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후손으로 현재 이회영 선생과 관련, 우당장학회 명예회장과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의 고문을 맡고 그 정신을 잇기 위한 활동을 벌여가고 있다. 잘 알려지다시피 우당 이회영 선생은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며 항일무장투쟁을 위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공식적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식을 이끌어내는 등 우리 국민들에게 신흥무관학교에 대한 인식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이 고문을 통일뉴스가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 답사단과 동행하며 중국 지린(吉林)에서 21일 인터뷰를 가졌다. / 편집자 주


▲ 이종찬 고문과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 답사단으로 동행하며 중국 지린(吉林)에서 21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 김양희 기자 : 우당장학회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가?

■ 이종찬 고문 : 1994년 1억원의 종자돈으로 우당장학회를 시작해 주변에 한 달에 만원씩 차 한 잔 값을 아끼자고 하며 350여명의 후원자를 모아 현재 11억 원으로 확대됐지만 태부족이다. 국가보훈처에서 선발한 70여명의 독립운동 후손인 장학생들에게 100만원씩의 장학금을, 독립운동연구자들에게 500~1000만원의 후원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흑룡강성의 김좌진 장군 외손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각지의 독립운동 후손들에게 수년 째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후원자를 천명 모집하는 것이다. 그러면 매년 장학금으로 1억 2천만 원을 줄 수 있게 된다. 현재 독립운동의 후손들이 나이가 많아 증손자들까지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고손까지 지급하는 것이 별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앞으로 장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선회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 이번 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 신흥무관학교 유적지는 벌써 4번째 방문으로 감회가 새롭다. 안타까운 것은 100년 전의 일이다보니 유적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분의 비석이나 학교연혁 등이 남아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자리가 남아있지 않아 아쉽다. 기념사업회 일을 50년 전에 시작했으면 유적이 많이 남아있을 텐데 일부는 전혀 복원을 할 수 없어 아쉽다.

이번에 심양에서 진행된 학술회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의 결산인 셈이다. 특히 중국 교수들은 당시 한국 유민들이 80만명이나 있었다는 증언을 해줘 그 많은 독립군들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오랜 의문을 해결하게 해줬다. 독립운동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당시 사회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

■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러나 아버지가 신흥무관학교 학생으로 1912~1913년 졸업하셨는데 아침이면 나팔소리에 일어나 체조하고 산에 올라가 강한 훈련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려주곤 하셨다. 아버지는 신흥학우단의 ‘다물단 단원’이었다. 신흥학우단은 고구려 유민들이 멸망한 고구려를 재건하자는 다물운동을 벌였던 것에 착안, ‘다물정신을 이어받자’는 의미로 다물단을 창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조선이 망했으니 조선을 다시 세우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 지난 6월 10일 신흥무관학교 100주년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도 화환을 보내는 등 관심을 보내는 듯하지만 한나라당의 화환은 하나 없던데.

■ 집권당의 자격이 없다 할 정도로 한나라당이 인식을 잘못하고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국군의 뿌리로 이를 전 민족적인 운동으로 확대시켜야할 역사이다. 우리 역사에서 항일무장투쟁의 역사를 소홀히 다루다보니 북한의 김일성만이 항일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건일이 1948년 2월 15일인데 1978년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시기인 1932년 4월 25일 시작됐다고 역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신흥무관학교는 김일성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된 역사로 항일무장투쟁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고 북의 김일성도 이의 한 지류인 것이다. 이미 있는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왜 좌파의 역사라고 하는 것인지 한나라당은 정신이 나갔다. 그들은 서중석 교수를 좌파 역사학자라고 매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행사장에 한나라당이 모두 빠져버리면서 민주당의 행사처럼 되어버린 것이 아쉽다.

▲ 이종찬 고문은 "사관(史觀)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 우리 국민들에게 신흥무관학교를 어떻게 알려나갈지?

■ 광복절에 즈음해 방송 ‘TV자서전’에 출연해 올바른 역사 정립의 일환으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시정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할 생각이다. 특히 신흥무관학교는 우리 할아버지가 세웠다고는 하지만 설립자라고 너무 과도하게 강조를 하기보다는 함께 분노하고 궐기했던 신흥무관학교 모든 구성원들의 작품임을 부각해야할 것이다. 단순히 개인, 한 집안의 역사가 아니라 무관학교 설립과 유지를 위해 결의한 우국지사 전체들이 마땅히 부각되어야 한다.

□ 신흥무관학교의 역사를 군의 역사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 신흥무관학교를 군의 역사와 연결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간부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올해부터 매년 사관생도들 100~200여명에게 여름방학에 성지순례를 하듯, 신흥무관학교 유적지를 방문하도록 지원을 할 생각이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행사지만 앞으로 사관생도들이 청산리, 봉오리 전투 등 치열하게 싸운 현장을 보고 민족적 자긍심을 키우도록 하고 싶다.

□ 역사바로세우기는 이명박 대통령도 강조한 말인데.

■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를 바로 세우자고 말만 하지 어떤 것이 바른 역사인지 인식을 못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역사바로세우기를 강조했는데 그가 한 것이라고는 중앙청을 부순 것 밖에 없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일으켰어야지 사건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바로 사관(史觀)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비록 일제의 침략을 받았지만 해방은 우리가 쟁취한 위대한 역사이다.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싶다.

□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는 지속되는가?

■ 100주년기념사업회는 말 그대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생긴 기구이다. 그러나 역사를 바로세우는 정식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역사인식에 대한 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당장학회도 우당의 교육사업 정신을 기리기 위한 일이고 신흥무관학교도 민족교육을 위한 것으로 이후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면 장학사업회와 연계를 고민할 것이다.

■ 10월에 우당기념사업회에서 신흥무관학교 관련 학술회의를 또 진행할 예정이며 사료집, 웹사이트 등을 만드는 등 홍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당시 그분들이 무엇을 생각했나, 왜 여기까지 와서 싸웠나, 또 지금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통일시대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등을 고민할 것이다.

□ 통일이 되면 항일무장투쟁 역사에 대한 합치점을 찾기 쉽지 않을 듯한데.

■ 신흥무관학교 3000여명의 졸업생들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광복군에도 들어왔지만 조선의용군과 중국공산당의 합작 등 다양한 길로 나아갔다. 많은 사람들은 사상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을 모두 숙청해버려 정리가 잘 될 수도 있다. 통일시대 값진 결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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