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금수강산이 아닌가 봅니다. 더 이상 산 좋고 물 좋은 강산이 아닌가 봅니다.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다가 이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이 땅이 신음을 하다못해 오열을 내뿜는 듯싶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나라의 큰 강들이 파헤쳐지더니, 올 초엔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등 20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생매장 당했습니다. 땅이 썩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습니다. 삶의 터가 아니라 사지(死地)로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주한미군이 이 땅에다 무슨 고엽제를 묻었다고 합니다.

지난 1978년 주한미군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옛 미군기지 ‘캠프머서’에 화학물질이 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1978년께 주한미군 부대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이 일제히 하달됐다’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1960년대와 70년대에 DMZ(비무장지대) 등에 고엽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는데, 당초 정부발표보다 50배나 많은 양이 뿌려졌다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못된 짓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릅니다.

고엽제(枯葉劑)는 강한 제초제의 일종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고엽제는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울창한 밀림을 없애 북베트남군의 게릴라전을 막기 위해 대량 살포한 데서 그 위력과 악명을 떨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고엽제를 개발한 것은 한국전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고엽제가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용되지 않은 채 괌에 보관됐다가 한국전 완료 이후 유타주로 옮겨져 베트남전 고엽제 개발연구에 기초가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고엽제가 돌고 돌아 한국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이번 고엽제사태는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줍니다. 한미관계는 그동안 동맹이니, 혈맹이니 하는 말로 치장되어 65년여 역사에서 한 번도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남의 땅에 독극물을 남몰래 묻은 데다가, 고엽제 오염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쉬쉬 한 것입니다. 당장 국민들로부터 ‘미국이 혈맹인가?’라는 물음이 나올만합니다. 미국도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2명 희생사건’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바쁘게 대처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사안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를 뛰어넘습니다. 왜 이 땅에 주한미군이 있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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