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북관계 재개의 핵심은 금강산관광 사업이며, 한반도 비핵화회담의 기본 틀은 6자회담입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사안은 그간 남측이 제기한 전제조건에 걸려 꽉 막혀있었습니다. 즉,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는 북측에 대해 2008년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조건을 내걸었으며, 6자회담 재개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각각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외교부(외교통상부)가 대북정책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6자회담 재개과정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 24일 한.미외교장관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대한 명백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아도 6자회담 재개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가능성은 말씀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을 명확히 치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편,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재산권 처리문제 협의를 위해 29일 정부당국자와 사업자가 함께 방북하게 됩니다. 이참에 통일부는 28일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은 변함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동결ㆍ몰수는 풀어야 되고, 2008년 7월 우리가 이야기했던 피격사망사건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기존 3대 전제조건의 빗장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외교부는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통일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3대 전제조건을 여전히 결합시켰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물론 외교부가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의 다자 간 외교에서 이제는 천안함 사건을 버려야 하는 것을 강제 받는 면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외교부는 외교관계의 본질인 구동존이(求同存異)에 서 있는데 비해 통일부는 민족관계의 본질인 상생공존(相生共存)을 저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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