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난 12~15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의 방북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비정치적인 영역인 음악예술을 통해 남북교류에 물꼬가 트일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방북 중에 북측의 평양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연습 지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북측과 △남북 합동교향악단의 서울-평양 정례 연주회 추진 △젊고 유망한 연주가 발굴·육성 등에 합의했다면서, 남측 당국이 이에 호응해주길 기대했습니다.

정 감독의 이번 방북은 그의 음악세계에서 볼 때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평소 음악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 전달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려서부터 50년간 외국생활을 해왔다.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북한의 음악가를 만나보고 싶었던 것은 평생의 염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인간으로서 가깝게 지내려는데 방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남북이 함께 음악적 교류 하는 일을 일평생 원했다. 그러한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역사는 나라나 집단 간의 갈등구조에서 정치나 군사적 힘으로 풀 수 없는 것을 스포츠나 예술이 해결할 수 있음을 종종 보여줍니다. 2008년 2월 뉴욕필의 평양공연도 그러한 시도 중의 하나였습니다. 로린 마젤 지휘자는 뉴욕필 평양공연에 대해 “이번 공연은 역사”였다고 평했습니다. 당시 뉴욕필은 조선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도 이뤄냈습니다. 물론 이때의 음악교류로 북미 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또한 그때의 해빙 분위기가 지금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지도 않지만 그 같은 앙상블은 향후 북미관계의 부침 속에서 언제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양국의 발전을 추동할 것입니다.

대체 음악이 갖는 힘이 무엇일까요? 재독 음악가 윤이상 선생은 살아생전에 그의 음악적 바탕이 된 고향땅 통영을 밟고자 했으나 남측 당국의 이념 공세로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통일운동에도 나섰던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 선생은 “음악은 정치적 구호나 군사적 무기보다 더 힘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음악이 가진 힘이 굉장하다고 믿는다”며 “음악은 정치적인 문제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정치적인 음악의 힘으로 남북 간 경색국면을 타파하고자 하는 한 음악가의 집념이 엿보입니다. 음악을 통한 평화 메신저로 나선 정명훈 감독에게 남북이 힘을 보태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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