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4일 통일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남북의 경제·사회적 격차로 인해 최대 365만 명의 북측지역 주민이 남측으로 내려올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통일 이후 노동시장 변화와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알리고는, 이에 따른 남측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이주 북측 주민에 대한 사회보장 정책 수립과 직업훈련 강화 같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까지 했습니다.

대기업 이익을 대변해온 경총이 통일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평화통일’이 아니라 ‘북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입니다. 경총이 단서로 단 ‘통일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이뤄질 경우’란 사실상 북의 급변사태를 의미하며, 급변사태를 당한 북이 붕괴해서 남측에 흡수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경총은 통일과 관련 2000년에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에 제시되어 있는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서 공통성’을 찾는 평화통일을 배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남측에서 북 급변사태 운운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1990년대 말 북 ‘고난의 행군’ 시절 때 남측 일부 학자들이 붕괴론을 떠들자, 수구언론들은 수백 만 명의 북측 인민들이 남쪽으로 내려온다며, 혐북(嫌北)의식을 조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 2010년에도 KBS, MBC, SBS는 일제히 ‘北 급변사태 대비’ 등의 비슷한 보도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거론하며 “북측의 3대 세습은 쿠데타나 민란 등 급변사태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평가”라며 ‘급변사태’시 북 탈출 주민이 10만 명에서 최대 2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타계했습니다. 남측 수구세력의 소망대로 북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북에선 쿠데타나 민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인민이 남측으로 탈출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은 전 인민적 차원에서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례 일정이 무사히 진행됐으며 후계 작업에서도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 불안정성’이 해소됐음에도 경총은 원님 행차 뒤 나발 부는 격입니다. 경총은 이미 불가로 판명된 ‘북 급변사태’ 분석에 돈을 쓰기보다는 남북이 화해하면서 유무상통을 통해 상호 경제발전을 이룰 경우를 분석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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