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오는 23일 애기봉 등 접경지역에 성탄트리 등탑을 세우기로 한 것에 대해 북측이 비난, 긴장이 재조성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오는 23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성탄절을 맞아 애기봉과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 등 접경지역 3곳에 등탑을 켜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번 점등은 지난해와 달리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 위치한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에도 강행하기로 해 긴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의 성탄트리 점등은 대표적 대북 심리전으로 애기봉 등탑의 경우 2~3km 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군사분계선(MDL)에서 2.5~3km 떨어진 평화전망대와 통일전망대 등탑도 북한 주민들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북 "반공화국 심리모략전", 남 "종교행사일 뿐 군과 무관"

이를 감안한 듯 북 웹사이트인 '우리 민족끼리'는 지난 11일 논평에서 "이것은 보수패당이 또다시 대결적인 등탑불 켜는 놀음을 통해 우리를 자극하고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속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등탑불켜기는 무심히 스쳐 지날 문제가 아니"라며 "괴뢰군부호전광들은 애기봉 등탑에서의 불켜기 놀음으로 하여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경우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애기봉 등 성탄트리 점등은 군과 무관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점등은 기독교 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국민의 종교의 자유, 장병의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점등행사는 종교단체에서 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성탄트리 점등과 달리 지난 '부처님 오신 날'의 경우, 일부 불교단체들의 점등 요청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종단차원에서 반대입장을 밝히자 군 당국이 강행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일부 기독교 단체의 점등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군과 무관한 것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성탄트리 점등을 12월 26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북측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까지 연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애기봉점등반대 김포공동대책위원회', '기독교공동대책위' 등은 지난 8일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항의서한에서 "이는 군이 먼저 나서서 불을 지피는 형국이고 종교단체를 그 잔치에 끌어들이는 형국"이라면서 성탄트리 점등을 반대했다.

이들은 "이번 역시 종교단체 이름도 밝히지 않고 군이 먼저 나서서 대북 심리전을 시작하겠다고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군의 졸렬한 모습에 항의한다"며 "국방부는 기독교선교단체가 아니다. 왜 국방부가 대신해서 북한 선교를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느냐"고 비판했다.

군,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을 강행할 듯

시민사회와 기독교 단체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애기봉 등 성탄트리 점등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점등에 앞서 각종 방호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행사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만약 북한이 도발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면서 군사대비태세 강화, 방호벽 설치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애기봉 등탑 점등시 군은 인근부대에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으며 대북 감시용 레이더 등을 배치한 바 있다.

남북관련 주무부서인 통일부도 군 당국의 성탄트리 점등은 '종교활동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1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종교단체 요청에 따라 장병들의 종교활동 차원에서 금년에는 애기봉 외에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 등탑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 측에서 등탑 점등에 대해서 일부 비난이 있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장병 종교활동 차원에서, 남북관계 전반, 관련 종교단체의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군 당국의 성탄트리 점등과 관련해 임원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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