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절 66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조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하순경에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회담이 열렸고 이어 뉴욕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그간 6자회담 관련국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온 ‘남북 비핵화회담 → 북미 접촉 → 6자회담 재개’라는 3단계 방안에서 1단계와 2단계가 성사된 것입니다. 물론 바로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진 않겠지만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보면 한반도에서 놀라운 반전(反轉)이 일어난 것입니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명박(MB) 대통령이 나설 때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향후 흐름은 북미대화라는 큰 틀에서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나아가 남측 정치권에서, 특히 여권 내부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일찍부터 이번 8.15경축사가 적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습니다.

북측도 이번 8.15경축사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최근 들어 MB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낮추고 있는 것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특히, 북측은 지난 7일 판문점 대표부가 ‘미국과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미 합동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중단을 촉구하면서 “8.15를 계기로 북남관계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민심의 기대에 비추어볼 때 그 다음날부터 상대방을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한다면 그자체가 관계개선을 전면부정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며 남측당국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마침 MB도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고문회의에서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남북이 어렵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고 아주 어려울 때도 길이 있다”고 말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8.15경축사를 통해 향후 정세 변화의 지렛대를 가져야 합니다. 북미, 북일간 대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이때 MB는 과감하게 전향적인 대북 대화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MB정부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내외에 표명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북측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남측은 ‘통미봉남’이라는 올가미에 걸려들 공산이 커집니다. 이제야말로 MB가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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