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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 최종 판단 유보한 스웨덴<기고> 스웨덴 외무부 비밀문서 공개 -박강성주
박강성주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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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5.09  07: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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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성주 (KAL858기 사건 연구자)


"탕!" 비무장지대에서 울린 총소리. 북쪽 초소에서 남쪽의 군인이 빠져나온다. 곧이어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남북-북남 무장군인들이 출동을 하고, 서로의 총이 불을 뿜는다. 어둠을 가르는 총알은, 김광석의 애절한 노래를 타고 더욱 빨리, 더욱 슬피 날아간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일. 과연 초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이에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이가 있었으니, 소피 장이라는 이름의 장교다. 그녀가 파견된 이유는, 바로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소속이기 때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내용이다. 이처럼 중립국은 남북-북남 관련 사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코 영화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이 중립국 중에서도 좀더 특별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스웨덴이다. 남쪽과 북쪽 모두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경계를 넘나드는 스웨덴.

이 스웨덴 정부가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관련된 비밀문서를 공개했다. 개인적으로 청구했던 정보공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참고로 3건의 문서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이 내려져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스웨덴 외무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건 당시 스웨덴은 이른바 '서구' 국가로는 유일하게 북에 대사관을 두고 있었고, 이에 북쪽과 스웨덴 사이에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다. 둘째, 이른바 '중립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이 KAL기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모두 95장 분량으로 스웨덴어와 영어가 혼합되어 있다. 이중 스웨덴어로 작성된 부분은 전문적인 번역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일단 독해가 가능한 영어로 된 부분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스웨덴 외무부를 찾아간 북쪽 대사

   
▲ 1988년 1월 22일자 문서는 평양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서 스웨덴어로 작성한 것이다. [자료제공 - 박강성주]
1987년 12월 16일자 문서에 따르면, 전영진 당시 스웨덴 주재 북쪽 대사(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매제로 알려진다)가 12월 9일 스웨덴 외무부를 방문했다. 전 대사는 KAL858기 사건이 남쪽의 북쪽을 음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스웨덴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핀 베리스트란드(Finn Bergstrand) 외무부 대사는 지금 단계에서 스웨덴 정부는 아무런 의견도 갖고 있지 않으며 바레인에서 체포된 여성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통해 뭔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이 문서는 스웨덴어로 작성되었으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서로 판단되어 다른 경로를 통해 번역을 하여 정리한 것이다).

1988년 1월 18일자 문서는 유고슬라비아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김평길 당시 유고슬라비아 주재 북쪽 대사(전 광업부장)는 북의 요원들이 KAL기를 폭파시켰다는 남쪽의 수사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베오그라드에서 폭발물이 전달되었다는 부분과 관련해, 남쪽이 발표한 이름을 가진 대사관 관계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사람은 이전에도 일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인 1988년 1월 18일 한국 정부가 스웨덴 외무부에 편지를 보냈다. 이정빈 당시 스웨덴 주재 한국 대사(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미 국무부의 사건 관련 기자회견 자료를 첨부하면서, 한국이 유엔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이 사건을 다룰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2월 25일에 있을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된 편지도 첨부했다.

1988년 1월 22일자 문서는 평양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서 스웨덴어로 작성한 것이다(임시 번역). 북쪽은 남쪽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당시 어느 북쪽 현지 언론도 '직접 지령'에 관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국제라디오방송으로 전해지는 소식들에는 틀린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소리>(VOA)는 오스트리아가 이 사건으로 인해 평양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서는 북쪽의 스웨덴 대사관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에 전체적인 번역이 이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1988년 1월 26일에는 스웨덴의 북쪽 대사관이 연락을 해왔다. 영어로 작성된 이 문서는 남쪽의 안기부 수사발표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사의 성명과 미국의 제재조치 발표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담고 있다.

최종 판단 유보하며 테러 행위 비난

   
▲ 1988년 1월 26일에는 스웨덴의 북쪽 대사관이 영어로 작성된 편지를 외무부에 보내왔다. [자료제공 - 박강성주]
1988년 1월 29일 스웨덴 정부는 사건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한다. 성명에서 스웨덴은 한국 당국의 수사결과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deeply concerned)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테러 행위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이 사건이 가능한 빨리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끝으로 스웨덴은 이 사건이 한반도 또는 다른 지역에서의 폭력을 부추기는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88년 2월 5일자 문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 회의에서 스웨덴 대표가 할 연설에 관한 것이다. 2월 9일부터 열리게 될 회의에서 스웨덴 대표는, 회원국가 중 한 곳(북쪽)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할 입장이 아니라는(Without being in a position to make a final judgement) 점을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이 야만적인 행위 자체는 광범위하고 분명한 국제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의 연설문을 준비했다.

1988년 2월 2일에는 스웨덴의 북쪽 대사관이 스웨덴어로 작성된 편지를 외무부에 보내왔는데 적절한 번역이 필요할 것 같다. 1988년 2월 4일에는 박근 당시 유엔 주재 한국 대사(현 한미우호협회 명예회장)가 유엔 주재 스웨덴 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박 대사는 편지를 통해 KAL기 사건이 북쪽의 테러임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전 세계가 북의 테러에 분노하고 있다며, 스웨덴 정부도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의(peace-loving nations) 비난 행렬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분단의 비극을 증명해준 KAL858

스웨덴 정부의 비밀문서는 이제까지 공개된 미국-영국 정부의 문서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북쪽의 목소리가 직접 들어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당시 스웨덴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위치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웨덴은 북쪽과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1975년부터 2001년까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던 유일한 서구 국가였다(스웨덴 대사관 홈페이지 참고. 현재는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대사관을 두고 있다). 때문에 스웨덴 문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스웨덴어 번역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와 관련되어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북쪽과 남쪽이 스웨덴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의 '중립국'이라는 위치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동시에 이는 분단의 현실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남북-북남 서로에게 해가 되는 것인지를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잘 그려내고 있듯이. 그런 점에서 KAL858기 사건은 분단이 어떤 형태로든 해소되어야 함을 증명해준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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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만정 () 2011-05-09 23:52:41
스웨덴의 입장을 지금 밝힌다는 것이 무슨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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