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제일 좋은 것은 우리 정부가 대폭적이고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고, 정부가 도울 수 없다면 민간단체가 자유롭게 대북 인도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이고, 그게 만약 안 되면 우리는 이 대북 인도지원을 정부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18일 중국 단둥에서 밀가루 172톤(약 1억원 상당)을 북한으로 들여보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오늘날 남북관계의 경직된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풀어나갈 것인가를 총체적인 큰 틀에서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을 살펴봐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서 대북 지원물자 반출에 참여하고 단둥에서 돌아온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른쪽부터 전용호 목사, 김영주 총무, 노정선 교수, 한기양 목사.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인 한기양 목사는 “이번에 저도 일행이 돼서 다녀왔다”며 “저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목사”라고 밝히고 “북의 동포들이 굶어서 죽어 가는데 가만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건을 걸어서 따지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인 전용호 목사는 경과보고에 나서 “3월 16일에 북경에 가서 조그련(조선그리스도연맹) 대표들을 만났다”며 “갈 때 분명히 통일부에다 북한주민 접촉 승인 신청을 문서로 보냈으나 통일부는 우리가 출발할 때까지도 묵묵부답이었고 가부간에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히고 “갔다 와서도 구두로 다 보고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전용호 목사는 북측 조그련 관계자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며 “작년에 한파와 홍수로 인해서 더 힘들다. 더군다나 6월이면 보리고개가 시작되는데 백성들이 살기 너무 힘들다”고 구제사업을 요청했고, 이에 호응해 헌금과 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 중국 단둥에서 밀가루를 실은 트럭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목사는 “우리가 인천항에서 남포항까지 우리 밀가루를 사서 보내겠다고 요청했는데 (통일부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그러한 일들 때문에 더 이상 보낼 수 없다고”했다며 “인천에서는 못 보내게 하니까, 할 수 없이 중국을 통해서 보내자, 그래서 난징(南京) 애덕기금회를 통해서 단둥으로 밀가루 172톤, 약 1억원 상당”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밀가루는 35톤 트럭 6대에 실려 신의주로 향했다는 것.

전 목사는 “애덕기금회 직원이 6월 1일 모니터링을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인천에서 남포, 원산항을 허락하지 않으면 해외기관을 통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할 수 밖에 없고 창구 역할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확인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인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곳에 구급약, 구충제, 결핵약과 같은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가장 비인도적 지원의 방식이고 먹을 것을 가지고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태도 역시 아무 조건없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도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정선 명예교수는 “우리는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정부와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우리는 정치적 관계나 이념을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정부가 전면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며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민간단체들과 협의하여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통일부가 교류협력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김영주 총무는 “3월에 북경에서 만날 때에 접촉 승인 신청을 했는데, 구두로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문서로 불허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확인하고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 정신 때문에 갔다. 법률위반이라고 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분들의 원칙은 우리가 한번 따져봐야 하겠다”며 “그게 과연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과 화해를 위해서 필요한 법인지, 그 법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고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 건지, 그걸 적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의적 해석은 없는지는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노정선 명예교수는 “애덕기금회는 중국교회협의회에 소속된 하부기관으로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복지, 국제관계를 연결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회 대표단이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기양 목사는 6월 1일에야 애덕기금회 모니터링 요원 2명이 평양으로 가게 된 이유에 대해 “어제 신의주 압록강 철교를 통해 들어갔는데, 신의주에 도착하면 중국 운전기사들은 다 내리고 북한이 접수, 검수를 다 하고 다시 북쪽 운송수단을 통해 평양까지 가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고 “남포항으로 들어가면 금방 연결이 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교류협력법의 테두리 내에서 적용이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가 있게 되면 법적용을 해나갈 것”이라며 “과거에도 접촉이나 방북 등 관련한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경우에는 행정 제재 그리고 필요한 경우 사법부의 판단 등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