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발표 4돌을 맞이합니다. 10.선언의 원래 명칭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입니다. 10.4선언은 모두 8개항으로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2000년 6.15공동선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10.4선언 1항에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고 못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6.15공동선언은 ‘통일의 이정표’이고 10.4선언은 ‘6.15선언의 이행 로드맵’이라 불립니다. 사실 10.4선언에는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주옥같은 45개의 실천과제가 총망라돼 있습니다.

10.4선언은 못다 핀 꽃인가요?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10.4선언은 그해 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후 4년간 내내 사문화되다시피 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명박(MB)정부 들어 남북 갈등의 시작은 MB정부가 남북공동선언을 무시한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MB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무슨 몹쓸 벌레 보듯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지어 폄하해왔습니다. 현 정부와 입장이 다른 이전 두 정부가 이룬 남북합의라고 그랬다면 속 좁은 처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MB정부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환길에 오른 노 대통령은 도라산 출입경사무소(CIQ)에서 가진 방북결과 브리핑에서 “(10.4선언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장 진전된 합의가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간 가장 첨예한 화약고는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입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해 NLL문제로부터 야기될 분쟁의 요소를 아예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10.4선언만 이행됐더라도 연평도 포격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는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10.4선언을 이행해야 할 그 자리에 5.24조치가 주저앉은 것입니다.

10.4선언은 ‘못다 핀 꽃’도 ‘시든 꽃’도 아닙니다. 다만 정치적·군사적 엄동설한이 4년 간 지속되기에 그 발육이 지연되고 있어 ‘아직 피지 못한 꽃’일 뿐입니다. MB정부가 1년 남짓 남았습니다. MB정부도 남북관계 최악의 정부로 남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통일부장관을 교체하고 홍준표 여당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4년간 켜켜이 쌓인 북측의 냉기가 쉽게 가셔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5.24조치를 철회하고 6.15와 10.4선언을 존중 이행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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