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 고양시장은 '2020 고양평화특별시'안을 발표, "감히, 고양시가 평화통일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도형]

골리앗이 횡포를 부리던 시절. 모두가 겁에 질렸을 때, 과감히 돌멩이 하나로 거인을 쓰러뜨리고 평화를 가져온 인물이 있다. 다윗.

지방분권시대가 열린지 오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눈치보기가 급급한 상황에서 '다윗'과 같은 역할을 하려는 도시가 등장했다. 바로 '고양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고양시가 평화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의 돌멩이를 '감히' 꺼내 들었다. 지난 17일 고양시는 '2020 고양평화특별시'라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평화통일안을 제시한 것.

여기에는 △북 개성시와 자매결연 및 '(가칭)남북간 지방자치교류협력위원회' 결성,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북한 인사 초청 등 남북 화훼산업 교류, △오는 런던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파견, △고양호수공원-개성공단 한반도 평화마라톤 실시, △인도적 차원 대북 지원사업 등 5개의 구체적 역점사업이 포함됐다.

남북관계 악화로 기존 대북 교류사업을 해온 지자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과감히 '2020년'을 위한 평화통일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시청 시장실에서 '2020 고양평화특별시'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최성 고양시장을 <통일뉴스>가 만났다.

▲ 인터뷰 동안 최성 시장은 연신 웃음과 함께, 자신의 포부를 강하게 피력했다. [사진-김도형]

최성 고양시장은 '2020 고양평화특별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성 시장은 "지금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평화정착은커녕 전쟁 일촉즉발 위기까지 간 상황이다. 전쟁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한반도가, 평화도시.평화정착은 물론, 통일을 이뤄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중앙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최성 시장은 "고양시가 경의선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자는 고민에서 나온 안이 '2020고양평화특별시'"라며 "'2020년에는 남북이 남북연합 형태로라도 통일의 기초단계를 만들수 있는 시기로 가능하다고 본다. 특별시는 서울.평양이 있지만 통일된 이후 수도를 어디로 정할 것이냐는 논의가 있겠지만 그 동안만이라도 고양시가 지정학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서 (임시수도 형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꾸리고 기금 10억을 마련하고, 글로벌 평화네트웤을 결성했다"면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 "언제까지 정부와 통일부에만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지방자치단체, 그 중에서도 고양시가 중심이 되어 중앙정부의 과제, 국회의 과제, 지자체의 과제, 민의 과제를 링크시키는 부분에서 나온 안"이라며 2020년 고양평화특별시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 지난 26일 오후 고양시청 시장실에서 '2020 고양평화특별시'를 추진하고 제안한 최성 고양시장을 <통일뉴스>가 만났다. [사진-김도형]

고양시는 '2020 고양평화특별시'를 위한 실천사업으로 앞서 언급한 5개 역점사업을 제시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시와의 자매결연'.

최성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개성공단을 10여 차례 갔다. 개성에서 최초로 남북학술토론회도 열었다. 고양시에 있는 기업인들의 투자설명회를 했던 책임성도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성시의 입장에서도 경의선이 관통하면서 통일이 될 때, 북쪽에서 중요한 교류협력 역할을 한 개성, 남쪽에서 그 역할을 하는 고양. 지정학적 위치도 있고, 지자체장의 평화통일 의지가 반영되는 것"이라면서 개성과 자매결연을 희망했다.

또한 "개성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량, 구체적인 교류의 경험이 있는 고양시가 실질적으로 자매결연을 맺는다면 대한민국 전체 지자체와 글로벌 네트웤이 형성되기에 강도높고 구체적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런던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파견'에 대해서 최 시장은 "중앙정부에 공동응원단 파견을 제안하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도 전개할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와 차기 새로운 대한민국 정부의 분위기 성숙이 필요하다면 문화적 교류, 체육교류 등이 양 체제의 근저에 깔린 남북 화해협력정책 계승의 불가피성을 이어가는데 좋지 않겠는가. 마스터 플랜은 이미 다 서있다"고 강조했다.

▲ 최성 고양시장은 북 개성시와 자매결연을 직접 제안했다. [사진-김도형]

그러나 '2020 고양평화특별시'를 위한 남북교류사업은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에 통일부 등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 과연 실현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최성 시장은 '무리하게' 중앙정부를 압박하거나 무시하지 않을 뜻을 내비치면서도 '감히' 고양시가 추진하는 '역발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시장은 "먼저, 중앙정부의 도움과 무관하게 우리가 선언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실성이 가능한 부분은 할 것이다. 두번째로 북한의 화훼업자를 초청하는 등의 부분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정부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중앙정부를) 견인해 내고, 안 하려고 하고 제동을 걸면 설득하고, 궁긍적으로 중앙정부가 할 일이라면 중앙정부에 넘길 것이다. 실천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지역주의에 함몰될 수는 없다. (이 안들은) 대한민국의 발전, 분단극복과 연결된다.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할 부분이 주가 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 성역을 넘나들 것"이라며 "재외동포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 사업을 추진하는 것 등, 감히 기초자치단체에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양시가 앞장서는 평화통일 견인이 '역발상'임을 강조하며 "동.서독처럼 남북 지자체가 교류할 수 있구나. 여기서 참평화통일이 오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면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있는가. 전통적 관념으로 보니까 (우리의 제안이 의심받는 것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한 최성 시장은 '2020 고양평화특별시'가 성사될 것을 기대하며, 시민들의 이해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김도형]

최 시장은 말미에 지자체의 평화통일 발상이 시민의 이해에서 오는 것임을 강조했다.

최 시장은 "다행히 고양시민들이 워낙 수준이 높다. 저의 흐름들을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있다"며 "이해를 못하면, '최 시장, 니가 뭐 대통령이야? 그냥 시 민원이나 해결해. 평화특별시선언 웃기는 소리하지마'라고 하면 시정 운영하는데 제약을 받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격려하시고 지켜봐주시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더욱 고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5년차, 중앙정부가 얼어붙게 한 남북관계를, 작은 소도시 고양시가 불어올 '평화통일' 훈풍이 얼만큼 녹아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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