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 단식농성 7일째인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가 12일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저는 사실 이 단식을 시작할 때는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3,4일 지나고 주말 지날 때까지는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이래 가지고 한미FTA 저지되겠는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사실이다. 고백한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을 지나면서 한줄기 서광이 비쳐오고 그 한 줄기가 두 줄기가 되고 세 줄기가 되고, 저는 아마 온 강토를 덮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한미FTA 비준 저지를 위해 서울 대한문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7일째 단식 중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서광’을 이야기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12일 밤 7시부터 단식농성장인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대중조직 대표들의 농성 참가 △15일 예정된 전 세계 공동행동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10+2 재재협상안’ 제시를 3가지 서광으로 꼽았다.

그는 촛불문화제 직후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FTA 투쟁에서 제일 큰 문제가 ‘끝난 것 아니냐. 한미FTA가 이미 체결됐고 미국에서 비준되고 나면 한국에서 그냥 비준되는 것 아니냐’는 이런 자포자기”와 “2006년부터 본다면 6년간 투쟁을 해오다 보니까 투쟁이 굉장히 지쳐있는, 그래서 요즘 ‘투쟁 피로증’이 상당히 크게 퍼져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따라서 “한미FTA가 이대로 비준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투쟁동력을 만들기 위한 고심 끝에 단식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촛불문화제에서 “한미FTA는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하면 이 나라 주권을 포기하는 협정”이라며 “주권의 포기에 앞장서는 자들은 매국노다. 이 매국노들을 내년 총선, 대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뿐만 아리라 역사의 기록에서 대대손손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단은 비준을 저지시키고 지연시키는 와중에서 1단계는 10월말을 넘기고, 2단계는 정기국회를 넘기고, 3단계는 내년 총선을 넘어가면 총선에서 아마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비준저지와 지연작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촛불문화제에서 “15일부터 촛불이 부활할 것이고 22일, 29일 촛불이 부활하면 그 힘으로 11,12월까지, 연말까지 가면 내년이 선거”라며 “기필고 한미FTA를 저지해 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여기서 노숙을 하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섞여 나온다”면서도 “훨씬 더 맑아지는 상태에 있다. 세 줄기 희망의 빛을 파악하고는 새로운 엔돌핀이 돌아서 훨씬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위했다.

다음은 12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 직후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자포자기가 가장 큰 문제”

▲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는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 배종렬 평통사 상임대표 등 단체대표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언제부터 어떤 취지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는지 소개해달라.

■ 박석운 공동대표 : 10월 5일부터 8일째 단식하고 있는데, 대한문 앞에서 텐트도 못 치게 해서 현재 노숙 노상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인 목표는 지금 한미FTA 비준이 정부.여당에서 강행처리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그 과정에서 미국 상하 양원에서 한미FTA 비준되고 나면 아마 세몰이 해서 한국 국내에서도 한미FTA 비준을 강행처리할 것이 예상되는 바 그 저지선을 만들기 위해서 한미FTA 비준 저지를 목표로 걸고 단식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 한미FTA 체결 당시에 상당히 국민적 저항이 거셌는데, 지금은 그때 비하면 상대적으로 국민적 경각심이 낮고 세력 결집도 잘 안되는 것 같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 사실은 한미FTA 투쟁에서 제일 큰 문제가 “끝난 것 아니냐. 한미FTA가 이미 체결됐고 미국에서 비준되고 나면 한국에서 그냥 비준되는 것 아니냐”는 이런 자포자기가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본다면 6년간 투쟁을 해오다 보니까 투쟁이 굉장히 지쳐있는, 그래서 요즘 ‘투쟁 피로증’이 상당히 크게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이대로 비준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투쟁동력을 만들기 위한 고심 끝에 단식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마 현재 동력은 매우 약하다. 동력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고 투쟁 피로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끝이 난 것이 아니다.

□ 위키리크스 내용을 보면 우리 통상담당 관료들이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폭로가 나온다.

■ 뭐, 이중간첩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 협상대표가 미국 쪽 이익을 위해서 노력할 뿐만 아니라 한국 관리들과 죽도록 싸웠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말하자면 협상기밀을 누설하는,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이른바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나오는 걸 보니까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저런 대통령을 뽑았으니 우리가 이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크리크스에서 나타난 제반 상황들에 대해서 통상 책임자들 청문회를 국회 통외통위에서 선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런 대통령을 뽑았으니 우리가 이 고생하는구나”

▲ 굵진한 현안 투쟁마다 앞자리를 지켜온 박석운 공동대표의 노상 단식농성이 한미FTA 비준 반대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촛불문화제에서 3가지 사례를 들며 한미FTA 저지 투쟁에 ‘서광’이 비친다고 말했는데, 처음 생각보다 진전된 점이 있나?

■ 사실 처음에는 매우 무거운 마음이었고, 벽돌 하나라도 던지려고 심정으로 단식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세 방면에서 힘들이 집결하고 있고, 이 힘이 아마 한국 전 강토를 덮으면서 기필코 한미FTA 저지하는 것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엔돌핀이 솟아나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지금 쫒아다니고 있다. 어제도 회의와 일정을 네 가지 이상을 소화했고, 오늘도 다섯 가지 일정을 소화했다.

□ 당면해서는 한미FTA 비준 저지가 목적일 텐데, 어떻게 귀결돼야 한다고 보나?

■ 부결시키지는 못할 상황이지 않나 보고, 일단 비준을 저지시키고 지연시키는 와중에서 1단계는 10월말을 넘기고, 2단계는 정기국회를 넘기고, 3단계는 내년 총선을 넘어가면 총선에서 아마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로는 비준저지와 지연작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력은 조직된 기층대중들과 자발적 시민들, 그리고 정치권의 결집된 힘이라고 본다.

□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하면서 여러 차례 수배 등 고난을 겪었는데, 다시 노상 단식농성을 벌이는 심경은?

■ 사실은 최근에 3,4년 간격으로 20여일 씩 단식한 것이 벌써 세 번째다. FTA만 하더라도 두 번째 단식인데, 2007년도 체결 무렵에 수배상태에서 민주노총이 있던 대영빌딩 안에서 21일간 단식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단식을 하고 허세욱 열사가 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체결되고 말아 매우 원통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4년 만의 단식이 한미FTA 비준 저지로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새로운 엔돌핀이 돌아서 훨씬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이 촛불문화제를 찾아 박석운 공동대표를 격려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핵심적인 독소조항은 무엇이라고 보나?

■ 첫 번째로 한미FTA가 미국 국내법에 저촉되면 미국 국내법이 적용되는데, 한국 국내법에 저촉되면 한미FTA가 우선 적용되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른바 ISD 투자자 국가소송제 조항을 없애야 된다. 그리고 농업을 근본적으로 깡그리 말살시키는 한미FTA는 저지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 조항, 역진불가 조항이라든지 이루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독소조항이 있는데,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른다.

한미FTA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데 애로사항이 현실적으로 지금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고 미래에 닥쳐올 일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내용이 복잡하니까 두 마디 세 마디 넘어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바로 주권포기라고 간단히 이야기한다. 금융위기가 닥쳐왔을 때 적극적인 금융정책을 쓰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온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 사회정책, 공공정책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게 된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약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외했다고 하지만 중앙정부는 제외됐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지원도 제한받게 된다. 중소상인들 보호하는 유통법.상생법.임시사업조정권이 근본적으로 제한받게 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리고 4대강 도처에 널려있는 건설 중기들, 공사 곧 끝나는데 추가 진입을 못하도록 건설기계 총량제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것도 금지된다. 거기다 약값도 폭등할 것이다.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던 조약을 미국측 요구에 의해서 벌써 서너 차례 이상 고쳤지 않느냐. 그렇다면 우리도 고치자고 이야기해야 되지 않겠느냐. 고치자고 해서 안 고치면 비준 안 하면 되는 것이다.

□ 건상 상태는 어떤가?

■ 아침마다 목욕탕에 가서 냉온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지도에 따라 감잎차를 상복하는 등 여러 가지 관리를 잘 하고 있다. 훨씬 더 맑아지는 상태에 있다. 세 줄기 희망의 빛을 파악하고는 새로운 엔돌핀이 돌아서 훨씬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여기서 노숙을 하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섞여 나온다. 오늘은 깔판이 생겨 좀더 나아졌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