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사이에 매우 의미 있는 합의가 하나 이뤄졌습니다. 남북이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위한 남북학술토론회를 5월초 평양 또는 편리한 장소에서 개최하고, 아울러 백두산 현지답사를 6월 중순에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양측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번 12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백두산 화산 관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위한 합의서’를 교환했습니다.

이번 남북 간 합의는 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민간 차원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성사된 사실상 최초의 남북 합의인 셈입니다. 이 합의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합의의 진행 정도에 따라 그리고 합의 성격상 당국 간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 당국자는 “전문가 협의 후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거나 승인,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당국 간 접촉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국 간 회담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합의서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남측 학자들은 5월초 남북학술토론회를 위해 평양에 가게 되고, 또 6월 중순에는 현지답사를 위해 백두산에 가게 됩니다. 지난해 5.24대북조치 이후 남측 인원이 평양이나 북측을 방문하는 것이 사실상 처음으로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당국도 민간인들의 북한 지역 방문을 금지한 5.24대북조치를 이번에 한해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될 것입니다. 한 순간이나마 5.24대북조치 철회라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남북학술토론회와 백두산 현지답사 등의 준비 및 실천 과정에서 남과 북은 당국 간에 필연적으로 자주 접촉하게 될 것입니다. 일의 성격상 당국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6자회담의 참가국들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당국 간) 남북대화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번 민간 차원의 백두산 화산 관련 합의가 당국 간 회담과 그 이상의 회담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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