류사적 의의를 갖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김 위원장 발언이 울브라이트, 오바마 발언과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주장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결코 허풍, 헛말, 틀린 말, 빈말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VI

김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먼저 소련붕괴와 동구권 해체가 시작됐던 1990년대 초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옳다. 주지하듯 당시는 중국마저 (1979년 미국과의 수교를 배경으로) 개혁개방시기를 거치며 대외관계에서 과거의 역할(사회주의이웃)을 거의 못하던 시대다.

한 예로 냉전시기 동구권의 대표적 반제국가이며 다민족사회주의 연방국가였던 유고에 대한 무차별 공습 때 수도 벨그레이드Belgrade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한 미국의 소위 “오폭사건”이 있다.

“세계제국”의 지위에서 미국의 힘이 기고만장하던 때였던 1999년 5월에 벌어진 상징적 사건이다. “세계제국에게 감히 대들 생각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당시 그 사건은 오폭이 아니라 미국이 고의로 벌린 사건이었다는 해석이 다수를 이루었다.

사건의 핵심은 중국정부가 당시 “오폭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시기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이 굳이 아니었더라도 당시 그 누구도 감히 미국에게 자신의 주권, 존엄, 생명, 재산 등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던 시대였다는 것이다.

물론 북(조선)만은 예외였다. 6-70 년 북미대결사에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다. 반제자주민족해방 원칙에서 북이 단 한번의 예외도 두지 않았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주지하듯 당시는 온 세상에 “사회주의 패배, [미국식] 자본주의 승리” 환상이 팽배했던 시대다. 더더욱 지구촌 곳곳의 사회주의반제자주진보 진영이 극심한 좌절, 혼돈에 빠져 거의 대부분 침체, 후퇴, 변절, 와해되던 시대다. 냉전구도가 해체되며 거의 온 세상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 세계제국” 미국의 군홧발 아래 놓이던 시대다.

하여 오만방자해진 미국이 반제반미자주 성향의 국가들에 대해 걸핏하면 핵무기를 앞세워 군사침략과 위협을 일삼던 시대다. 그것은 일정한 차이는 있지만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이 소위 “핵무기, 미사일”을 빌미로 북에 대한 “고립압살흡수통일전략”을 가일층 강화시켰던 시대적 배경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사회주의는 망했다!”고 단정하고 세상 모두가 “미국식 자본주의” 환상에 빠져 이놈저놈 모두 간, 쓸개 다 내어 놓은 채 지구촌 곳곳에서 하나같이 미국에게 손들고 무릎 꿇던 바로 그때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그의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발언은 당시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또 다른 인류사적 의의를 갖는 위대한 역사적 선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바로 1992년 4월의 <평양선언>이다.

<평양선언>은 당시 “사회주의는 다 망했다”고 믿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모두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던 시절 온 세상에 대해 “사회주의재건운동”을 담대히 주창한 인류사적 사건이라고 정의해서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 때는 아마 아무도 선뜻 믿기 어려웠을 것 같다. 지어는 북녘에서도 아마 세상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말 가능할까?” 했을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아마도 모두 “도대체 조선이 왜 저럴까?” 혹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러나?” 싶었을 것 같다. 1990년대 초 김 위원장의 발언과 <평양선언>은 바로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옳다. 

                                                       VII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당시 <시사저널> 표현처럼 “오만한 황제”로 군림하며 오만방자했던 “세계제국”을 어떤 배경과 이유에서건 결국 주저앉힌 발언이었다고 해석해서 틀리지 않다.

앞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듯 당시 힘이 넘쳐 주체키 어려웠던 “세계제국”이 그들에게 대단히 굴욕적이고 따라서 마치 “항복문서”와도 같았을 “제네바 조미기본합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과 “평화협정 체결하고 공식수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제국주의자들이 회개하고 개과천선 해서가 아니었음은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당시 미국이 얼마나 다급했고 경황이 없었으면 “세계제국”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그들 스스로 “곧 얼마 안가 붕괴할 것”이라며 공언했던 상대와 마주앉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국가공식합의서에 서명한 것도 모자라 김 위원장 앞으로 대통령 친필서명 편지까지 보냈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북미대결전에서 믿기어려우리 만치 고분고분하고 기이할 정도로 북의 요구에 순응했던(?) 지난 20여 년 미국이 보인 일련의 행동은 당시 김 위원장 발언이 허풍인가 아닌가를 가늠할 수 있는 아마도 제일 확실한 판단기준(barometer)이 아닐까 싶다. 발언의 진위여부를 물을 필요조차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내 이어진 미국의 일련의 행동에서 그의 발언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을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도대체 어떤 무슨 의미였을까를 가장 잘 알았던 주체는 아마도 미국이었을 것 같다. 좋던 싫던 울며겨자먹기 식으로라도 북과 대화하고 항복문서와도 같은 국가간의 1994년 <기본합의서>와 6자사이의 2005년 <9.19공동성명>에까지 서명한 것을 보니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 발언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만약 북을 때린다면 북 또한 미국을 때릴 수 있다는 아니 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지구를 깨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을 아예 지구에서 소멸시켜버리겠다”는 발언 같다.

이 발언과 관련 여러 논란이 있다. 세상에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가공할(?) 군사력을 북이 이미 갖추고 있었다 아니다 등과 관련한 논란들이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다음 글로 미룬다.

김 위원장 발언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또 다른 핵심은 당시 그의 말 한마디로 총 한방 쏘지 않은 채 북미대결전의 근본구도를 바꾸어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익히 잘 알려진 1998년 11월의 페리보고서가 대표적 예다. 페리보고서의 핵심은 북미관계에서 “군사적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즉 북미대결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항복한 것과 같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1990년대 초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차원에서 인류사적의 의의를 갖는 하나의 대사건이었다고 해석하고 정의하게 되는 배경과 이유다.

김 위원장의 당시 발언이 갖는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만약 바르게 할 수 있다면 오늘 그가 비록 육신으로 이 세상이 없더라도 북녘의 미래에 대한 바른 전망과 이해는 그리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

                                                        VI

빼앗기고 억눌리고 착취받고 짓밟혀본 식민지경험을 가진 세상의 수많은 나라들과 지도자들 주요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중요한 업적들로 평가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정치사상군사전략적 사건들을 아래에 나열하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맺는다:

1. “사회주의재건운동”을 선포한 1992년의 역사적인 “평양선언”
2. 인류의 반제자주투쟁역사에 세기적 모범이자 지도이념으로 우뚝 선 “선군혁명사상”
3. 제국주의연합세력에 의한 “고립압살전략”의 결과였던 또 하나의 혹심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승리적으로 결속시킨 사건
4. “끝없는 위대한 기적의 역사”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승리로 점철된 조미대결사”
5.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자무기, 핵융합기술” 개발 등 최첨단 무기개발로 “정치사상강국, 문화강국, 과학강국”에 이어 “군사핵강국”까지 건설”
6. “핵무기보다도 강위력하다”는 “일심단결”의 “강철대오”로 “강성(자립적 경제)대국” 건설 적극 추진
7. “세계[반제]자주화위업” 진두지휘.

김 위원장 서거 이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동북아 이웃국가들 특히 지구촌 곳곳의 반제자주진보진영 국가와 조직의 많은 영도자들, 주요 인사들 사이엔 1에서 7까지의 사건들과 역사 하나하나가 모두 인류사적 의의를 갖는 세기사적 사건들이라는데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다.

1990년대 초 김 위원장의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는 발언이 결코 공허한 빈말이 아니었음을, 허언이 결코 아니었음을 깊이 깨닫게 하는 세기적 사건과 역사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더욱 인류사적 의의를 갖는 그 모든 세기적 사건들과 업적들이 호의적 조건과 환경이 모두 갖추어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엔을 비롯 일본 같은 이웃나라들과 온갖 국제기구들이 도와나서기는커녕 북을 고립압살하고 악마화하는데 앞장섰던 최악의 국제적 환경에서 이루어낸 사건이고 업적들이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자원이 특히 식량과 땔감(전력, 에너지)이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루어낸 업적이고 사건들이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끝없는 미국주도의 군사침략위협이 멈추지 않았던 환경과 처지에서 이루어낸 세기적 사건과 업적들이었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일구어낸 평생의 업적들이 오늘 험난한 지구촌정세와 맞물리면서 보다 더 많은 나라들과 인사들에 의해 오늘 더욱 그 모든 깊은 뜻과 의의들이 깊게 추모되고 되새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북녘의 미래 곧 남북해외 우리 겨레 모두와 동북아, 세상 모두의 미래를 전망하고 분석하는데 김 위원장의 과거 주요 업적들과 세기적 발언들이 갖는 인류사적 의의에 대해서 몇 가지 해석을 시도한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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