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표방하고 나선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도 펼쳤습니다. 구체적으로 △7대 종단 대표 방북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개성공단 방문 △개성 만월대 사업 교류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위한 학자 교류 △B형 간염백신 북측 전달 △지난해 5.24조치 이후 통일부 당국자의 공식적인 평양 방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의 간담회 등 다채롭습니다. 게다가 류 장관은 11월에 미국과 중국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북측의 반응은 무덤덤합니다. 게다가 최근 연평도 포격전 1년을 기해 남측이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자, 이에 북측이 ‘청와대 불바다’ 위협을 하는 통에 긴장 분위기가 ‘유연성’을 압도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북측은 류 장관의 일련의 ‘유연화 조치’에 시큰둥합니다. 다소 멋쩍었는지 류 장관도 최근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유연화 조치에 대해 북측이 침묵이라기보다는 다소 소극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의적으로 해석하고는 “여유를 갖고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태연자약했습니다.

북측은 왜 무덤덤할까요? 류 장관이 유연성을 표방하는 것까지는 그렇다손 쳐도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감동은커녕 어느 땐 진정성에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이는 미국과 중국 방문시에 나타났습니다. 통일부장관의 미국과 중국 방문은 드문 일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류 장관은 미국에 가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하겠다”는 식의 구태를 답습하거나, 중국에 가서는 “중국 내 탈북자의 한국 입국을 위해 협조해 달라”, 주중 상공인들에게 “대북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나 하니 이는 유연성이 아닌 이중성이라 부를 만합니다.

게다가 유연성을 편다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하지만 식량 지원은 제외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원칙은 견지하되 비정치적 영역에서 유연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둥 그간 대결적 대북정책과 5.24조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않습니다. 류 장관은 올해 초 북측이 펼친 대남 유화정책을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북측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남측도 조건 없는 대화, 5.24조치를 파괴하는 대북지원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측이 감동할 것입니다. 감동을 못주는 유연성 정책을 펴면서 북측의 메아리를 바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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