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통일한국 창조’를 기치로 내건 보수단체인 ‘선진통일연합’이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날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1만여 명의 보수 진영 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 최근 선거 결과에서도 보듯 보수세력의 위기가 닥쳐오고 게다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기에,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고 미래 권력을 재창출하고자 ‘또 하나의’ 보수세력이 생기는 것은 때만 되면 나타나는 일상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단체가 ‘뉴라이트’ 세력과 연계하거나 또는 한나라당과 연대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흥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수단체의 출범치고는 그 기치와 명칭에서 다소 색다른 게 있다는 점입니다. ‘선진(화)’는 김영삼 정부 때의 ‘세계화’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칩시다. 문제는 ‘통일’을 내 건 것입니다. 분단 상황인 남한에서 민족문제는 서구와 달리 통상 진보적 가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남한에서 민족문제의 본질은 외세와 자주권 문제였고, 통일은 그 민족문제 해결의 중심고리였습니다. 그러기에 통일은 진보세력의 담론이며 통일운동은 진보세력의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세력이 통일문제를 가져갈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박세일 이사장은 “선진통일연합 운동을 진보와 보수의 패러다임으로 나눠서 보면 안 된다”면서 “선진과 통일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이 시대 국민 모두의 과제이다. 선진과 통일을 보수의 어젠다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통일을 아예 보수의 어젠다로 규정하고 이를 국민적 과제로 치장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말하는 통일의 본질이 드러난 것입니다. 박 이사장은 ‘선진통일연합’ 창립대회 인사말에서 ‘북한 자유화’ 운운하며 “어쩌다가 ‘북한인권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나”라며 정치권을 향해 질타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흡수통일로 6.15공동선언에 어긋납니다. 이런 점에서 이 보수단체의 가치는 민족화해와 평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대결과 전쟁임이 드러났습니다. 흡수통일이란 북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남측이 흡수통일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대립과 전쟁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통일문제를 국민적(민족적) 가치로 보는 것은 옳습니다. 그러기에 보수가 통일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통일문제를 흡수통일로 규정하는 것은 진보든 보수든 할 짓이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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