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의 해결사’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움직였습니다. 예정대로 오는 26∼28일 동안 방북을 하는 것입니다. 카터의 이번 방북은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1994년 6월 1차 북핵위기 때이며, 두 번째는 지난해 8월 25일 역시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을 때였습니다. 이번에 카터는 엘더스그룹(The Elders) 회원들과 함께 방북합니다. 영국 런던에 사무실을 둔 엘더스그룹이란 전직 국가수반급 모임입니다. 그만큼 내용과 무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카터의 방북 목적은 아무래도 한반도 현 정세를 반영하듯 비핵화를 포함해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최대 관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 정황에서 볼 때 이번엔 김정일-카터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1994년 부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카터 전 대통령을, 동양적 미덕을 중시 여기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에는 중국 방문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반도를, 카터를 메신저로 해서 돌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터는 큼직한 선물을 안고 평양을 떠날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 우려스러운 점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마치고 28일 서울에서 방북 성과와 의미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남측은 북측이 카터를 통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것입니다. 다소 황당하고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행위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미리 예단을 해서는 안됩니다. 남측은 1994년 한반도 전쟁 일보직전에서 방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카터의 돌파력과 공로를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한반도는 한편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라는 3단계 대화 로드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24일 발언대로 “지금 조선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긴장한 정세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터의 이번 방북이 ‘대화냐, 대결이냐’라는 한반도 정세의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카터가 남과 북 그리고 미-중을 향한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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