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에 우리는 이 단체가 ‘뉴라이트’ 세력과 연계하거나 또는 한나라당과 연대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흥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수단체의 출범치고는 그 기치와 명칭에서 다소 색다른 게 있다는 점입니다. ‘선진(화)’는 김영삼 정부 때의 ‘세계화’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칩시다. 문제는 ‘통일’을 내 건 것입니다. 분단 상황인 남한에서 민족문제는 서구와 달리 통상 진보적 가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남한에서 민족문제의 본질은 외세와 자주권 문제였고, 통일은 그 민족문제 해결의 중심고리였습니다. 그러기에 통일은 진보세력의 담론이며 통일운동은 진보세력의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세력이 통일문제를 가져갈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박세일 이사장은 “선진통일연합 운동을 진보와 보수의 패러다임으로 나눠서 보면 안 된다”면서 “선진과 통일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이 시대 국민 모두의 과제이다. 선진과 통일을 보수의 어젠다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통일을 아예 보수의 어젠다로 규정하고 이를 국민적 과제로 치장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말하는 통일의 본질이 드러난 것입니다. 박 이사장은 ‘선진통일연합’ 창립대회 인사말에서 ‘북한 자유화’ 운운하며 “어쩌다가 ‘북한인권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나”라며 정치권을 향해 질타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흡수통일로 6.15공동선언에 어긋납니다. 이런 점에서 이 보수단체의 가치는 민족화해와 평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대결과 전쟁임이 드러났습니다. 흡수통일이란 북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남측이 흡수통일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대립과 전쟁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통일문제를 국민적(민족적) 가치로 보는 것은 옳습니다. 그러기에 보수가 통일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통일문제를 흡수통일로 규정하는 것은 진보든 보수든 할 짓이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