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약 7km 떨어진 임진강 가에 있는 임진각은 실향민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특히 망배단(望拜壇)에는 실향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분단의 아픔을 달래고 통일을 염원하기도 합니다. 임진각 지대는 냉전시대 때는 안보관광지였지만 6.15공동선언 이후 평화 상징과 통일 염원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임진각이 남북긴장과 남남갈등의 장소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임진각을 대북 심리전의 발원지로 규정하고 “조준 격파사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최근 들어 남측이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임진각이 단번에 남북긴장의 발원지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20여개의 탈북자단체들과 보수단체들이 오는 12일 이곳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20만장을 북측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평화운동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임진각이 소재해 있는 문산읍 이장단협의회가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급기야 임진각이 남남갈등의 새로운 장소로 떠오른 것입니다.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의 입장은 간단합니다. 지난해 연평도 남북 포격전과 연말의 구제역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 상권이 거의 다 죽어가고 있는 판에 이번에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 장소인 임진각에 대한 조준타격을 공언하고 나서 관광객이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 탈북자단체와 보수단체야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전단을 뿌리고 다니면 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북측이 타격을 가해올 경우 모든 고통과 위험은 지역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에서 전단 살포를 비공개로 하거나 또는 다른 지역에서 하면 어떠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는 지금처럼 임진각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지역의 주인인 임진각 주민의 뜻에 따라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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