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판에 청와대가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한·미 FTA 강행처리를 독려하는 편지를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물론 여당-정부가 한 통속인 것이야 맞지만 ‘불쑥’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김 정무수석이 한·미 FTA와 관련 현 상황에 맞지 않게 어색하게 입장표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편지 내용이 가관입니다. 김 정무수석은 독려편지에서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지적하면서, FTA가 반미 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FTA 반대론자들의 “진짜 공격 목표가 ‘ISD’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는 것”입니다. FTA 반대론자들이 졸지에 반미주의자가 되는 순간입니다.

나아가, 그는 “한국은 통상국가”라면서 “북한의 오늘과 한국의 오늘을 다르게 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단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문호의 개방 여부를 들겠다”며 갑자기 북한을 끌어들입니다. 이어, 그는 “우리끼리를 외치며 철저하게 문을 걸어 닫은 김일성의 선택과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5대양 6대주로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활짝 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택이 분단 반세기를 갓 넘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강변합니다. FTA 반대론자들이 졸지에 친북주의자로 되는 순간입니다.

FTA 반대론자들을 반미주의자와 친북주의자로 모는 것은 전형적인 색깔론입니다. 이 같은 입장표명은 국회와 청와대의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수석이 할 일이 못됩니다. 그가 조선일보에서 논설위원을 하는 등 25년 넘게 잔뼈가 굵은 진면목이 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일개 신문사에 있을 때야 신문사 논조에 맞게 쓰면 될 테지만 청와대에 있으면 모든 국민을 상대해야 합니다. 처신이 부족합니다. 오죽하면 남경필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조차 김 정무수석의 강행처리 독려 편지를 “오히려 쪽박 깨는 일”이라고 비판했겠습니까?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