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동해(East Sea)’ 표기 문제와 관련 8일(현지시각) ‘일본해(Sea of Japan)’ 표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동해/일본해’ 병기 요구를 뿌리치고 일본 측의 ‘일본해’ 단독표기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미국이 국제수로기구(IHO) 산하 실무그룹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함으로써 우리 측의 ‘동해/일본해’ 병기가 벽에 부닥쳤습니다. 북한 측은 우리 측과 같이 ‘동해/일본해’ 병기 입장을 IHO 실무그룹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될 경우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영토와 같은 개념인 영해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나아가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가 무색해집니다.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동해’를 ‘일본해’로 의식해야 하는 고통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도가 위태해집니다. 동해에 있어야 할 독도가 일본해에 있게 됩니다. 바다가 일본 것이면 그 안에 있는 섬도 자연스럽게 일본 것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바다를 잃으면 섬도 뺏기는 법입니다.

IHO는 바다 명칭 표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자를 통해 지금까지 1929년(초판)과 1937년(2판), 1953년(3판)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고 합니다. 한켠에선 우리 민족이 일제시대와 해방, 전쟁 등을 거치면서 국제적 차원인 동해표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1991년 유엔 가입을 계기로 남과 북은 동해 표기를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2002년과 2007년 IHO 총회에서는 동해 표기를 놓고 남북한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IHO는 2012년 5월 총회에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차 개정판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내년 IHO 총회를 앞두고 ‘동해/일본해’ 병기 대 ‘일본해’ 단독표기를 놓고 한-일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분명한 건 국제적으로 논란이 있는 지명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지명을 모두 수용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측의 끊임없는 독도 분쟁화도 그 일환인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맨투맨으로 각 나라를 설득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성사시킨 바 있습니다. 그 이전에 88서울올림픽도 성사시킨 바 있습니다. 모두가 나서 북한과 손잡고 미국을 설득하면서 개별국가 접촉을 강화한다면 ‘동해/일본해’ 병기 관철도 아주 무망(無望)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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