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평화’ 행보가 바쁩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손 대표는 5일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원칙을 기반으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이끌어내려는 대북정책이 바로 ‘햇볕정책’이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손 대표가 당연한(?) 듯한 이 말을 한 이유는 지난달 28일 일본 방문 도중 “북한의 개혁 개방을 설득해야 하지만 인권, 핵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밝힌 ‘원칙 있는 포용정책’으로 촉발된 당내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1일 정동영 최고위원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문제 삼아 “이는 10년 민주정부가 내놓은 햇볕정책 취지에 수정을 가하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북한) 개방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從北)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북의 세습이나 핵개발을 찬성ㆍ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반격했습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이 “포용정책은 세습체제를 찬성ㆍ찬양하는 정책이 아니다”며 “‘종북진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라고 발끈했답니다.

두 사람은 3일 민주당의 당론인 ‘햇볕정책’과 손 대표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놓고 다시 장외 공방을 벌였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북한 동포들의 원초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및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지난 10년간 포용정책이 갔던 길”이라면서 “민주정부 10년간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가져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손 대표는 “경기지사로 있을 때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경기도에서 평화축전도 개최했다”면서 “북한에 직접 가서 벼농사 시범사업 행사도 했다”고 전력을 상기시켰습니다.

이 논쟁을 보면 마치 손 대표는 한나라당 시절로, 정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때 통일부장관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손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전 직후 한 토론회에서도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사실 ‘포용정책’이면 포용정책이지 ‘원칙 있는 포용정책’과 ‘원칙 없는 포용정책’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햇볕정책’이면 햇볕정책이지, 만병통치약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을 놓고 손 대표의 머릿속이 매우 복잡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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