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국방위원회가 3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과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성명을 보는 순간 첫 느낌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 ‘상종 불가’ 성명은 북측이 연초부터 펼쳐온 대남 평화ㆍ대화 공세를 거둬들이겠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북측의 대남정책이 전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책을 바꿔야 할 쪽은 남측인데 북측이 먼저 바꾸게 된 것입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돌이켜보면 북측이 ‘상종 불가’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5월 9일 베를린제의가 아닌가 합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통해 제의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답하기는커녕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대하고 싶다”고 이른바 역제의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북측은 조건 없는 정상회담인데 반해 남측은 북측에 핵포기와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사과라는 엄청난 전제조건을 단 것입니다. 북측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더욱이 북측의 이번 ‘상종 불가’ 선언이 무게를 갖는 이유는 이 성명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5.20-27) 직후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7박8일간에 걸쳐 무려 6천㎞를 달리고 귀국한 특급열차의 엔진소리와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심상치 않은 것은 이번 성명에는 ‘대화냐 대결이냐’ 식의 표현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강경 발언과 단호한 조치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간 북측이 대남사업에 있어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왔다는 식으로 상투적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국내에서는 몇 차례 선거에서도 확인되듯 광범한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참에 북측에마저 외면을 당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측 당국이 북측 성명에 곧바로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계속 노력을 하겠다”고 답한 것은 시의적절합니다. 문제는 실지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측의 ‘상종 불가’ 선언이 굳어지기 전에 남측이 먼저 조건 없는 남북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 정책을 전환해야 할 쪽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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