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언론의 찌라시 습성이 또 도졌는가는 봅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17일자 기사에서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알려진 김정남이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주고받았다는 이메일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오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은 18일자 “김정남은 천안함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리고 <서울신문>은 19일자 “김정남 이메일엔 천안함 관련 한줄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각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 요지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조선일보 기사는 월간조선 기자가 쓴 것입니다. 또한 고미 편집위원은 2004년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김정남과 150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지난해 1월과 5월 두 차례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쓴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가 18일 일본에서 출간됐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고미 편집위원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직후인 2010년 11월 25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정남은 “북한은 서해 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핵 보유, 선군정치에 모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정남은 연평도 포격도발과 관련해 ‘북조선 군부가 자신들의 지위와 존재의 이유, 핵 보유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지른 도발’이라고 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서는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核),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고미 편집위원이 연평도 포격전에만 문답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가 둘로 나눠 일부는 연평도 사건에 대해 일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답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게다가 기사 제목도 <김정남 “천안함, 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고 딱 잡아놨습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날조입니다.

고미 편집위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게재한 내 책에는 천안함 내용이 단 한 군데도 나오지 않는데 조선일보가 왜 이런 내용을 보도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조선일보는 19일자에서 “고미 요지 위원이 이메일을 바탕으로 펴낸 책에는 천안함 관련 부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면서도 “월간조선측은 천안함 부분은 김정남 주변의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별도 취재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라고 둘러댑니다. 김정남이 천안함에 대해 그렇게 말한 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 법입니다. 조선일보가 날조의 1등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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