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역에서 남북관계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유승민(남)-김혁봉(북) 남자복식조인 남북 탁구 단일팀 ‘코리아’가 22일 저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 탁구 친선대회인 ‘피스 앤드 스포츠컵’ 대회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경아(남)-김혜성(북) 여자단일팀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사실 우승보다 더 중요한 건 남북이 모처럼 단일팀을 꾸렸다는 것인데, 단일팀 구성에다 우승이라는 덤까지 받게 되니 기분이 마냥 좋을 뿐입니다.

선수들과 현지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서로를 격려하며 ‘아자’를 외쳤으며 우승 후 서로 공을 돌렸다고 합니다. 결승전 후 유승민은 “연습한 시간이 하루뿐이라 걱정했는데 손발이 잘 맞았다”고 말했으며, 김혁봉은 “같은 민족끼리 호흡을 맞춰 더 잘 맞았다”고 기뻐했습니다. 현지 취재를 한 한 언론도 “남북한 대표단은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정을 쌓았다”고 보도할 정도였으니까요.

남북 탁구가 한 팀을 이룬 건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0년 만입니다. 당시에는 ‘코리아팀’이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당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끈 남측 현정화 선수가 이번 대회에 감독으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현 감독은 “내가 1991년 지바 대회에서 출전한 지 꼭 20년만인데 이번 대회도 새롭게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번 남북 대표단의 북측 리정식 감독도 “북과 남의 선수가 하나가 돼서 이겨 기쁘다”며 우승을 만끽했습니다.

이번에 남북이 단일팀을 꾸릴 수 있었던 점은 이번 대회의 취지 덕택이 큽니다. 올해 첫 번째 대회인 ‘피스 앤드 스포츠컵’은 분쟁지역 국가들이 정치색을 배제하고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열린 국제친선스포츠대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남북이 20년 전에 단일팀을 꾸렸던 경험이 있고, 나아가 그 주역 중에 한 ‘선수’였던 현정화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역사적 경험은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남측의 대북정책 관료들 중에는 이처럼 과거에 남북 화해정책을 편 ‘선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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