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표류 주민 31명 중 27명의 송환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북측은 15일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억류된 주민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하여 해상을 통해 27명을 우선 돌려보낼 것”을 요청해왔고, 남측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해상을 통해 북 주민 27명을 송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은 일단 남쪽에 잔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지난달 5일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표류해 온 북측 주민 31명에 대한 처리는 ‘27명 송환, 4명 잔류’로 정리되었습니다. 물론 27명과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을 송환하는데 있어 서해상 인수인계 지점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잔류자 4명의 북측 가족들이 지난 9일 보내온 편지는 아직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은 ‘관례’니 ‘조건부’니 하고 토를 달지 말고 인도주의적 도덕적 차원에서 혈육들의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 잔류자 4명에 대한 처리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아무튼 4명은 잔류시키고 27명은 송환한다는 점에서 표류자 31명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은 외견상 남측의 뜻대로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측이 귀순의사를 표명했다는 4명을 북에 보내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면서 돌려보내지 않고, 또 끝까지 4명이 자유의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고집했기에 이는 예정된 결과였습니다. 남측이 자기 뜻대로 되고 있다고 해서, 그래서 승리했다고 좋아할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북측은 “불가피하게 남으로 떠내려간 우리 주민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재난을 당한 피해자들’”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27명만의 송환을 수용했습니다. 4명을 포함한 31명 모두의 송환을 위해 27명을 언제까지나 인질로 비쳐지게 할 수는 없었겠지요. 이로써 표류자 31명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은 북측이 27명 송환을 수용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도덕적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대신 남측은 단순 표류자 문제를 ‘귀순공작’해 이산가족을 만듦으로서 그 나쁜 결과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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