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남측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나있는 듯합니다. 북측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측 당국의 제한적인 조문방북을 지적했습니다. 북측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고와 관련 “민족의 대국상을 외면하고 조의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해나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고 비난했습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까지 이같이 구체적으로 남측의 ‘행위’를 적시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그만큼 단단히 화가 나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에 앞서 북측은 남측 당국이 민간 조문단의 조문방북 요구를 막은 것을 비난했습니다. 국상(國喪)을 마친 하루 뒤인 구랍 30일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이미 선포한대로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이어 구랍 31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남측 당국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끝장내는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일에도 북측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를 ‘반인륜적 집단’이라 공격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북측은 국상 이후 구랍 30일 국방위 성명과 31일 조평통 성명, 그리고 새해 들어 1일 신년 공동사설과 2일 언론매체 기사 등을 통해 연일 조문방북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날린 것입니다. 마침 2일 이명박 대통령도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북측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측에 대해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언젠가 많이 듣던 ‘진정성 타령’입니다.

보다 큰 문제는 북측의 선공(先攻)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예 북측을 준엄하게 꾸짖든지 아니면 화끈하게 대화 제의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하고 어정쩡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입니다. 전형적으로 나약한 자의 자신 없는 모습입니다. 북측은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사이 대결상태 해소’를 제시하고는 곧이어 ‘조건 없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는 둥 대남 유화공세를 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남측 당국이 진정으로 북측과 대화를 원한다면 지난해 북측이 한 것처럼 조건 없는 대북대화를 제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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