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야외공연이 열린 지난 달 30일 밤 여의도 문화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저 놀라운 광경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여의도 전철역에서부터 여의도공원까지는 참가자들로 줄을 이었고, 공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주최측 추산 5만여명(경찰추산 1만 6000여명)이 운집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 옆에서 공연을 보았고, 공연장 안에 들어오지 못한 수많은 시민들은 언덕 위에 서서 공연을 지켜보았다. 마치 치열한 선거전에서 나무 위에 올라 유세를 보는 광경 같았다.

이런 인파의 행렬과 운집은 흡사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야당 시절 정치적 핍박을 받을 때마다 정치집회를 개최한 보라매공원에 무수한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가는 그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내용이 다르고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교복을 입고 찾아 온 학생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리를 지킨 젊은 부부들, 연인들, 노년층, 지방에서도 올라온 사람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기꺼이 행사에 동참하고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 고립된 공원에까지 이들은 왜 왔을까? 게다가 일종의 정치집회 아닌가?

정확하게는 토크콘서트라는 문화공연을 구실로 한 정치집회다. 아무튼 최근 정치집회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 공연은 그 열기와 참가자 수로 보면 2002년 미선·효순이 추모집회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 그리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잇는 대규모 집회다. 그러나 이전의 대중집회와 같은 비장함이나 무거움보다는 발랄함과 산뜻함이 앞선다. 박수와 웃음, 환호와 갈채, 노래와 야유가 버무러진 콘서트라고나 할까.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새로운 문화혁명’, ‘새로운 정치집회’라 부르기도 했다. 분명 여권은 자지러졌을 것이고, 야권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을 것이고, 운동권은 배웠을 것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탈정치화된 것이 아니다. 이번 행사의 성격은 명확하다. 이날 행사는 한·미 FTA에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와 이름을 가사로 엮은 ‘FTA 매국송’으로 시작해 공연의 목적을 알렸다. 이어 MB(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풍자한 ‘쫄면 안돼’(울면 안돼), ‘기쁘다 가카 오셨네’(기쁘다 구주 오셨네), ‘내곡동 가카집’(루돌프 사슴코), ‘가카를 보라’(창밖을 보라)등 4곡의 ‘가카캐럴’을 공개했다. 시민들은 ‘한·미 FTA 날치기 무효!’ ‘이명박 퇴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시종일관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주제로 진행됐다. MB는 가벼운 노리개정도로 취급됐다.

단순히 ‘나꼼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를 뛰어 넘었다. 나꼼수는 현실이고 실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실체다. 나꼼수의 위력은 지난 10.26 서울시장선거에서도 발휘되지 않았는가. 나꼼수는 정치에 대해 관심 없었던 사람들(특히 젊은층)을 정치권으로 인입시켰다. 무엇보다 조중동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실과 새로운 사실이 있음을 깨우쳐 줬다. 나꼼수 애청자는 BBK사건의 진실에 접근했다.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꿰뚫었다. 그리고 한·미 FTA 등 국가의 현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꼼수가 건재하는 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할 수도 있고, 그리하여 한·미 FTA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신심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날 나꼼수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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