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나라당이 30일 대북정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를 밝힌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18개 조항으로 이뤄진 기존의 정강·정책을 10개 분야 23개 정책으로 바꾸고, 이름도 ‘국민과의 약속’으로 바꾸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단연 통일문제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 대목을 잠깐 살펴봅시다.

한나라당의 기존 정강·정책에서 강령 18조(한반도 통일노력과 통일이후 대비 전략 수립)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 내지 촉진토록 노력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존의 강령 18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국민과의 약속’ 8조(통일한반도시대의 주도)에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로 바뀌었습니다.

북측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개혁·개방’과 ‘인권’, ‘자유민주주의체제’ 등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등 손질한 것입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새로운 ‘국민과의 약속’을 발표하기 직전 “오늘은 당의 실질적인 내용이 바뀌고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민주통합당의 대북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친이계 전여옥 의원의 경우 “북 인권과 개방을 삭제한다? 진짜 미쳤는가”라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난했다고도 합니다.

말이나 문서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말의 상찬과 언어의 유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한나라당이 강령에서든 ‘국민과의 약속’에서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남북관계에서 핵심은 하나입니다. 한나라당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그냥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 이행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6.15와 10.4에는 북한의 ‘개혁·개방’도 ‘인권’도,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남과 북의 민족화해와 민족공조가 있을 뿐입니다. 한나라당은 아직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일시적인 선거라는 시류를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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