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국내 최초로 북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개설된 동국대학교의 북한학과 학부과정이 사라질 위기다.

동국대가 지금까지 입학성적과 경쟁률, 취업률 등으로 학과 평가를 실시해오다가 올해 초 새로 부임한 김희옥 총장이 11개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학문구조개편’을 추진하고부터 일어난 일이다. 학교 측은 북한학과를 2013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전환해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방안을 북한학과에 제시했다.

동국대 북한학과는 김일성 주석 사후 급작스럽게 나타날 통일에 대비해 북한과 통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에 설립되었다.

동국대 북한학과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 뒤에, 잠정적 특수 관계인 한반도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북한.통일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라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학교 측의 구두 통보에 북한학과 교수진과 동문, 심지어 북한학대학원까지 ‘사실상 학부과정 폐과’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 북한학과 재학생들이 도서관 앞에서 학제개편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전혜정 통신원]
북한학과의 경우 2007년부터 꾸준히 정원이 감축되어 왔다. 폐과를 위한 정원감축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07학번으로 입학할 때부터 이 문제를 겪었다는 북한학과 학생회장 노준원(24)씨는 “소수 인원의 학과가 학제개편 기준(전과율, 취업률 등)에서 겪는 불이익을 학교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학과는 단지 정원수가 적을 뿐, 결코 뒤떨어지는 학과가 아니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시 폐과 문제가 불거지자 북한학과를 포함한 학문구조개편 대상인 학과(북한학과, 문예창작학과, 윤리문화학과, 반도체과학과) 학생들은 ‘우리 학문을 지키기 위한 동행’(이하 동행)이라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동행은 학교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학생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논의된 학문구조개편에 저항했다.

▲ ‘동행’을 결성한 학문구조개편 대상 학과 학생들이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문처형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전혜정 통신원]
북한학과 학생들이 주도한 서명운동은 3일 만에 2,000명이 넘어섰다. 동국대 북한학과가 소속되어 있는 ‘북한연구학부생연합회’의 명지대 북한학과, 고려대 북한학과도 폐과 위기의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특히 북한학과 학생이 ‘통일부 블로그’와 포털사이트 네이트 ‘판’에 글을 기고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통일부 장관도 ‘북한학과의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에서 학부과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북한학대학원 학생들은 ‘북한학과 학부 연계 전공화(폐과) 반대를 위한 대학원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후원금을 모아 학내 곳곳에 “폐과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지난 11월 8일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긴급 세미나를 개최하여 북한학과 존폐 논란에 대한 토론장을 마련했다.

▲ 동국대 북한학대학원은 북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21세기 한반도와 북한학과의 미래’라는 주제로 긴급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전혜정 통신원]
북한학대학원생들은 “현실적으로 전문학과가 없는 상황에서 연계전공을 통해 학위를 준다면, 비전문성의 한계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연계 전공안이 오히려 북한 전문가 양성에 차질을 줄 것이라 주장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이며 어떤 학과도 확정된 것은 없다”며 올해 안에 구조개편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학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학과 구조개편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동국대학교의 주장과 북한 문제를 배제하고서는 한국 사회를 논할 수 없기에 폐과를 반대한다는 북한학과의 주장은 당분간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