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민련남측본부 원로 조문단 3명이 28일 김정일 위원장 조문을 가겠다고 통일대교로 향했다. 군측의 요청으로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 조문 간다. 길을 비켜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일인 28일 오전 11시 40분경 판문점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로 통하는 경기도 파주시 ‘통일의 관문’ 앞에서 범민련남측본부 원로 조문단 3명이 북으로 조문을 가겠다고 나섰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나창순(79세) 명예의장과 강순정(82세), 이천재(81세) 고문은 검은 천에 흰글씨로 ‘6.15 마음으로 조문간다’, ‘조문불허 삐라살포 정부가 할 짓이냐’라고 쓴 플랑카드 2개를 펼쳐들고 ‘통일의 관문’으로 향했다.

▲ 범민련남측본부 원로 조문단의 발길은 '통일의 관문' 앞에서 묶였다. 군측의 요청으로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갑작스런 노인들의 출현에 놀란 초병들이 뛰어나와 “이쪽은 군사지역이라 더 이상 들어오시면 안 된다”며 “통일부에 가서 승인받아 오셔야 한다”고 막아나섰다.

나창순 명예의장은 “통일부에 접수시켰다”고 맞섰고 강순정 고문은 “남북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인네들이 조문 가려는데 왜 막느냐”고 꾸짖었지만 초병들은 꿈쩍도 하지 않아 10여분간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범민련남측본부는 전날(27일) 오전 9시 30분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민련북측본부 초청장을 첨부해 9명 조문단의 방북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결국 방북길이 가로막히자 원로들은 발길을 돌렸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도 출동했지만 원로들을 연행하지는 않았다.

▲ 길이 막히자 10여분간 대치하던 원로 조문단은 발길을 돌렸다. 군측의 요청으로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나창순 명예의장은 “오늘 반드시 조문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군대와 경찰에 가로막혀 갈 수 없어 참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고, 강순정 고문은 “노인네들이라도 올라가서 조문했더라면 비탄에 빠진 동포들도 좀 마음이 누그러졌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천재 고문은 “때를 놓치지 않고 양보하고 물러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현 정권이 한발짝만 물러나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하고 ‘자유롭게 조문단을 보낸다’고만 하면 큰 의미가 있을텐데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문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나창순 의장은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북쪽도 같은 조국인데 최고지도자가 서거해 조문을 가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며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자주통일을 위해서 조문을 가려했다”고 밝혔다.

강순정 고문은 “정부가 조문을 막아 또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통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굳어지면 안되겠다 싶어서 우리라도 조문을 결행하기로 했다”며 “정부에서도 우리 늙은이들이 가는 것을 보면서 좀더 유연하게 북과 대화해서 통일에 대한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천재 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킨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당연히 조문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가야 되지만 이 정권이 틀어막고 있는데, 이같은 횡포를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고 조문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 원로 조문단이 통일의 관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탈북자단체에서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 전단 뭉치가 인근에 떨어졌다. 군측의 요청으로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범민련남측본부 원로들이 조문을 위해 ‘통일의 관문’으로 향하는 중 탈북자단체들이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전단 뭉치가 인근에 떨어져 군인들이 수거해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은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8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한 동포들에 보내는 호소문’이라는 대북전단을 살포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천재 고문은 “우려했던 대로 북에서는 국상을 치르고 있는데도 이렇게 대북삐라가 뿌려지는 것은 정부가 못 본 채 하고 우리 조문만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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