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 또 다른 긴장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남측당국이 서부전선 애기봉(愛妓峯)에 이어 중부전선 평화전망대와 동부전선 통일전망대에도 성탄 트리 모양의 등탑을 1개씩 세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세우면서 정부 소식통은 “등탑은 북한지역에서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3개의 성탄 트리 등탑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보름 넘게 켜질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북측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11일 ‘애기봉 등탑은 왜 켜려는가’는 제목의 논평에서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이라고 규정한 뒤 “애기봉 등탑에서의 불켜기놀음으로 하여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경우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측은 이미 올해 2월에도 임진각을 비롯한 대북 심리전 발원지를 조준 격파 사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애기봉에서는 전쟁 후인 1954년부터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 등 종교 행사가 있을 때 트리에 불을 켰다고 합니다. 처음엔 소나무로 장식 트리를 만들어 썼으나, 1971년에 등탑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애기봉 등탑 점등은 6.15공동선언 후인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을 모두 제거키로 한 제2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남측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12월, 7년 만에 애기봉 등탑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번 점등에 대해 “국민과 장병의 종교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대북 심리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발 165m의 애기봉 정상에 세워진 30m 높이의 등탑 불은 2∼3㎞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볼 수 있으며, 또한 평화전망대와 통일전망대 등탑 역시 MDL에서 2.5∼3㎞ 떨어져 있어 북측에서도 식별가능하다고 합니다. 대북 심리전과 무관하다는 남측의 강변이 무색해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불을 환하게 켜는 것은 북측으로 하여금 조준 격파하라고 목표지점을 알려주는 격이 됩니다. 이 정부는 안 해도 될 일을 억지로 해서 남북 사이 새로운 긴장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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