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김도형]
15일 민주통합당 대표로 한명숙 전 총리가 선출되자 자연스럽게 ‘여성 정치지도자’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의 살아온 역정이 현저히 다른 점을 부각시키며 바야흐로 여성 당대표들이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실을 거둘지 벌써부터 표계산에 분주하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현존 여성 정치지도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는 단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라 할 수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2010년 7월 민주노동당 대표로 선출돼 당을 이끌어왔으며,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일부와의 ‘진보통합’ 임무를 수행해냈다.

특히 이 공동대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물론 지난 연말부터 1인 팝케스트 ‘희소식’(http://cafe.daum.net/heenews)을 운영해 인기를 끄는 등 신세대 정치인다운 강한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통합과정에서의 우여곡절에 대해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저희가 기대했던, 또 만들고 싶었던 효과를 다 만들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밀린 숙제를 한 것 같은 느낌도 좀 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나 “실제로 통합진보당 만들고 나서 한 달이 지났는데 저희 당원이 12월 초에 10만 명 정도 됐는데, 지금 한 달 동안 1만 명 넘게 늘었다”며 “우리 진보당이 하나의 ‘흩어지지 않는 당’으로 ‘싸우지 않는 당’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저에게는 큰 공부가 된 듯도 하다”고 긍정적 평가로 귀결지었다.

특히 합당이후 맞이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국면에 대해 “세 주체가 만났지만 당을 통합하고 첫 번째 벌어진 정국변화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면서 “진보진영에 오랫동안 주어져왔던, 최근 몇 년 동안 주어져왔던 대북관계에 대한 논란을 접었다고 볼 수 있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 공동대표는 “안정적인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이라고 하면 최소 30석 정도를 보는 것”이라며, 170여 지역구에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배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이번 총선은 1:1 구도를 만들겠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통합진보당이 빨리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15%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회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야기 도중 “10.4선언 발표 4주년 기념식을 노무현재단과 인천시가 공동 개최했는데, 그때 문재인 이사장 말씀을 듣고 제가 굉장히 놀랐다”며 당시 문 이사장이 “모든 정부는 통일을 바랄 것이 아니라 평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평화와 통일을 “따로 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부 일각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FTA’를 하고 싶어했다”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그게 결국 두 개의 한국 아니냐”고 날카롭게 반문했다.

이 공동대표는 “(김 위원장) 급서이후 남북관계가 오히려 좀 후퇴하고 있는 듯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를) 대화의 상대로 보고 빨리 이명박 정부가 대화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지금 외교에 통일이 거의 흡수된 식으로 돼 있고, 안보는 완전히 무기증강으로 정권 말기까지, 18대 국회 말기까지 가고 있”다며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있어서 핵심은 통일문제”라고 못 박았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활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잠을 안 자면서 한다”고 웃음을 감추지 못한 이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을 파악하는 눈을 가지게 됐다. 통로를 가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당을 같이 한다는 것은 간단한 결심이 아니”라며 “당원민주주의에 철저한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기본적인 확인은 돼 있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충분한 신뢰를 지금 쌓아가고 있다”고 예의 낙관적 관측을 내놓았다.

다음은 지난 12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이정희 의원실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 내용이다.

“대북관계 논란을 접었다고 볼 수 있다”

▲ 이정희 공동대표는 어떤 질문에도 준비된 자신의 답을 내놓았다. [사진 - 김도형]
□ 통일뉴스 : 통합진보당으로 대망의 2012년을 맞았다. 소감이나 각오는?

■ 이정희 공동대표 : 짧게 보면 2010년부터 당시 민주노동당이 연대를 시작했고, 2011년 새해에 ‘통합과 연대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것이 결국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기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고 꾸준히 한 길을 걸어 온 것이다.

이제 2012년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준비해온 것들이 국민들의 폭발하는 민심과 더불어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통합진보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거쳤는데, 민주노동당 대표를 맡은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소감과 평가는?

■ 통합을 이루고 나서 마석 모란공원에 전태일 열사 묘역, 문익환 목사님 묘역을 갔는데, 굉장히 벅차면서도 “굉장히 잘했다”고 스스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저희가 기대했던, 또 만들고 싶었던 효과를 다 만들지 못한 측면이 있다. 밀린 숙제를 한 것 같은 느낌도 좀 있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 만들고 나서 한 달이 지났는데 저희 당원이 12월 초에 10만 명 정도 됐는데, 지금 한 달 동안 1만 명 넘게 늘었다. 크게 언론에 보도되거나 열심히 밖으로 나가는 일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 ‘그동안 참 많이 기다리셨구나’, ‘어떻게든 통합진보당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구나’하는 마음들을 많이 느끼게 된다.

사실 오랫동안 통합 논의를 거쳤지만 좌절되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하면서 급작스럽게 통합을 하느라고 못다 푼 문제들, 못다 만들어낸 합의들을 뒤에 만들어내는 시간이 지난 연말 올 초에 좀 있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또는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부족함이 그대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채워나가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통합을 하기 전과 통합을 한 이후에는 어떻게 보면 속도의 차이가 지금이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훨씬 더 많이 이해하려 애쓰고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과 모습을 보니까, 그 모습이 앞으로 우리 진보당이 하나의 ‘흩어지지 않는 당’으로 ‘싸우지 않는 당’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저에게는 큰 공부가 된 듯도 하다.

□ 부담스러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통합과정에서 특정 정파에 휘둘린다. 지도력이 시험받았다”는 외부의 평가도 있는 것 같다.

■ 제가 사실 이런저런 정파를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당 대표로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을 드려야 할지, 그런 질문을 간간이 받으면 좀 난감하기도 하다. 저는 진보운동을 해오면서, 진보정당 일을 해오면서 당이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각자의 경험 속에서 또 주변에 있는 당원들의 의사를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차이가 좀 있었다고 본다.

특히 노동, 농민 이런 현장의 목소리들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경우도 상당히 있고, 그런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의 차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이나 농민 쪽에서 혹시나 하는 약간의 불안감, 또는 약간의 못미더움 같은 것이 남아있기는 하나 워낙 많은 노동자 농민들, 시민들께서 “잘 됐으면 좋겠다. 이왕 만들었으니까 잘 해봐라” 이 말씀을 많이 하고 계셔서 어떻게 보면 뒤를 돌아보기 보다는 앞으로 나갈 걸 생각하면 그런 문제는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기서 두고두고 제가 부족한 점, 더 빨리 더 많은 마음을 모으지 못했던 점은 성찰하면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동당 시절 이정희 대표는 민생현장을 발로 뛰며 '현장정치'를 익혔다. 용산참사 현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이정희 의원실]
□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민생과 통일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보는데, 큰 무리가 없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 지난해 3월 순천에서 중앙위원들이 설문조사를 즉석에서 한 적이 있다. 진보대통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풀기 어려운 과제가 무엇일까. 거의 60% 가량의 중앙위원이 남북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들을 주셨는데, 저는 2008년에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한편으로 명분이 됐던 남북관계, 북에 대한 입장 즉 대북관에 대한 논쟁거리를 이번에 통합진보당을 만들면서 없앤 것이 굉장히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로가 북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내용을 어떤 정도의 느낌으로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보냐 아니냐, 당을 같이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무슨 주의냐 아니냐’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진보정당이라면 6.15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해야 되고, 그것을 이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대화해 나가면서, 대화와 협력이라는 기본 토대 아래서 좀더 여러 가지 가치들을 녹여내기 위해서 방법을 선택해야 된다는데 대해 일정한 공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 조문정국에서도 보았듯이 이전의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했던 세 주체가 만났지만 당을 통합하고 첫 번째 벌어진 정국변화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아주 차분하고 진지하게 논의했고, 쉽게 합의가 이루어졌고,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는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 시절에 통일문제 남북관계를 이끌어갔던 분들이 통합진보당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조선사회당과 교류했던 민주노동당의 경험, 민간 차원의 교류 경험 이런 것들이 함께 다 결합돼서 좀더 적극적이고도 안정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에 오랫동안 주어져왔던, 최근 몇 년 동안 주어져왔던 대북관계에 대한 논란을 접었다고 볼 수 있다.

170여 선거구 총선후보 배출, “최소 30석 목표”

▲ 이정희 공동대표는 비전과 목표가 뚜렷했지만 현실 정치판이 그의 의도대로 움직여 갈지는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사진 - 김도형]
□ 통합의 실질적 목표가 올해의 양대 선거라 할 수 있고 당장 코앞에 총선이 다가와 있다. 일단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어떻게 총선에 임할지, 그와 연동돼 민주통합당과는 어떤 선거연대를 할지 설명해 달라.

■ 먼저 지난 2004년, 2008년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245개 선거구 중 현재 17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후보들을 내고 있고, 상당히 많은 후보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왔다. 이것에 기초해서 이번 총선은 1:1 구도를 만들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통합진보당이 빨리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해야 민주당이 ‘아 이거 별거 아니다. 야권연대 안 해도 상관없다. 이야기 좀 해보다 안 되면 그만이다’ 이런 데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야권연대를 꼭 실현시켜야만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당을 새로 만들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겹치면서 시민들이 보기에 많이 혼동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당의 지지율이 초반에 좀 내려가는 양상도 보였는데 다시 회복세로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실제 야권연대를 논의하게 될 즈음에는 저희가 원래 예상했던, 기대했던 15%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전체적인 야권연대에서 당의 지지도가 선거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정도의 야권연대를 만들어내려고 추진하고 있다.

□ 170개 이상 지역구에서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통합진보당의 경우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드물다. 민주통합당이 큰 양보를 할 가능성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부 목표치가 있나?

■ 저희들은 안정적인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이라고 하면 최소 30석 정도를 보는 것이다. 2004년에 비례의석을 8석을 차지했는데 최소한 10석은 된다고 보고 있다. 얼마나 비례를 더 늘려나가느냐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울산.경남 쪽은 제 1 야당이니까 야권연대를 주도하면서 전체적으로 절반 이상을 저희가 단일후보가 돼서 한나라당을 이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고, 전남.광주 지역에서도 실제 민주당 후보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는 곳이 상당히 있다. 2009년 광주 남구 보궐선거에서 저희 오병윤 후보가 44%를 기록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지지기반들이 쌓여가고 있고 실제로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으로 커나가고 있다.

□ 수도권 판세는 어떻나?

■ 수도권은 당에 그래도 좀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 곳은 당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더 새로운 분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얼마나 끌어올리느냐, 그리고 비례 당 지지율이 얼마나 나오느냐, 이게 수도권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저희는 지역구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이미 통합 전에 한부분만 제외하고 다 합의해 놓았다. 조정이 안 되면 당원들의 투표와 여론조사를 절반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서 지금 한창 후보조정들을 해나가고 있다. 2월 4일이면 대부분의 지역후보들이 결정될 예정이다.

□ 이 대표는 어느 지역에서 출마하나?

■ 서울 관악을로 간다. 곧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된다. 민주당에 현역의원이 있다. 야권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 총선이 1차 관문이 되겠지만 정권교체라는 더 큰 과제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이 대표 개인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소개해 달라.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당의 현안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라고 본다. 진보당이 하려는 야권연대도 정책에 대한 합의 위에서 이루어져야 되고 그 합의를 실행하는 것이 기대되고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문제들, 선거제도와 같은 정치개혁의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에서도 역시 그러하리라 본다.

이전에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에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의해서 연평도에 수 천억 원 가량의 군사무기를 더 배치하도록 예산을 증액했다. 저희는 당시 국민감정이 매우 악화되어 있었고 뭔가 안보에 빈 구석이 생기지 않았느냐는 우려들도 있었지만 결국, 남북간 충돌이 일어나는 문제는 우리가 포탄의 숫자가 모자라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전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끌어온 대통령을 가졌던 정당으로서 자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그런 시점에서는 국방예산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야 맞았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 그런 세세한 점들에서 좀더 진보적인 방향,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지향을 가지는 방향, 이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 안에서도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이야기되는 분들 가운데서도 평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 그리고 그것이 평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반드시 한반도에서는 통일이라는 목표로 지향되어야만 평화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확고하고 안정적인 인식을 가지지 못한 경우도 저는 때론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분명히 야권연대 과정에서 확인되고 약속되어서 앞으로 의회 권력이 바뀌고 정부 권력이 바뀌게 되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다시 흔들리거나 약속이 깨어지거나 이렇게 되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있다. 저는 그건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이사장 말씀 듣고 굉장히 놀랐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입장에 대해 날카로운 실명 비판을 들이댈만큼 거칠 것이 없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사진 - 김도형]
□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에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불철저하다고 지적했는데, 실명 거론도 가능한가?

■ 10.4선언 발표 4주년 기념식을 노무현재단과 인천시가 공동 개최했는데, 그때 문재인 이사장 말씀을 듣고 제가 굉장히 놀랐다. “모든 정부는 통일을 바랄 것이 아니라 평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는 내용이 인사말에 들어 있었다. 그 두 가지를 따로 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FTA’를 하고 싶어했다”는 분위기로 계속 이야기 하는데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그게 결국 두 개의 한국 아니냐. 민주당 대선주자라서 특별히 드린 말씀이다.

□ 대선 국면에서의 개인적 행보는?

■ 제 행보는 정해진 게 아니니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역할을 각각의 개인들이 할 수 있을지는 총선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야권의 연대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달려있다. 그 속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 남북관계는 김정일 위원장 급서라는 새로운 정국을 맞았다. 통합진보당이 새로운 당으로서 대처해왔고, 앞으로도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 같다. 어떤 원칙에서 대응했고, 앞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해 어떻게 대하려고 하는지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저희는 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당시를 생각하면 굉장히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문익환 목사님 돌아가셨을 때를 생각하면 이것이 또 하나의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선언과 10.4선언의 서명 당사자고, 그런 취지에서 볼 때 저희가 마땅히 조의를 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정부로서도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명하는 등의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그런 태도를 보이길 특별히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민간에 대해서는 좀더 폭넓게 열어서 지금 정부의 부족함, 정부의 상황을 민간으로부터 충분히 보완받는 일을 해주기를 바랬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께는 생전에 인연도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좀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를 폭넓게 말씀드린 바 있다.

그런데 급서이후 남북관계가 오히려 좀 후퇴하고 있는 듯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나름대로는 유연화 정책 이런 얘기를 하면서 뭔가 유화조치들을 할 것처럼 했다가 오히려 북한의 지도부와 주민들을 분리하는 듯한 표현을 쓰면서 우리 민족적 정서에서 사이를 더 벌어지게 한 것 아닌가 이런 안타까움이 있다.

그에 반해 북과 미국은 6자회담이나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저는 대화의 상대로 보고 빨리 이명박 정부가 대화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값이 굉장히 폭락하고 정부에서는 40만 마리를 도태시켜야겠다고 한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그중에 일부라도 쌀을 보내듯이 소를 보내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했던 것과 같은 민족 간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굉장히 많다.

□ 2012년은 한반도 대격변의 시기다. 최근에 북중관계가 굉장히 깊어졌고, 미국도 대통령 선거가 있고 중국도 권력 이행이 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약체인데, 우리민족의 전략이랄까 한반도에 대한 전략과 구상이 필요할 것 같다. 통합진보당이나 이 대표는 어떤 구상이 있는지?

■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사실상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 아래 일종의 진영대결 속에서 미국편에 딱 붙어있는 양상으로 되고 있다. 이건 우리 한국으로서는 굉장히 현명하지 못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를 풀어가는 초점은 우리가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북과 대화하고 북과 평화상생의 공동체를 만들면서,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변여건을 확보해나가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지금 외교에 통일이 거의 흡수된 식으로 돼 있고, 안보는 완전히 무기증강으로 정권말기까지, 18대 국회 말기까지 가고 있는데,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있어서 핵심은 통일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중심을 놓고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역량을 총발동시켜야 한다.

국방문제도 장기적으로 남북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국방비 부담을 줄여나가고 군비축소를 해나갈 것인지, 서로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가운데 하나씩 하나씩 총을 내려놓는 이 과정을 어떻게 밟을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해나가야 된다고 보고 있다.

전체적인 방향전환에서 통합진보당은 19대 국회로 바뀌고 나면 아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외교정책, 한미FTA에 이은 한중FTA 이러한 문제들까지 대단히 강한 견제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바뀌게 된다면 지금 어찌 보면 국가보안법 문제라든가 10.4선언에서 확약했지만 그전에도 하지 못했고 그 뒤에도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국내문제들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굉장히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는 것으로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오히려 바꿔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는다고 보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잠을 안 자면서 SNS 한다”

▲ 평소 차분한 목소리로 편하게 이야기하다가도 웃음과 함께 높은 톤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나꼼수'에서 정평을 얻은 그의 목소리는 팟캐스트 '희소식'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김도형]
□ 최근 국가보안법으로 SNS 사용자들을 처벌하고 있기도 하다. 변호사시절 국보법 관련 사건들을 많이 다뤘는데 최근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 “국가보안법이 거의 남용된 적이 없지 않느냐? 남용될 우려도 이제 없지 않느냐?” 이것이 2004년에 한나라당이 얘기한 폐지 반대의 근거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국가보안법이 어떤 남용까지 오고 있느냐가 이번에 박정근씨 구속사건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제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국민들이 ‘저런 것도 국가보안법으로 거느냐? 막걸리 국가보안법이다’ 이 생각을 다시 현실에서 가지게 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존재하는 한 남용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남용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계속 말씀드렸던 것이다. 이제 18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도 폐기운동도 곧 시작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희소식’ 등 SNS를 굉장히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바쁜 일정 중에 어떻게 다 하고 있는지?

■ 잠을 안 자면서 한다.(웃음) 진보정당은 기성언론에 잘 안 나니까. 나더라도 굉장히 날카로운 선상에 있을 때만 난다. 저희가 어떤 마음에서 이런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하는지 조차도 잘 안 알려지고, 저희가 만들어내는 정책들 하고 싶은 계획들은 거의 관심을 잘 못 받기 때문에,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그래서 그런 점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말씀드리려고 SNS를 시작한 것이다.

SNS의 보람은 이런 거다. 잘 몰랐는데 저라는 사람이 말하는 것, 보내는 글, 대응하는 방식,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태도,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 내가 너무 기성언론만 보고 너무 멀게만 생각했구나” 이렇게 느끼게 됐다는 분들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을 파악하는 눈을 가지게 됐다. 통로를 가지게 됐다. 이렇게 본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작년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용역 어머니들, 한진중공업, 여러 가지 문제들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서서 행동을 결집시키는 수단, 공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굉장히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다.

댓글들이 많이 올라와 거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보기는 보는데 답은 다 못 드린다.

□ ‘희소식’은 어떻게 운영하나?

■ 아주 적은 인력으로 하고 있다. 한두 명 정도만 미리 얘기해서 어떤 얘기를 할까 미리 골격을 준비하고, 녹음 편집을 같이 일하는 동료 한분이 해주셔서 아주 간단하게 한다. 반응은 “밤에 들으면 참 좋다. 복잡한 정치 얘기를 이렇게 다소곳하게...”(웃음)

□ 통합진보당 3인 공동대표체제에 대해 상당히 화려한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선 모양새인데, 호사가들의 입에서는 “저거 틀림없이 유시민 대표에게 말아먹힐 것이다”라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 당을 같이 한다는 것은 간단한 결심이 아니다. 가치에 대한 충분한 공감, 공과 사를 어느 쪽을 앞세우느냐에 대한 신뢰, 이런 것이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특히 무게있는,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당을 같이 한다는 것은 그런데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진보정당 당원들이 당원민주주의로 운영되는 정당을 한다는 것은 나의 이익이나 나의 생각보다 함께하고 있는 집단의 결정, 조직의 결정, 조직이 원하는 바, 함께 책임지겠다고 결정한 바에 따라서 나의 생각도 바꿀 수 있고 나의 행동도 거기에 따라서 맞출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충분히 복종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언을 대외적으로도 하고 자기 마음 속에 계속 확인해 들어가는 작업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끊임없이 한국정치가 인물 중심으로 가고, 그러면서 분명히 한 인물이 조직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자신의 계파를 이끄는 것처럼 이렇게 보여지는 측면들이 계속 있지 않느냐. 그런 순간순간마다 어떻게 집단이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는 것에 따를 것이냐 하는 그런 자기의 위치를 스스로를 확인시킨다는 것은 늘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당원민주주의에 철저한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기본적인 확인은 돼 있는 거다. 그래서 흔히 “아이, 국민참여당 하고도 하는데 민주당하고는 왜 못해?” 민주당 분들이 그런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구조상으로 당의 구조가 다릅니다”라고 말씀드린다. 그런 구조를 받아들이는 정치인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각 시도당을 다니면서 당원들하고 세 대표가 서로 각기 다른 당원들과 얼굴을 마주본다.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바가 분명히 있다. ‘어떤 마음으로 이 당을 만들었구나’,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저에게서 확인하고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유시민 대표에게서 확인하고, 이런 확인의 과정들 속에서 충분한 신뢰를 지금 쌓아가고 있다고 본다.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아까 말한 조직정비, 당원들 간의 융합까지도, 당대표들과 당원들 간의 교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거기서 하나의 현안들을 볼 때는 쟁점이 있을 수 있다. 그 쟁점을 그냥 수의 논리로 밀고 가거나 아니면 쟁점을 아예 이야기하지 않거나 이런 방식으로 푸는 게 아니라 뭔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이 드러나는 차이가 우리 사이에 어떤 배경의 차이에서 온 것인지를 분명히 서로 간에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저희가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안정적으로 당의 정비와 융합을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세 대표 가운데 누가 대표로 나서든 또는 다른 누가 나서든 간에 아마 총선 지나고 하반기 들어서면서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을 때가 왔을 때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까지 융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

▲ 민생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 유독 애정이 깊은 이정희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낙관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농성장을 찾은 모습. [사진제공 - 이정희 의원실]
□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 방침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 맞나?

■ 정확히 표현하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세력화한다는 것이었고, 지금 그건 없어진 일이 없고 계속 가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바뀐 거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정치방침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새롭게 정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직 못 정했다, 또는 철회했다가 아니고 새롭게 정하는 자연스런 과정에 있다.

당연히 논쟁이 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통합하면 안 된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민주노총 안에도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대세는 분명히 있다고 보고, 조합원들의 의사가 잘 수렴돼서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 네티즌이나 독자들에게 마무리 말씀을.

■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하도 헷갈린다고 해서 될 수 있으면 민주당과 진보당으로 써달라. 약칭을 공식적으로 정한 것은 아닌데 혼동이 덜 되게 도와주면 좋겠다.

아무래도 통일뉴스는 해외동포들도 많이 보시니까, 통합진보당은 제가 민주노동당을 할 때도 그랬지만 해외동포 여러분들께서 남과 북의 평화, 통일에 대해서 굉장히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난번 일본에 방문했을 때도 동포들께서 그러한 바램들을 아주 절절하게 전해주셨다.

이번에 재외국민투표를 새롭게 동포들께서 참여하시게 되는데, 적극적으로 투표 등록하시고 어려우시더라도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그래서 저희가 해외동포 여러분들의 열기를 더 많이 느끼게 되고 저희도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

□ 신년 바쁜 일정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올해 목표로 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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