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남북의 입장이 명확한 만큼 그 차이가 컸으며, 또 그 커다란 입장차만큼 합의의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남측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를, 북측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습니다. 남측은 구체적으로 그간 한.미.일이 갈고 닦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 복귀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 3대 사전조치를 북측에 요구했을 터이고, 이에 북측이 어떻게 나왔을까를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입장차를 좁히거나 가시적 접점을 마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상투적으로 ‘실패한 회담’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남측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물론 북측 리용호 외무성 부상도 이번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고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회담 후 남측 고위당국자도 기자회견에서 “좋은 대화였다. 유익한 대화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회담의 상징은 ‘오전 회담 1시간 30분→오후 회담 1시간 30분→저녁 만찬 3시간’으로 이어진, 3차례에 걸친 6시간의 만남 그자체일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에 있어 이 같은 회담 평가와 분위기는 거의 처음입니다. 이번 회담이 그냥 통과의례로만 비쳐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실지로 그간 한반도비핵화 문제에 있어 남측은 북미 간의 들러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북 비핵화회담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뿐더러 이어질 북미회담과 6자회담 개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 재개의 의미는 큽니다. 지난 시기 6자회담이 열릴 때 남북관계는 호전되고 한반도 정세도 안정적이었습니다. 6자회담 재개에 분수령이 될 2차 북미회담에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