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다국적군이 지난 19일 1차 공습 후 연일 리비아를 때리고 있습니다. 침략 이유는 ‘리비아 국민 보호’입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연합(AU)이 침략을 반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이 국제적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참에 미국이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달리 왜 리비아에는 침략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튀니지ㆍ이집트와 리비아는 사정이 다릅니다. 전자는 장기독재에다 빈곤과 가난이 더해 민중항쟁이 일어났으나, 후자는 장기독재이긴 하지만 석유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와 복지를 이뤘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의 투쟁형태가 시종 평화시위 위주로 진행됐음에 비해, 후자의 그것은 2월 15일부터 짧은 평화시위를 거쳐 2월 18일부터 곧바로 무장봉기, 내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이 과정은 매우 미심쩍습니다. 일각에서 미국이 리비아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사전공작을 했고 반군을 무장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카다피가 2003년 미국과 화해한 후 열린 공간에서 과연 미국이 가만있었을까요?

그러기에 이번 리비아 침략과정을 보면서 미국, 보다 정확하게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르고 있기에 제3의 전쟁을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정적자가 심한데 막대한 군비를 쏟아 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오바마가 리비아 침략을 거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침략 목적도 ‘리비아 국민 보호’에서 ‘카다피 축출’로 바꿔졌습니다. 지금 오바마가 ‘미군의 제한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오바마의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회한 오바마가 아랍권의 정서와 반감을 고려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 나라 민중항쟁은 그 나라 민중에게 맡겨야 합니다. 외세가 개입하면 그 나라 민중의 뜻이 훼손되기 마련입니다. 미국은 리비아 침략을 통해 사실상 리비아 민중항쟁을 막는 것과 아울러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의 문턱을 대폭 낮추는 두 가지 성과를 챙겼습니다. 이로써 아랍과 중동의 기존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일단 정지시켰으며 동시에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과 이란을 언제고 칠 수 있다는 것을 시위했습니다. 그렇다면 민중혁명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도 미국의 후속 공작이 진행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미리 준 노벨위원회가 후회막급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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