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대북 지원단체들의 북측 접촉을 사실상 불허했습니다. 정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겨레하나 등 14개 대북지원 민간단체가 신청한 북한주민접촉 신고를 모두 수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오는 7일부터 10일 사이에 중국 선양에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과 올해 대북 지원사업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주민접촉 신고를 해둔 상태였습니다.

이에 앞서 4일에는 정부가 대북지원을 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다른 국가들의 대북지원 움직임까지 방해하고 나섰습니다. 이달 초 유럽연합(EU) 소속 20여개 국가들이 세계식량계획(WFP) 등의 대북식량 실태조사 합동보고서에 의거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이들 EU 20여개국의 재외공관에 사실상 ‘대북 식량지원 자제’로 해석되는 지침을 내려 보낸 것입니다. 참! 딱하기도 합니다. 같은 민족으로 인도적 지원에 앞장서야할 판에 다른 나라의 인도적 지원까지 막으려 하니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특별연설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평화의 길은 아직 막히지 않았다. 대화의 문도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은 그간 꽉 막혔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나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2월 초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됐음에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우리는 어쨌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막혔던 남북대화의 문을 열수 있는 가장 손쉽고 빠른 길은 대북 지원과 민간 교류를 넓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모든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나마 백두산 화산 관련 2차 회의가 다음 주에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도 안심할 사항이 아닙니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이 회의조차 속도조절을 하고 있으니까요. 지난달 29일 1차 회의 때 남북은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필요성에 공감했기에 차기 회의를 언제고 빨리 재개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뒤로 늦추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의 심사(心思)로는 회의가 속도감을 낸다면 속도조절을 할 것이고 일이 성사될 것 같으면 파투(破鬪)를 놓을 것이 뻔합니다. 남북대화의 대문이 열려있는 게 아니라 남측이 피신할 뒷쪽문만 열려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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