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북측과 대화채널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이제까지 남북 간 대화채널이 없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만나기 위해서는 그 만남을 주선할 수 있는 대화의 창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까지 남북관계가 폐쇄상태였던 것입니다. 어쨌든 통일부의 이번 방침은 천안함 사건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1년을 남겨놓고 반성한 것일까요? 그래서 지난 4년간의 대북 대결주의 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나마 뒷북이라도 쳤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을 보면 그게 아닙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북한에 당장 회담을 제안할 계획은 없다”며 “대화를 누가 먼저 제안하는 것보다 여건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게 아니라 여건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측의 눈치를 살피겠다는 것입니다. 이래선 안 됩니다. 이 정도로는 남측과 ‘영원한 상종 불가’를 천명한 북측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꿨다면 그 내용만이 아니라 방법까지 보여줘야 합니다. 북측에 대화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측은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사이 대결상태 해소’를 제시하고는 곧이어 ‘조건 없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는 둥 유화공세를 폈습니다. 이어 북측 군부가 남측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전격 제의했습니다. 회담 의제도 남측이 원하는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사건과 관련된 파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남측이 북측과 대화를 하자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북측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의제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문제로 하면 됩니다. 상대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해줘야 대화가 성립된다는 것은 신뢰구축의 기본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