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16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961차 '수요시위'를 일본대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침묵시위로 대신해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주 진행하는 정기 수요시위가 일본의 대지진 재난으로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하는 추모 침묵시위로 진행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16일 정오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6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앞서 "일본의 동북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말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당한 일본시민들, 그리고 재일동포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이번 정기수요시위는 평소와는 다르게 희생자들을 추모하여 애도를 표하는 침묵시위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이날 아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추모 침묵시위는 할머니들이 제안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그동안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인권유린이었고, 아픔과 상처밖에 없는데 일본의 지진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아픔으로 바라보시고 당신들과 같이 죄없이 당한 피해로 바라보시는 것을 보면서 또 할머니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최근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의 하나로 알려진 일본 미야기현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대협 측은 외교통상부 등을 통해 송 할머니의 신변확인 및 구조요청을 한 상태다.

윤 상임대표는 "(할머니께서) 가장 피해가 심했던 동네에 계셨다. 특히 일본은 워낙 우익들의 공격들이 있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주소를 외부에 공개해놓고 살지를 못했다. 현지에서도 송신도 할머니라는 이름을 달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게 바로 일본의 현실이었다"면서 "그런데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위안부 할머니들, 특히 일본에 살았던 송신도 할머니의 삶에 대한 이해라든가, 이런 부분이 여전히 없는 것 같아서 슬프다"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관심에 대해서도, "지진이 나니까 할머니들이 어떻게 일본 사회를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할머니들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머니들은 물론 당신들의 마음은 이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동조하면서도 가슴이 쓰라린다. '다른 문제에 뒷받침을 해주는 문제로밖에 사람들이 인식을 하지 않는구나' 하는 서글픔이 있는 것 같다"고 전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일본어로 쓴 손 피켓을 들고 지진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본인들을 위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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